책소개
아침 햇볕에 집 앞 수숫대 살짝 흔들리면 그만 손님이 찾아온 줄 알고 벌떡, 의자에서 일어납니다.
바람 멎고, 손님은 없습니다. 붉은 수수만 가득 매달려 너울거리며 킥킥 저를 보고 웃습니다.
라디오 주파수도 잡히지 않는 산골, 스마트폰 안테나도 잡힐 듯 말 듯하는 골짜기, 숨넘어가는 산봉우리를 몇 개 넘고 까마득한 계곡을 몇 개 가로질러 다리를 건너고 또다시 산허리 몇 개를 돌아가야 하는 곳, 저자는 그곳에서 생태적인 삶을 살고 있다.
저자의 글을 본 편집인은 ‘아름다운 산문’이라고 했다. 저자는 그 말을 듣고 산골 사투를 감추고 로망을 채웠다고 ‘자책’한다. 『수수에게 들키다』는 ‘아름다운 산골 사투기’를 그려내고 있다. 시와 산문이 어우러진, 절제되고 압축된 언어로, 사투를 로망으로 승화시킨다. 아름다운 시와 산문이면서 인간의 삶에 대한 철학이 녹아 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아침 서리 눈 온 듯 하얗습니다.
너구리 한 쌍 느릿느릿 밭을 가로지릅니다.
눈 안 내렸는데 벌써 먹이가 떨어진 걸까요?
찬 밥덩이 한 그릇 담아 전해주려다가
눈 오면 다시 오너라 하며 그만둡니다.
저자 하채현은 모기와 벌레를 끔찍이 싫어하고, 뱀을 보고 놀라 소리를 꽥 지르는 사람이다. 하지만 마음이 참 여린 사람이다. 집 앞에 어슬렁거리는 너구리에게 밥을 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아침마다 거미줄을 걷어내며 ‘미안, 같이 살기엔 우린 너무 다르구나’ 하고 미안해한다.
『수수에게 들키다』는 산골 생활을 담은 ‘아름다운 산문’이다. 일상의 소중함을 산골 사투기로 승화시켰다. 저자는 서울 태생으로 수수나 참깨꽃이 뭔지 모른다. 오디를 먹은 적도 앵두나무를 본 적도 없다. 이런 저자가 도시의 일상과는 아주 다른 산골의 일상을 빛나는 예지로 그려내고 있다.
저자는 지역 문화 부흥을 위해 ‘동상연구소’를 설립하고, 무크지 『인문예술』을 창간하기도 했다. 산골에 산 오 년 동안 야릇한 충격 안에 있었기에 글을 쓰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었을 것이다. 『수수에게 들키다』는 모두가 도시로 향하는 때 ‘변방의 혁명’을 외치며 산골에 깃든 저자의 일상을 담았다. 한국의 기형적인 도시화에 역행하여 낡았다는 산골에서 저자가 경험한 세계는 지극히 자연을 닮아 있다. 가장 자연스러울 때 전해지는 풍성함과 다채로움을 실제 삶으로 말해주고 있다. 산골에 터를 잡은 것 자체가 반란이다. 저자의 예사롭지 않은 산골 생활의 로망을 엿볼 수 있다. 『수수에게 들키다』는 다른 삶, 다른 세계를 잔잔하고 경이롭게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이 일상에 찌든 도시인과 일탈을 꿈꾸는 사람에게 ‘시스템을 벗어나도 괜찮아’라는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바란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함께 여는 글 1 김남일(소설가)
함께 여는 글 2 안건모(월간 ‘작은책’ 발행인)
1부 가을
수수에게 들키다
왕고들빼기와 칡꽃
오디와 버찌
초코
통증
급수가 다르다
등산객과 마라토너
어머님의 곳간
상약 밥상
‘다이빙벨’을 보러 갔다
세제
외계인과 사는 디아스포라
천천히 흘러가는 은하수
2부 겨울
미련 없이 담담히
에너지 총량의 법칙 1
안녕, 선인장아
아버지의 미소
한 우물을 파 온 자의 지혜
뭔가 흘리고 다니는 남편
둘째는 쉽다는 이데올로기
GMO에 대하여
사랑스런 관찰력
3부 봄
산수유봄
여수에서
봄꿈
농부와 결혼했어요
산골 무인카페
이 여자, 눈매 깊은 금심 씨
앞집 여자
곶감농사
신은 이겨낼 사람에게만 고통을 주신다
4부 여름
거미야, 미안
농약을 사랑하는 어머님
뒷마당에서
나는 투명인간입니다
아이, 어떻게 키우세요?
대박과 헐
어미와 새끼
아버지의 텃밭
아내의 화초
내 집은 주파수가 잡히지 않는다
학자는 간 데 없고
새로운 여름
그리움으로
작가의 말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