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11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출판지원사업 당선작. '너머의 역사책' 시리즈 6권으로, 관청과 궁궐에서 일했던 하급관원과 함께 목자, 조졸, 염간, 오작인, 망나니, 거골장, 광대 등 양반과 백성 사이에서 천시당하기도 했지만 조선왕조의 가장자리에서 나랏일을 담당했던 사람들과 그들에 관한 이야기다.
이 책은 전통시대 심성사를 연구 중인 김인호 박사가 방대한 실록과 문집에서 끌어내고 다시 비춰낸 과거 사람들의 다채로운 모습이다. '하찮으나 존엄한' 주인공들의 사건의 행방과 운명의 물레를 따라가다 보면 거시사가 놓친 조선시대의 삶의 풍경이 입체적으로 들어오면서 '역사에 이런 사람들의 흔적도 있구나', '언제나 사는 일이 어렵구나!'하는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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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2011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출판지원사업 당선작
조선 관료제의 손과 발,
9급 관원과 그 밑의 사람들
조선시대 백성들에게 공권력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사헌부 지평이나 홍문관 교리, 고을의 현감이었을까? 백성들은 대감이나 영감 소리를 듣지 못하는 이들 5, 6품의 중급 관료조차도 백성들이 대면하기란 그다지 흔치 않았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공무원이 동사무소나 세무서의 직원들, 경찰과 소방관 그리고 각종 단속반이듯이 조선시대 사람들에게 관리의 실체는 이 책이 들춰낸 소유, 구사, 통사, 산원, 마의, 중금, 숙수, 금루관, 의녀, 착호갑사 등이었을 것이다. 『조선의 9급 관원들, 하찮으나 존엄한』은 관청과 궁궐에서 일했던 하급관원과 함께 목자, 조졸, 염간, 오작인, 망나니, 거골장, 광대 등 양반과 백성 사이에서 천시당하기도 했지만 조선왕조의 가장자리에서 나랏일을 담당했던 사람들과 그들에 관한 이야기다. 모두가 조선왕조를 지탱하는 실핏줄과 같은 존재였다.
이 책은 전통시대 심성사를 연구 중인 김인호 박사(광운대 초빙교수)가 방대한 실록과 문집에서 끌어내고 다시 비춰낸 과거 사람들의 다채로운 모습이다. “하찮으나 존엄한” 주인공들의 사건의 행방과 운명의 물레를 따라가다 보면 거시사가 놓친 조선시대의 삶의 풍경이 입체적으로 들어오면서 ‘역사에 이런 사람들의 흔적도 있구나’, ‘언제나 사는 일이 어렵구나!’ 하는 공감과 위로를 얻게 된다. 2011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출판지원사업 당선작이다.
한국인은 왜 공무원이 되기를 열망할까? “예나 지금이나 적어도 먹고 사는 일만큼은 해결할 수 있어서가 아닐까.”
호환은 늘 백성들과 왕조의 위협이었다. 실록에 따르면 1392년(태조 1)부터 1863년(철종 14)까지 호랑이가 937회 나타났으며, 피해를 입은 사람은 총 3,989명으로 집계된다. 물론 실제 피해는 이보다 훨씬 컸다. 때문에 조선왕조에서는 호랑이 전문사냥꾼을 길렀는데 이들이 착호갑사이다. 『경국대전』에는 착호갑사를 440명 두도록 규정하였는데, 지방은 절도사가 군인과 향리, 역리, 노비 중에서 따로 뽑았다.
호랑이 사냥은 맹수를 없애는 그 이상으로 필요한 일이었다. 기우제에 호랑이 머리가 사용되었으며, 가죽은 주요 공물이자 이익 수단이었다. 면포 30여 필했던 호랑이 가죽의 가격은 15세기 말경에 80여 필이 되었고, 16세기 중엽에는 400여 필에 이르게 되었다. 그만큼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조선후기에 이르면 호랑이의 숫자도 줄어들면서 착호갑사는 거의 사라지고 전문 사냥꾼만이 남게 된다. 착호갑사는 위험한 일인 만큼 출세의 기회가 주어졌던 전문직이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보려 했던 역사는 국왕이나 영웅, 공주와 같은 별난 사람들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보통사람들이다. 그렇다고 백성들은 아니었다. 오히려 백성들 입장에서는 선망해 마지않는 부류가 더 많았다. 적어도 그들은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권력의 틈바구니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했지만 권력의 끝자락에서 때로는 수탈에 앞장서거나 부정을 저지르기도 하였다.
산원은 조선 관료제의 전문직 중의 하나였다. 지식과 기술을 이용하여 땅의 면적과 수확량을 측정하고 정부 물품을 관리하는 등의 실무자였다. 1620년(광해군 12) 호조좌랑 이둔과 수하 산원은 세금 매기는 임무를 맡고 남쪽으로 향한다. 좌랑 이둔은 기생을 끼고 술 마시고 주정 부리는 일만 거듭했다. 일은 실제 산원이 맡는다. 세금은 뇌물의 양에 달려 있고, 수확량의 풍흉과도 상관이 없었다. 그 결과 세금을 추징할 고을과 아닌 고을이 서로 뒤바뀌어버렸다. 계산이나 말 한마디가 백성들의 재산이나 세금에 직접 영향을 끼친 산원은 백성들에게 이렇듯 무서운 존재였다.
