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네 밥상에 매일 올라오는 야채는 수없이 많다. 양배추, 감자, 가지, 고추, 당근 등 우리는 이 야채들을 언제 어떻게 먹게 되었을까? 임진왜란 전에는 한국에 고추가 없었다는데 그럼 김치는 어떻게 만들어 먹었을까? 고추를 대신한 야채가 있었나? 저자는 바로 밥상 위 의문으로 세계 야채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등 세계 곳곳을 찾아가 야채의 원산지를 탐방한 10여 년의 기록이다. 그리고 저자의 여행은 지금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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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감자야, 고추야, 가지야, 너 어디서 왔니?
떠나자. 야채의 기원을 찾아!
우리네 밥상에 매일 올라오는 야채는 수없이 많다. 양배추, 감자, 가지, 고추, 당근 등 우리는 이 야채들을 언제 어떻게 먹게 되었을까? 임진왜란 전에는 한국에 고추가 없었다는데 그럼 김치는 어떻게 만들어 먹었을까? 고추를 대신한 야채가 있었나?
저자는 바로 밥상 위 의문으로 세계 야채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등 세계 곳곳을 찾아가 야채의 원산지를 탐방한 10여 년의 기록이다. 그리고 저자의 여행은 지금도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 세계 곳곳에서 야채를 외치다, 오직 하나뿐인 야채여행기!
“네 어머님이 누구니?” 이 책은 묻는다. 누구에게? 감자에게, 양배추에게, 가지에게, 고추에게…… 인간이 국경이라는 선을 긋기 훨씬 전부터 야채의 조상은 생존해왔다. 이 야채를 섭취한 새가 씨앗을 옮기거나 혹은 인간이 새로운 땅으로 운반함으로써 야채는 세계를 여행한다. 국경 없는 야채는 세계 곳곳에 뿌려지고 나라마다 그 땅에 맞게 개량되어 다양한 요리로 다시 태어난다.
그 야채가 여행한 길을 저자는 따라가 본다. 중국 톈산 산맥을 넘어 카스피 해, 아래로 인도양과 아라비아 해, 위로 시베리아, 더 서쪽으로 터키와 그리스, 지중해를 지나 스페인과 포르투갈 그리고 대서양과 위로는 아이슬란드, 그 바다 너머에 뉴펀들랜드, 카리브 해를 비롯한 아메리카 대륙, 그 너머에 태평양과 폴리네시아를 지나 다시 아시아로 돌아오는 여행을. 단순한 관광이 아닌 손수 야채밭을 찾고 현지 식당에서 전통요리와 와인을 맛보며 식문화는 즐기는 음식여행이다. 어느새 종이 위에 세계지도가 그려지고, 입에는 군침이 돈다.
▶ 야채를 먹는다는 건 그 야채가 지닌 이야기를 먹는 것
포르투갈 된장국인 칼두베르데에는 신대륙에서 건너온 감자와 유럽에서 오래전부터 재배된 양배추가 동거 중이다. 그 둘은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 사실 유럽인은 처음 감자를 보고 울퉁불퉁한 생김새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식을 하는 이 야채를 수상하게 여겼다. 그러다 전쟁과 기근으로 식량이 부족해지면서 맛없고 먹기 힘들다던 감자가 차츰 ‘가난한 사람의 빵’으로 널리 퍼져나갔고, 삼백 년이 지난 후까지 유럽 전역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 야채로 절대 지위를 얻었다.
야채에 얽힌 숨은 이야기는 그뿐만이 아니다. 후추를 찾아 인도로 떠났던 콜럼버스가 카리브 해를 헤매다가 아메리카를 인도라 착각하고 아메리카 원주민이 ‘아히’라 부르던 고추를 후추로 지레짐작하여 ‘페퍼’라 이름 붙였다거나 영국에 전해진 가지가 원래 흰색이었던 탓에 처음 본 사람들은 ‘달걀이 자라는 나무’라고 불렀다는 등등. 기나긴 시간 인류와 함께하며 조금씩 변화를 거듭하다 오늘에 다다른 야채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 세계를 뒤흔든 야채의 역사
학교에서 배우는 세계사에는 “향신료를 찾아 신항로를 개척했다.”고만 적혀 있다. 왜 당시 사람들이 겨우 고추 따위에 열광했는지는 적혀 있지 않다. 이 책은 기원, 전파 경로, 품종, 요리법, 식문화 등 야채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른바 야채의 역사책인 셈이다. 어찌하여 그 야채가 세계에 보급됐고, 보급된 이후 어떻게 현지화됐는지, 또 어떤 요리로 완성됐는지 여러 가지 의문을 해소하면서 저자는 종횡무진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지식을 풀어낸다.
