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는 영국의 대중 철학자이자『비트겐슈타인과 포퍼의 기막힌 10분』의 저자이며 책으로도 출간된 유명 팟캐스트인《철학 한입》의 운영자인 데이비드 에드먼즈(David Edmonds)는 이 책에서 이 질문이 윤리철학적 공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일상은 물론 역사적으로 중요한 선택에도 적용되었음을 보여 준다. 철학(윤리학) 말고도 각종 심리 실험과 인지과학 연구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연구하는 다른 분야의 학문(인식론, 윤리학, 형이상학 등 철학의 하위 분과와 심리학, 경제학, 인지과학, 신경생리학 등 자연과학 분야)에서 최근에 거둔 성과들을 한데 모아 한 권의 책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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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저 뚱뚱한 남자를 죽이겠습니까?
◈ 트롤리 사유 실험은 왜 중요한가
다섯 사람이 철로에 꽁꽁 묶여 있고 제동장치가 고장 난 폭주 기관차가 돌진해 오고 있다. 신호 조종기를 돌려 기차를 지선으로 보내려는 찰나 뚱뚱한 남자가 지선의 선로에 묶여 있는 것이 보인다. 다섯 사람을 살리기 위해 기차의 진로를 바꾸면 그는 죽는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낙태와 태아의 도덕적 지위를 다룬 14쪽짜리 논문(필리파 풋,「낙태 문제와 이중 효과의 원리」)에서 시작된 이 트롤리 사유 실험은 딜레마로 가득한 현실에서 도덕적 직관과 윤리를 어떻게 쓸 수 있는지를 알려 준다.『비트겐슈타인과 포퍼의 기막힌 10분』 등의 철학서와 팟캐스트〈철학 한입〉으로 유명한 영국의 대중 철학자 데이비드 에드먼즈(David Edmonds)는 이 사유 실험이 윤리철학적 공상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일상은 물론 역사적으로 중요한 선택에도 적용되었음을 보여 준다. 윈스턴 처칠, 미국 24대 대통령 클리블랜드, 독일의 유괴범, 인육을 먹은 19세기의 선원 등 이 책에 나오는 흥미로운 일화가 그 사례다. 또한 철학(윤리학) 말고도 인간의 본성을 연구하는 다른 분야의 학문(인식론, 윤리학, 형이상학 등 철학의 하위 분과와 심리학, 경제학, 인지과학, 신경생리학 등)에서 최근에 거둔 성과들을 한데 모아 한 권의 책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이 책은 트롤리 실험의 다양한 변주를 제시하고 중요한 연구 결과와 관점을 적용하여 삶과 죽음, 개인과 집단, 의도와 선택, 공공성과 정의 등의 윤리적 문제들을 쉽게 풀어 나간다.
◈ 철학의 종과 횡, 안과 밖을 꿰뚫다: 아퀴나스부터 실험철학까지, 윤리학에서 신경과학까지
◆ 선로에 묶인 한 남자, 윤리와 정의의 방아쇠를 당기다
‘트롤리학(trolleyology)’이라는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유명해진 이 사유 실험은 철학자들의 관념적 유희라거나 인위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여전히 철학적 난제로 남아 있다. 예를 들어, 한 명을 살릴지 다섯 명을 살릴지 선택을 하는 것과 다섯 명을 살리기 위해 한 명을 죽이는 선택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와 같이 복잡하고도 미묘한 요소를 지닌 트롤리 문제는 아래와 같은 다양한 윤리적 관점과 방법론을 포괄한다.
?의도적 살인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타인의 목숨을 뺏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자기방어가 목적이라면 살인이 도덕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이중 효과의 원리, 토마스 아퀴나스로부터 출발하여 전쟁 옹호의 주요 논리로도 사용됨).
?인격체는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대우받아서는 안 되며 살인이나 고문 등은 어떤 상황에서도 금지되어야 한다는 절대적인 도덕이 존재한다(이마누엘 칸트).
?‘숫자’가 최우선의 조건이므로 행위의 의도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다(벤담의 공리주의).
?어떤 행위를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도덕적으로 차이가 있는가(피터 싱어).
?행위의 의도는 도덕적으로 의미가 있는가,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프랜시스 캠, 토머스 네이글).
?선택을 결정짓는 다양한 변인(성별, 인종, 종교, 인구통계학적 요인 등)에 따른 실험 데이터를 수집하여 일상적 직관을 해체한다(실험철학X-phi).
