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세월을 담는 술』은 30년간 전통주를 빚어 온 명인 박록담의 저서로, 고문헌 속의 주품들을 복원하고 재현하면서 경험했던 시행착오에 대한 선험적 기록이다. 이 책에서는 양주잡방, 주방문 없는 주품, 누룩방문 등 술에 관한 모든 것을 실었다. 쉐리주나 포트와인 등 서양의 주류와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는 명주였다는 사실과, 우리의 증류 기술이 어떠한 수준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더불어 지방마다 가문마다 각양각색의 누룩이 빚어져 술의 향기와 맛, 색깔까지 주질과 특징을 반영해 왔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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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증류주류(蒸溜酒類)와 혼양주류(混釀酒類)를 중심으로, 이 책에서는 양주잡방, 주방문 없는 주품, 누룩방문 등 술에 관한 모든 것을 실었다. 증류주류로서 관서감홍로(關西甘紅露) · 이강고(梨薑膏) · 죽력고(竹瀝膏) 등과, 과하주(過夏酒) · 송순주(松荀酒) 등의 혼양주류는 우리의 술이 위스키나 브랜디, 백주, 그리고 쉐리주나 포트와인 등 서양의 주류와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는 명주였다는 사실과, 우리의 증류 기술이 어떠한 수준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43품의 누룩방문 등을 담고 있는데, 누룩은 우리 술의 ‘떼루아’라고 얘기할 수 있다. 지방마다 가문마다 각양각색의 누룩이 빚어져 술의 향기와 맛, 색깔까지 주질과 특징을 반영해 왔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주방문(酒方文)’이란 ‘술 빚는 방법을 적은 글’을 말한다. 주방문이래야 뭐 그리 특별할 게 있겠냐 싶지만 그것이 전통주, 즉 우리 술 빚는 법에 이르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특히 조선시대부터 우리 술은 집집마다, 집안마다 그 비법이 전해져 왔다. 그래서 같은 이름의 술이라도 맛과 향이 달랐다. 쌀을 비롯한 원료 상태, 누룩의 특성, 집집마다 담그는 방법과 숙성조건 등에 따라 각양각색의 술이 만들어졌으므로 그 종류만도 수백, 수천 가지에 달했다.
이른바 다양한 가양주(家釀酒) 형태로 전해지던 전통주는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주세(酒稅) 징수를 위해 양조장 제도로 바뀌었고, 일본에서 들여온 입국식(粒麴式) 양주기법을 보급함으로써 획일화된 제조법으로 단순화되어 통제되었다. 그 결과 전승가양주는 점차 사라지고, ‘밀주(密酒)’로 취급되면서 단속(團束)의 대상이 되었다.
해방 이후에는 식량난 등을 핑계로 쌀을 양조용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가양주는 부활의 기회를 영영 잃게 되었다. 그 결과 입국식 양주기법이 횡행, 전통주 행세를 하면서 다양하고 누대에 걸쳐 대물림을 해오던 전통주와 이야기가 있는 가양주 문화는 사라지고 말았다.
이에 전통주의 명인 박록담이 100년 동안 맥이 끊긴 전통주를 찾아 나섰다. 국내 최고(最古)의 양주 관련 기록인 《산가요록(山家要錄)》을 비롯하여 《언서주찬방(諺書酒饌方)》 《수운잡방(需雲雜方)》 《고사촬요(故事撮要)》 《산림경제(山林經濟)》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 《음식디미방》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 《양주방》 《주찬(酒饌)》 《주정(酒政)》 등 한문과 한글 기록에서부터 최근 발굴된 《봉접요람》 《양주(釀酒)》 《술방》에 이르기까지 80여 종의 문헌에 부분적으로 수록된 주품명과 그에 따른 주방문을 총망라하였다.
30년간 전통주 외길인생을 걸어온 그는 고문헌에 수록된 전통주 520여 주품, 1,000여 가지의 주방문을 체계정연하게 분류, 서술하였다. 양주총론을 시작으로 탁주류 64품, 청주류 214품, 혼양주류 10품, 증류주류 52품, 가향주류 37품, 약용약주와 과실주 72품, 주방문 없는 주품 51품, 양주잡방 24품, 그리고 누룩방문 43품 등으로 분류된다. 특히 각각의 주품마다 양주경향과 특징, 시대별 양주기법의 변화, 양주기술의 발달과정 등 우리나라 양주문화 전반을 추적해 보는 스토리텔링을 곁들였다.
그러나 전통주 빚는 일을 업(業)으로 삼아온 저자에게도 이 책의 편찬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산림경제》의 주방문이 다른 기록인 《증보산림경제》로 옮겨지고 다시 《임원십육지》로 옮겨져 재해석되는 과정에서 심지어 주품명이 바뀌는가 하면, 재료 배합비율이 바뀌고 주재료의 가공방법이 바뀔 뿐 아니라 더러는 양주과정이 생략되기도 하면서 전혀 다른 명칭의 주품명이 되기도 했다.
또한 주품명에 의한 분류 작업을 하던 중 새로 발굴된 문헌들, 예컨대 2010년대에 새롭게 발굴된 《잡지(雜誌)》 《주방문조과법(造果法)》 《약방》 《양주》 《규중세화》 등에 수록된 주품에 대한 주방문까지 추가하다 보니 혼란은 가중되었다. 특히 한글 문헌 속에 등장하는 주품명은 동일한데도 순곡주와 가향주가 존재했고, 지방마다 방언에 의한 주품명의 차이는 전혀 다른 주품으로 오인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기를 7년, 드디어 《한국의 전통주 주방문》을 5권의 책으로 묶어 세상에 내놓았다. 장장 5,000쪽에 달하는 《한국의 전통주 주방문》에는 지금까지 알려진, 그리고 저자의 손이 닿는 곳에 있는 문헌 속 주방문이라면 빠짐없이 실었다. 특히 스토리텔링을 통해 각각의 주품명에 얽힌 이야기와 주방문의 문헌별 차이점을 밝힌 것은 물론이고, 저자가 해당 주방문대로 직접 술을 빚어 보면서 전통주의 맛을 찾고자 한 노력이 돋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최초로 시도한 《한국의 전통주 주방문》이 규모의 방대함에 비하여 아쉬움도 크다고 말한다. 특히 《수운잡방》 《산림경제》 《임원십육지》 등 한문 기록의 주방문에 대해서는 번역과 현대화 작업에 여러 가지 이견(異見)이 있을 수 있고, 술 빚는 방법에의 접근도 만드는 이에 따라 각각의 주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전통주 주방문》은 저자 박록담이 30년간 전통주를 빚어 온 명인으로서, 그리고 처음으로 고문헌 속의 주품들을 복원하고 재현하면서 경험했던 시행착오에 대한 선험적 기록이라는 점에서 자못 의의가 크다 할 것이다. 또한 가양주 가꾸기 운동과 전통주 대중화를 위한 교육활동을 해오면서 현장에서 숱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졌던 시음평가를 토대로 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우리 술의 가치를 재조명한 저자는 이로써 전통주의 대중화는 물론 세계화에 대한 단초가 되기를 희망한다. 또한 해방 70주년을 마무리하면서, 지난 100여 년간 고문서의 먼지 속에만 갇혀 있던 전통주가 활자의 벽을 넘어 성큼성큼 우리의 생활 속으로 다시 걸어나오는 “전통주 해방의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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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한국의 전통주 주방문] 출간에 부쳐
전통주 연구의 입문서
저자의 말
제1부 증류주류
제2부 혼양주류
제3부 양주잡방
제4부 주방문 없는 주품
제5부 누룩방문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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