이 책의 묘미는 야채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엄청난 역사적 사건에 얽혀 있다는 사실이다. 나폴레옹이 대영전쟁에서 당분 확보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사탕수수를 재배하며 설탕 대량 생산을 기획했다는 식이다. 네덜란드는 육두구 나무를 독점하려고 식민지였던 맨해튼을 포함해 오늘날 뉴욕 주에 해당하는 토지를 영국에 넘기는 대신 동인도의 런 섬을 얻었다. 만약 네덜란드가 육두구든 담배든 다 포기하고 뉴암스테르담을 골랐더라면 오늘날 뉴욕은 뉴암스테르담이라 불릴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사례는 또 있다. 사탕수수 재배지인 카리브 해의 과들루프 섬은 프랑스 식민지였다가 한때 영국군에 의해 점령당한 적이 있다. 그때 프랑스는 영국에게 “과들루프 섬를 돌려주면 캐나다의 모든 식민지를 양보하겠다.”고 교섭했다 하니, 사탕수수의 마력 역시 대단했다. 이렇게 무심코 그랬구나, 하고 끄덕여지는 매혹적인 일화가 가득하다.
▶ 직접 씨를 뿌리고 밭을 가꾸는 삶, 텃밭에서 집밥을!
저자의 여행은 자신이 키우는 야채밭에서 끝난다. 여행지에서 신기한 야채를 발견하면 책을 찾아본다. 책에서 조사한 야채의 씨앗을 다음 여행 때 사와 재배하고 수확한다. 때론 통신 판매로 해외로부터 사라진 야채의 씨앗을 사와 밭에 뿌린다. 현지 음식 체험담에 그치지 않고 귀국 후 그 야채의 전파 경로 같은 역사·문화적 배경을 조사하고 씨앗을 조달해 자신의 밭에서 키워 그 야채로 직접 요리해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 그 경험을 글로 정리하니 당연 재미있을 수밖에. 게다가 저자가 손수 그린 야채 그림도 실려 있다.
▶ 책속으로 추가
가지에 대한 여러 가지 편견
가지는 다른 진기한 식물이 그랬듯 그다지 환대받지는 못했다. 남쪽에서 왔다는 이유로 신대륙에서 온 괴상한 식물인 줄 알고 일단은 관상용으로 둬보자고 한 사람도 많았다. 이탈리아에서도 당시엔 가지에 독이 있다고 하여 피했다. 하지만 베네치아에 살던 아르메니아인 크리스트교도가 가지를 먹어도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북이탈리아에서도 조금씩 먹었다. 가짓과의 야채는 감자든 토마토든 모두 유해물질이 있다고 보고 경계했다. 솔라닌 같은 독소를 품기도 하니까 처음 먹어보는 야채를 신중히 다루는 행동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프랑스나 영국 등 북쪽으로 갈수록 가지에 대한 편견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영국에서는 소돔의 사과나 미치광이의 사과와 같이 모멸적인 별명을 붙이거나 최면을 유발한다고 하여 가짓과 식물을 밤의 그늘nightshade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영국에 전해진 하얗고 작은 가지에는 특히 솔라닌이 많이 함유되어 아이들이 먹으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는데, 진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프랑스에서도 남쪽은 아랍인이 사는 스페인과 가깝기에 가지를 잘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남프랑스 방언에 ‘바보 가지’라든지 ‘멍청이 가지’ 같은 별명이 붙는 등 설 자리가 좁았다. 가지에 이렇다 할 확실한 맛이 없어 바보나 멍청이라고 불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럽의 중심에서 북쪽에 걸쳐 자신들이 유럽을 형성하고 지탱한다는 강한 자부심을 가진 국가들에게는 남쪽 지중해 부근 사람들이 거칠고 난폭하며 촌스럽고 가난하다는 편견 가득한 착각도 있었으리라.