◆ 도덕 본능은 타고나는 것인가: 트롤리 사유 실험의 놀라운 확장
트롤리 문제에 대한 철학 외부의 관점과 방법론을 차용한 여러 분과의 연구는 인간의 도덕 본능의 근원과 행위를 결정하는 요인을 밝혀내고 있다. 인간의 행위를 결정하는 주된 요인은 감정이며(조너선 하이트), 도덕적 딜레마를 처리할 때는 계산이 앞서야 한다거나(조슈아 그린)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나 도덕적 행위를 가져오는 요인이 이성이 아니라 상황이다(콰메 앤서니 애피아) 등의 사회심리학/인지심리학적 관점이 있다. 한편으로는 인간이 도덕적 판단을 내릴 때 뇌에서 일어나는 여러 현상에 착안하여 이를 작동시키고 조정하는 요인은 무엇인가에 집중하는 연구(신경생리학 등)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인간의 이타성이나 정의감을 어느 정도는 본유적인 것으로 보고 있고, 나쁜 선택을 회피하려는 인간의 생물학적 특성도 다소 인정하는 것이다. 뇌의 관련 부위를 조작하는 특정한 신경생리학적 실험이나 관련 호르몬을 투여 또는 제거하는 연구 등 윤리학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연구들도 트롤리 사유 실험이 확장된 것이다. 따라서 자연과학 등에서 밝혀내고 있는, 윤리적인 판단과 행위를 결정하거나 제어하는 기제들은 (과학 기술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는 한에서) 도덕적 개선을 위해서도 더 진전된 연구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 현실 세계의 트롤리,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사례 1 1944년 6월 13일 새벽 4시 13분, 런던 남동쪽 양상추 밭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미 5년간 전쟁을 치러 온 영국의 처칠 행정부는 이를 기점으로 인구 밀집 지역 대신 거주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런던 남부 지역에 폭탄이 떨어지도록 독일군 로켓의 오인 폭격을 유도하기 위해 이중간첩들을 동원하여 공작을 벌였다. 이를 통해 인명, 재산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사례 2 1884년 7월 25일 더들리 선장은 선실 보이를 칼로 찔러 살해했다가 나중에는 먹기 시작했다. 몇 달 후 그는 계획적인 살인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폭풍우를 만나 표류하다 식량이 떨어지자 다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몸이 가장 약한 선실 보이를 살해해서 먹었다는 점이 참작되어 동료와 함께 6개월 징역형으로 감형되었다.
첫 번째 사례에서 처칠 행정부의 선택은 최소 1만 명 이상의 인명을 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죽일 것인가를 정치인이 결정하는 이 같은 사례는 전시 상황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 사례는 자기방어를 위해 살인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다수를 위해 소수는 희생되어도 좋은가 등의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현실 세계로 나온 트롤리 문제는 개인이 자신의 도덕적 직관에 의해 또는 여러 비합리적 요인에 의해 결정하는 수많은 일상적 선택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의 필수 요소로 인식되는 다수결의 원칙이나 목적과 수단의 상관관계, 개인과 집단의 문제, 사회 정의와 정책 결정의 공정성 문제까지 흔히 부딪히는 도덕적 딜레마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추천사
명료하고, 재치 있고, 아름답게 쓰인 이 책은 읽는 기쁨을 준다. 도덕철학의 입문적인 내용을 제공하면서, 또한 토마스 아퀴나스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장 위대한 몇몇 도덕철학자들에 대한 매력적인 초상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이 책은 윤리학과 새로운 실험적 도덕심리학의 관련성을 주장한다. 대단한 역작이다. _콰메 앤소니 애피아(Kwame Anthony Appiah,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윤리학의 배신』,『세계시민주의』저자)
이 책은 훌륭한 작품이다. 이 책이‘트롤리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서는 안 되지만, 이 책에는 멋진 유머, 호기심 나는 일화들, 그리고 탄탄한 논증이 왁자지껄하게 뒤섞여 있다는 사실을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해도 좋다. 굉장한 독서의 기쁨을 준다. _필립 페팃(Philip Pettit,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
데이비드 에드먼즈는 여러 가닥의 철학적인 논쟁거리들을 하나의 매력적인 이야기로 엮어 내는 놀라운 솜씨를 지녔다. 이 책은 몇 가지 핵심적인 윤리적 이슈와 철학자들을 다룬 흥미진진한 입문서이다. _피터 싱어(Peter Singer,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죽음의 밥상』저자)
