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설원의 장편소설『나의 요리사 마은숙』. 여성을 중심인물로 다뤘으되 40여 년의 나이 차를 뛰어넘어 맺은 두 여성간의 특별하고 색다른 우정, 혹은 사랑을 그렸다는 점에서 깊은 공명을 남긴다. 북적대는 가족의 일원으로 살면서도 평생 혹독한 가사노동과 고독 속에서 살아온 심명자는, 이제 70대 노파가 되어 홀로 큰 집을 지키고 있다. 그 큰 집을 가득 채웠던 시댁 식구들과 일꾼들, 그리고 남편은 이제 저세상 사람이 되었거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1남 7녀의 자식들도 장성해서 이리저리 흩어져 산다. 가끔 마당을 떠도는 과거 사람들의 환영을 벗 삼아 살아가는 노파에게, 어느 날 문득 녹음기를 든 당황스러운 손님이 찾아왔는데….

기억하는 노년의 여인과 기록하는 여인,
그들이 동행한 젊음과 상처와 죽음 속으로 사라진 사람들로의 여행

●책 소개
200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은빛 지렁이」로 등단하고 2009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이별 다섯 번」으로 당선된 작가 김설원이 신작 장편 『나의 요리사 마은숙』을 내놓았다. 작가는 해체의 위기에 봉착한 가족 안에서 힘들게 살아가면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버텨야 하는 여성들과 현실에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자기 관찰, 존재감에 대한 고민을 담아 이야기를 그려왔다. 그러한 삶에 천착해온 작가는 이번에도 여성을 중심인물로 다뤘으되 40여 년의 나이 차를 뛰어넘어 맺은 두 여성간의 특별하고 색다른 우정, 혹은 사랑을 그렸다는 점에서 깊은 공명을 남긴다.

●책 내용
70대 노파에게 낯선 손님이 찾아오다
북적대는 가족의 일원으로 살면서도 평생 혹독한 가사노동과 고독 속에서 살아온 심명자는, 이제 70대 노파가 되어 홀로 큰 집을 지키고 있다. 그 큰 집을 가득 채웠던 시댁 식구들과 일꾼들, 그리고 남편은 이제 저세상 사람이 되었거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1남 7녀의 자식들도 장성해서 이리저리 흩어져 산다.
가끔 마당을 떠도는 과거 사람들의 환영을 벗 삼아 살아가는 노파에게, 어느 날 문득 녹음기를 든 당황스러운 손님이 찾아온다. 노파의 인생을 담을 자서전을 대필해주겠다는 젊은 여자 마은숙이다. 그 자서전이 출판사 사장인 아들이 어머니의 환심을 사 자기 욕심을 챙기려고 기획된 것임을 알면서도, 평생 가족에게 헌신했듯 마지막 헌신을 다하겠다는 마음으로 마은숙과의 인터뷰에 임한다.
처음에는 마은숙이 불편하기만 했다. 물색없이 구는 것도 불순해 보였다. 그러나 어느새 노파는 마은숙이 오는 목요일을 기다리게 된다. 그녀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을수록 젊은 시절의 심명자를 되찾는 기분이었고, 무엇보다 마은숙 자체가 점점 친근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저승을 눈앞에 둔 나이에 만난 마은숙!
기억하는 여자와 기록하는 여자가 만나다.
상처와 죽음 속으로 떠난 사람들을 부르는 만찬 레시피

심명자가 털어놓은 칠십여 년의 인생은 이 책에서 독백체로 기록되어 있다. 시집가기 전 어린 시절을 제외하고는, 부엌에 붙박이로 눌러앉은 아궁이나 다름없는 인생이었다. 동태 열 마리로 시작한 시아버지의 사업이 여러 장터의 이동어물전과 생필품 상점, 배 사업으로 확장되어 집안에 시댁 식구들은 물론 일꾼들도 많아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허구한 날 밥상 차리기에 매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종살이 같은 시집살이에 남편은 위안이 되기는커녕 남보다 못했다. 시집온 지 얼마 후 그녀는 남편에게 외간 여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후로도 남편은 여자를 신발처럼 갈아치웠다. 정작 아내인 그녀는 남편과 결혼 첫날밤부터 죽 잠자리를 하지 못한 신세였다.

“나의 말 상대는 하늘밖에 없었습니다.
낮에는 파란 하늘, 밤에는 검은 하늘”

망자들을 위한 순례를 떠나다
저승길이 가까운 나이에야 마은숙이라는 제대로 된 말 상대를 만난 심명자는, 어찌어찌하여 결혼 5년 만에 남편과 잠자리를 한 후 1남 7녀를 낳고, 그래도 해소되지 않는 고독을 책으로 달래었다는 말까지 털어놓는다. 책을 단순하게 읽기만 한 것이 아니라 베껴쓰기까지 한 것은, 자신의 글을 쓰고 싶다는 은밀한 욕망 때문이었다는 것까지.
어느 날 마은숙이 매주 오던 목요일의 약속을 취소하자 심명자는 괜히 심통이 난다. 그런데 어느 비 오는 날 잔뜩 젖은 생쥐 꼴로 마은숙이 예고 없이 심명자의 집을 찾아 밥을 달라고 한다.

그날 마은숙은 그간의 청자 입장에서 벗어나 화자가 되어 별안간 맞은 가족의 죽음을 털어놓는다. 딸인 자신과 아내를 방치하며 홀로 자유롭게 살았던, 그래서 오래전부터 남으로 치부했던 아버지의 죽음을. 그 화답으로 심명자는 애증이 겹겹이 쌓인 남편의 최후를 들려주고는, 마은숙에게 한 가지 엉뚱한 부탁을 한다. 저 먼 곳에 있는 문상길에 동행해달라는. 사실 그것은 죽은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를 망설이는 마은숙의 동행자가 되어주고 싶어서였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관계에서 벗어나 진정한 벗으로서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마은숙의 아버지는 물론 모든 망자들의 넋을 기리는 순례의 길을 함께하면서 그들은 각별한 추억과 정을 쌓게 되는데…….

나의 요리사 마은숙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