4장 가지는 가난한 사람이 먹는다 / 132쪽
입이 쩍 벌어질 만큼 비싼 사프란
사프란은 입이 쩍 벌어질 만큼 비싸다. 사프란 꽃 하나에 암꽃술이 세 개 달리는데, 재배종은 암꽃술의 머리기둥이 길게 자랐다가 축 처지면 손으로 따서 말린다. 나도 작년에 농원에서 키우던 사프란이 꽃을 피웠기에 암꽃술을 수확했다. 손가락을 노랗게 물들여가며 허리를 구부려 작은 머리기둥을 뜯는 일은 품이 많이 들었다. 어떤 사람은 1그램의 암꽃술을 위해 꽃이 3백 개 필요하다 하고, 어떤 사람은 꽃 10만 개에서 암꽃술 5킬로그램을 뜯어 말리면 1킬로그램이 된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1킬로그램을 건조하려면 꽃이 10만 개가 아니라 30만 개 혹은 50만 개가 필요하다는 등 계산이 각각 다르다. 우리 밭에서 키운 사프란은 너무 적어 계량할 수도 없었다. 어쨌든 채취하는 데 손이 많이 가기에 사프란 가격의 대부분은 인건비다. 일찍이 이런 사실에 착안해 사업을 모색한 사람도 있었다. 영국 정부는 16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사프란 붐을 보고 사프란 재배로 실업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18세기 산업혁명으로 노동력이 공장으로 향하면서 계획은 좌절됐다.
4장 가지는 가난한 사람이 먹는다 / 149쪽
야채의 세계지도에는 국경이 없다
인간이 국경이라는 선을 긋기 훨씬 전부터 야채의 선조는 생존해왔다. 야채를 섭취한 새가 씨앗을 옮기거나 혹은 인간이 새로운 땅으로 운반했다. 먹을 수 있는 식물은 모든 인류가 공유하는 재산으로 아주 오래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자라왔다. 그러니 당근이든 뭐든 원산지가 어디인지, 국경 이쪽인지 저쪽인지에 천착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식물의 원생 야생종 찾기가 중요한 이유는 자기 나라가 원산지임을 주장해 명예를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오래된 식물로부터 전해 내려온 원초적인 형질이 미래의 품종을 개발하고 개량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 각국이 야채와 곡물의 어미씨를 발견하는 데 힘을 쏟고 있으며, 식물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 분쟁은 점점 더 격렬해지고 있다.
5장 토란의 내셔널리즘 / 156쪽
두렁콩 심기를 시작으로 미국으로부터 독립하자
일본 원산인 야채가 거의 없기는 해도 대두를 그중 하나로 포함시켜도 되리라. 된장, 간장, 두부, 낫또 모두 대두가 없으면 만들 수 없는 식품이다. 특히 된장과 된장에서 추출한 간장은 일본요리와 일본인 미각의 근간을 이룬다. 대두는 18세기 들어서야 서양에 알려졌고, 중국에서 바닷길을 따라 유럽에 전해졌다. 여기서 다시 미국으로 흘러간 모양인데, 함선을 끌고 일본을 찾은 페리 제독도 1854년에 일본에서 대두를 가지고 돌아갔다. 미국은 1896년이 되어서야 콩 재배를 시작했음에도 20세기 들어 생산이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지금은 세계 제일의 대두 생산국이다.
일본인의 식생활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대두를 지금은 대부분 외국에서 들여온다. 그중 절반은 미국 수입품에 의존하니,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또 군사적으로 일본이 미국에 덜미를 잡혀 꼼짝할 수 없게 된 이유는 된장과 간장의 원료 공급을 미국이 독점하기 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미국이 생산하는 대두가 대부분 석유나 식용유를 만드는 제유의 원료 아니면 동물 사료용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더더욱 내셔널리즘에 자극을 받는다. 우선은 콘크리트로 막혀버린 논두렁을 흙으로 되돌리고 두렁콩을 심는 일을 시작으로 미국으로부터 독립할 길을 찾음이 어떠할지.