“수법은 간단했다. 산원 등의 실무자는 고을에서 올라온 공물을 자기 집에 쌓아놓는다. 그리고 이들은 이 물건을 수납하지 않거나, 아니면 수납의 대가로 인정(심부름 값)을 크게 요구한다. 뇌물을 받기 전까지 접수증을 내주지 않는다. 심지어 이들은 공물을 받은 후에 장부에 기록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에 대한 인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 본문 79쪽
이 책은 착호갑사, 산원 외에도 관청의 심부름을 하던 소유, 관리들의 앞길을 인도하는 구사, 교통수단이었던 말을 치료하는 마의, 국왕을 보좌했던 중금, 시간을 알려주는 금루관, 다른 나라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맡은 통사, 국가가 인정한 전문직 의녀, 의외로 모두 남성들이었던 요리사 숙수 등 지금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시대 관청과 궁궐의 하위 직업을 처음으로 소개한다.
“덧붙여 우리는 조선왕조의 시스템이 허점 많은 구멍가게 같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조선왕조의 시스템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의 규모와 짜임새를 가졌다. 왕조를 움직이는 뇌와 심장, 그리고 팔과 다리에 해당하는 중앙, 지방의 관리와 아전들까지 망라하면 상당한 숫자였을 것이다. 혹 조선 관료제의 단면을 이해할 때 이 책이 도움이 된다면, 그것은 보너스일 것이다.”
-머리말 중에서
조선의 비정규직 공무원 “나랏일에 공을 세워야”
오작인(伍作人)은 시체를 검시하는 일을 했던 사람들이다. 지금도 그렇듯이 당시에도 사인이 분명하지 않으면 검시를 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가려내고 사망 원인을 찾는 것이 주 임무였다. 두 번의 검시는 필수였고, 의심이 나면 네 차례까지 했다고 한다. 망나니는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보통 회자수(會子手), 즉 사람을 끊는 기술자라고 불렸다. 망나니들은 사형수 가족들에게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단칼에 깨끗하게 죽여주는 대가였다. 천시받았을 망나니들이 가지고 있던 유일한 힘이었다. 조졸은 조운선을 운행한 사람들이다. 배가 침몰하면 형벌뿐만 아니라 배상금까지 물어내야 했다. 일부 유혹을 못 이긴 조졸들은 배를 일부러 암초에 부딪혀 침몰시킨 후에 물에 빠진 쌀을 건져 말린 후에 내다 팔기도 하였다.
이 책에는 이밖에도 여진과 일본과의 전쟁에서 상대의 고급 정보를 빼내오는 간첩, 교통수단인 말을 기르는 목자, 소금을 만드는 염간, 궁중 잔치에 탈을 쓰고 등장하는 연예인 광대, 백정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소 잡는 전문꾼 거골장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조선사회에서 차별받는 사람들이었다. 저자는 이들이 지금의 통념으로 불행했다고 재단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자신이 억울한 일을 당하기도 했지만 권력의 끝자락에서 때로는 수탈에 앞장서거나 부정을 저지르기도 하였다. 이들은 해당 직업의 전문가였고 지금의 말로 표현하면 일종의 비정규직 공무원이었다. 나랏일은 예나 지금이나 출세의 기회가 있는 지름길이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이들의 실제 모습을 비로소 역사 앞에 드러낸다는 점이다.
저자가 끌어내고 다시 비춰낸 “하찮으나 존엄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모습
이 책이 엮어내는 사건과 이야기는 참으로 다양하다. 사헌부 관료의 과거시험지 유출, 왜통사 살인 사건, 소유과 구사 간의 폭력, 호조의 회계장부 조작과 사기 등 이 책의 사건과 이야기는 책의 마지막에 있는 출전 주석만큼 많다. 저자는 조선왕조실록과 많은 문집을 샅샅이 들춰내고 새로이 꿰었다. 대형 시국 사건도 있었지만 오늘날 신문 사회면의 작은 기사처럼 전후 사방을 꿰지 않으면 없었던 것으로 간주할 만한 정도의 단신이 대부분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은 기록에 나오는 실존 인물들이다. 저자는 때로 상상력을 동원하였지만 기록에 없는 이야기는 가능한 한 피했다고 한다.
“역사가는 기록으로 말한다. 기록이 없으면 말하기 쉽지 않다. 그들에 대한 기록은 역사 많지 않았다. 역사적 상상력은 기록과 기록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우는 것이다. 별난 사람들이 쓴 보통 사람들에 대한 기록은 여기 저기 흩어져 산만할 뿐 아니라, 높은 사람이 생각하는 ‘통치’라는 관점에서 서술되었기에, 이를 모아 그들의 삶을 추적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머리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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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머리말 “하찮으나 존엄한” 가장자리에서 바라본 조선시대 사람들
1부 조선 관료제의 손과 발
남의 나라 말을 익혀라, 통사(通事)
법집행의 손과 발, 소유(所由)
길 잡고 심부름하던 나라의 종, 구사(丘史)
말을 고치는 수의사, 마의(馬醫)
수학과 계산을 위해 살다, 산원(算員)
2부 궁궐의 가장자리에 선 사람들
국왕의 앞길을 인도하다, 중금(中禁)
인간 삶의 기본, 음식을 다룬 숙수(熟手)
기생인지 의사인지 모를 의녀(醫女)
시간을 제대로 알려라, 금루관(禁漏官)
3부 나랏일에 공을 세워야
호랑이를 잡아라, 착호갑사(捉虎甲士)
목숨을 걸고 뛴다, 간첩(間諜)
말을 바쳐라, 목자(牧子)
바다가 삶의 터전이다, 염간(鹽干)
조운선을 운행하다, 조졸(漕卒)
4부 나는 백성이 아니옵니다
서럽고 서러워라, 비구니(比丘尼)
사람들을 즐겁게 하라, 광대
눈이 멀었으니 미래가 보인다, 점쟁이
놀고 먹는다, 유수(遊手)와 걸인
죽음을 다루는 직업, 오작인(?作人)과 망나니
소를 잡아서 먹고 살다, 거골장(去骨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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