-책속으로 추가-
우리는 정보에 근거한 합당한 반성을 거쳐 자유롭게 결정을 내린다고 믿게끔 스스로를 속이고 싶어 하지만, 점점 늘어나는 실험적 증거들은 대체로 이성은 무의식적인 영향력에 밀려 뒷전으로 물러나 있음을 보여 준다. 확실히 우리의 행동은 이전까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상황주의’에 좌우된다. 즉, 다양한 상황의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그 연구 결과는, 성격의 특징은 고정되어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 즉 용감한 사람은 언제나 용감하고, 인색한 사람은 언제나 인색하고, 동정심이 많은 사람은 언제나 동정심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 일격을 가한다. 그 점은 정부와 교육 정책에 대해 여러 가지 함의를 갖는다. 아마도 우리는 품성의 함양보다는 조건 형성에 더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앤서니 애피아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을 좀 더 협조적으로 만들거나 혹은 그 반대로 만들고 싶은가요? 사람들의 성격을 좋게 고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하느니, 그들 주변에서 기분 좋은 작은 일들이 일어나게 만드는 편이 그들을 협조적으로 만드는 데 훨씬 더 나은 걸로 드러났습니다.” _187쪽
사람들이 뚱보를 죽이는 문제를 깊이 생각할 때 전형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적인 망설임은 두 가지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그린Joshua Greene은 말한다. 첫 번째는 밀착 효과up-close-and-personal effect다. 밀기라는 신체 작용, 즉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근육으로 직접 강한 충격을 가한다는 사실에는 우리를 움찔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요소는 이중 효과의 원리와 멋지게 동조를 이룬다고 그린은 말한다. 우리는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어떤 사람을 의도적으로 해치는 경우를 단지 부수적인 효과로서 그 사람을 해치게 되는 경우보다 더 꺼린다. 이 두 가지 요소는(신체 접촉과 해치려는 의도) “따로따로는 전혀 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그것들이 결합되었을 때에는 개별 효과들의 합보다 훨씬 더 커다란 효과를 산출합니다. 약물의 상승 작용과 비슷한 것이죠. 만일 A라는 약물을 복용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B라는 약물을 복용해서 기분이 좋아졌다면, 그 둘을 한꺼번에 복용했을 때에는 그야말로 BAM(진정제와 흥분제를 섞어서 만든 혼합 각성제를 가리키는 속어?옮긴이)이 되는 겁니다!” 신체 접촉 행위와 해치고자 하는 의도가 결합된 뚱보 밀기는 그렇게 감정의 BAM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_199~201쪽
지난 반세기 동안 트롤리학은 윤리학의 근본 쟁점들, 이를테면 우리가 타인을 어떻게 대우해야 하고,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에 관한 결정적인 질문들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탈것’을 제공했다. 필리파 풋이 트롤리 문제를 소개했을 때의 목적은 낙태에 관한 논쟁에 개입하려는 것이었다. 오늘날 트롤리와 비슷한 문제 제기는 전쟁에서 일어나는 행위 유형들의 적법성에 관한 깊은 생각에서 더 많이 등장한다. 처칠의 딜레마, 즉 인구가 덜 밀집된 지역으로 미사일의 방향을 이끌 것이냐 말 것이냐 하는 딜레마는 다른 다양한 형태로 여전히 다시 태어나고 있다. [뚱보]의 진퇴유곡은 의무론적 윤리학과 공리주의 윤리학의 극명한 충돌을 드러낸다.……철학자들은 여전히 합의를 보지 못한다. 하지만 그 답이 무엇이건 간에, 육교 위의 뚱보가 처한 이상한 상황이 열쇠인 것만은 틀림없다. 나는 그 뚱보를 죽이지 않을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_256~2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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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머리말
감사의 글
1부 철학과 트롤리
1장 처칠의 딜레마
2장 얼떨결에 지선으로
3장 창시자들
4장 란둘프 백작의 일곱째 아들
5장 뚱보, 루프선, 그리고 회전판
6장 똑딱똑딱 시계와 쾨니히스베르크의 현자
7장 지옥행 도로를 닦다
8장 숫자가 결정하는 도덕
2부 실험과 트롤리
9장 안락의자에서 일어서다
10장 그냥 뭔가 잘못된 것처럼 느껴지다
11장 더들리의 선택과 도덕 본능
3부 마음과 뇌와 트롤리
12장 비합리적인 동물
13장 뉴런과 씨름하기
14장 생체공학 트롤리
4부 트롤리와 그 비판자들
15장 ‘맞불’이라는 이름의 전차
16장 종착역
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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