5장 토란의 내셔널리즘 / 162쪽
뉴욕에서 느끼는 중동 음식
거리를 걷는데 따뜻한 김이 솟아오르는 포장마차가 보였다. 가까이 가보니 팔라펠을 파는 가게였다. 팔라펠은 두부를 으깨 동그란 경단처럼 만들어 기름에 튀긴 음식으로, 토마토나 오이 등 야채와 함께 얇은 피타빵 속에 넣어 먹는다. 콩은 누에콩이나 병아리콩을 쓴다. 다진 양파와 마늘, 거기에다 고수를 비롯한 여러 향신료를 섞어 동그랗게 만드는데, 이와 비슷한 콩요리를 즐겨 먹는 습관은 이집트에서 팔레스타인, 레바논, 시리아 등 지중해 동부 해안, 아라비아 반도 남부, 이란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범위에 걸쳐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은 대부분 이슬람교도이며, 이스라엘의 유대교도는 지극히 소수파다. 그러나 종교와는 별개로 공동의 중동 식문화를 즐긴다. 팔라펠을 받아들자 두 손에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같은 풍토에서 자라, 같은 식문화를 지닌 사람들이 왜 이렇게 무모한 다툼을 계속해야만 하는 걸까.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누에콩이나 병아리콩, 육두구나 사탕수수를 둘러싼 세계의 역사가 되살아난다. 인간은 콩과 야채와 곡물이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추운 지역에서는 육류도 필요하지만 약간이면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흔하지 않다는 이유로 소장가치가 높아져서인지, 없으면 없는 대로 살 수 있는 향신료나 설탕 같은 사치품들에 높은 가격이 책정되었다. 들판에 자라는 들풀에서 소중히 야채를 길러내던 인간의 소박한 삶은 어디로 갔을까. 도를 넘어선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대체 어디까지 이어질까.
6장 노예와 맞바꾼 사탕수수 /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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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한국어판에 붙이는 글 7
서문 10
1장 아기는 양배추에서 태어난다 13
포르투갈의 된장국 | 양배추가 서 있는 나라 | 둥그런 야채의 비밀 | 금발의 게으르고 뚱뚱한 여자 | 영국식 수확법 | 프랑스인에게 샐러드란? | 손끝으로 입히는 드레스 | 루이 14세의 레시피 | 양배추밭의 전설
2장 감자가 대구를 만난 날 41
대구와 감자의 만남 | 신대륙에서 온 선물 | 불경한 식물 | 유럽의 전쟁과 기근 | 감자 먹는 법 | 그리운 어머니의 손맛 | 바닷속 황금 | 뉴펀들랜드의 대구 | 수프의 어원 | 빵을 상실한 빵 | 흙이 없는 감자밭 | 감자에 뜬 달 | 아이리시 스튜
3장 고추는 왜 매울까 79
호랑이 우유 | 옥수수의 구조 | 치차가 있는 집 | 옥수수와 국민음식 | 후추나무가 우거진 숲 | 부와 권력의 상징 | 모든 요리는 카레가 된다 | 피망과 파프리카 | 약국에서 파는 프랑스 카레 | 고추의 진실 | 오키나와에서 다시마를 많이 먹는 이유 | 멋쟁이 노린재
4장 가지는 가난한 사람이 먹는다 117
국경의 히치하이크 | 가지는 어떻게 캐비아가 되었나? | 달걀이 자라는 나무 | 전갈의 가시에서 야채의 여왕까지 | 세비야의 검은 가지 | 가지의 지정학 | 그녀는 오이처럼 차가워 | 부야베스 만드는 법 | 남프랑스의 바닐라 | 사프란의 원가
5장 토란의 내셔널리즘 151
당근의 고향 | 사라진 야채들 | 벼의 부인과 어린 콩 | 산신의 정체는? | 명절음식과 여덟머리토란 | 달맞이 경단의 비밀 | 가요홍백전 | 항복한 토란 파 | 남태평양의 방주 | 피아노 다리와 무 다리 | 배추와 양배추
6장 노예와 맞바꾼 사탕수수 189
투루판에서 가져온 선물 | 비트 먹는 법 | 비트와 근대 | 아랍의 과자는 왜 달까? | 비극의 시작 | 나폴레옹의 현상금 | 디저트의 의미 | 미국인이 뚱뚱한 이유 | 뉴욕의 거리에서
저자 후기 222
역자 후기 226
참고 문헌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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