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서울 풍경에 새겨진 시와 소설을 읽다!
마흔다섯 살의 눈으로 문학과 세상과 사람을 공부하는 문학가 유진숙의 『남아 있는 것들은 언제나 정겹다』. 10여 년간 국어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쳐온 저자가, 근ㆍ현대를 대표하는 작가 60여 명이 서울 거리에 시와 소설로 남긴 이야기들을 찾아 나섰다. 평소 바쁜 걸음으로 지나치듯 살아가는 우리가 7개의 코스로 나누어 서울을 산책하면서, 백석, 나혜석, 한용운, 조용만, 이상, 이태준, 채만식, 김용준, 그리고 이해인 등의 시와 소설을 읽어나가도록 인도하고 있다. 흰 종이에 검은 글씨로만 만났던 창백한 표정의 문학이 지닌 뜨거운 감정을 생생하게 만끽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시와 소설을 통해 서울 특유의 정겨운 정취에도 흠뻑 젖게 된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이 책 ≪남아 있는 것들은 언제나 정겹다≫는 오랜 세월 동안 문인들이 서울 거리에 남긴 이야기들을 찾아 나선 문학 기행수필이다. 건강을 위한 걷기 코스로도 손색이 없는 7개의 코스로 문학산책을 나선 이 책의 저자는 백석, 이태준, 김유정, 이상, 김지하, 김수영, 황동규…… 등 근·현대를 대표하는 문인 60여 명의 흔적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가슴으로 펼쳐 보인다. 인쇄된 글자로만 만났던 시인과 소설가들을 그들의 삶과 스캔들과 에피소드들 그리고 작품을 통해 만나 보고, 그들의 삶과 작품에 공감하기를 바란다.
먼지 쌓인 책을 찾아 펼치게 만드는 힘
작품 속에 나오는 단어의 의미도 잘 모른 채 5지선다형 답은 잘도 고르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이 전하는 정겨운 문학 이야기는 빨간 펜으로 그은 밑줄을 지우고 다시금 작품을 감상해 보게 만든다. 딱 ‘내 이야기’인 것만 같은 노랫말에 가슴 두근거리는 것처럼 문학작품을 읽고 감성을 키우게도 한다. 뿐만 아니라 생일과 신체 사이즈, 좋아하는 음식까지 줄줄이 꿰고 있는 아이돌 스타만큼 사랑하는 작가들을 만날 기회도 될 것이다.
오래 전에 요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밑줄 그으며 배운 문학작품들을 세월이 지난 후에 새삼스럽게 떠올리는 어른들에게 이 책은 10대 시절의 감성을 되찾게 한다. 진부한 표현에도 눈물 핑 돌던 그 시절이 떠올라 풋 웃음을 짓게도 하고, 멋모르고 읽었던 글의 의미를 이제와 무릎 아프게 내려치면서 깨닫고는 “우린 어린 10대에 너무나 늙은 글을 읽었던 것 같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책꽂이 어느 곳에 숨듯 꽂혀 있는 문학책을 찾아 펼치게 된다. 언젠가 무심하게 보았던 거리의 풍경을 떠올리며, 내일은 종로든 정동이든, 성북동이나 북촌이나, 혹은 한강변 어디로 문학산책을 나서게 될 것이다.
[책속으로 추가]
풍경에 새겨진 시와 소설을 읽으며
길을 걷다 보면 시 한 편이 절로 떠오른다. 길을 걷다 문득 떠오르는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거리 풍경과 오버랩되는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거리 곳곳에 남아 있는 소설 속 한 대목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시와 소설을 남긴 작가들이 궁금해진다.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들의 젊음과 사랑은 어떠했는지, 그들의 지향하는 바는 어떠했는지…….
이 책은 시인을 그리워하고 소설가를 기억하는 이런 우리의 마음을 잘 담고 있다. 때론 그들의 감성에 감탄하고 공감하면서, 때론 가난한 삶을 살면서도 문학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남들이 보기에는 확실한 기득권을 …… 내던지고 문학의 사막으로 돌진”하는 그들에게 놀라고, 때론 그 고귀한 감성과 뜻을 꺾어야 했던 그들의 삶에 안타까워한다.
“눈이 시원할 정도로 전망이 좋고 서늘한 바람이 부는 조용한 성북동”의 길상사에서는 조선 문단의 3대 미남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백석과 평생 그만을 그리며 산 여인 진향, 그리고 그녀가 운영하던 대원각을 불가의 도량 길상사로 만든 ≪무소유≫의 법정 스님을 만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오래 살고 싶다던 이태준, 정치적 소신에 따라 월북했지만 숙청을 당하고 절필선고를 받고 블록공장 노동자로 살다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은 그가 남긴 수많은 글을 읽으며 그를 기릴 수 있어 다행이라 여기며 수연산방을 찾는다.
또 종로 네거리에서는 “일본에게 빼앗겼던 국권을 되찾기만 한다면 죽더라도 한이 없겠노라는 절절한 마음을 이 보신각 종을 치다 죽는 까마귀에 비유한 시” 을 남긴 심훈과, 종로를 “나약한 지식인들이 카페를 전전하던 퇴폐의 장소였고, 물질본위 사회에서 소외된 가난뱅이들이 갈 곳 없어 방황하는 곳”으로 여긴 임화를 기억한다.
대학로에서는 “자본주의와 약속하지 않아” 가난함을 주제로 시를 쓰면서도 눅눅함이 느껴지지 않는 함민복과 이란 시 한 편으로 한국을 들었다 놨던 김지하의 다른 모습도 살펴본다.
사랑 역시 빠질 수 없는 이야기이다. 점순의 끓는 마음도 모르는 의 ‘나’처럼 여자의 심리도 모르면서 일방통행으로 편지만 들입다 보내면서 짝사랑만 하다 총각귀신이 된 김유정, 심심하면 도쿄로 베이징으로 산보를 갔던 부잣집 도령으로 신문연재소설을 경멸하던 예술주의 작가였지만 가산을 탕진한 후 생활을 위해 연재소설을 써야 했던 김동인, 카페에서 어울리던 자신의 애인과 친구 정인택의 결혼식에 사회자가 되어 장안에 화젯거리가 되었던 이상, 저항·참여의 시인으로 뼈 시리도록 지독한 냉기와 자유에 대한 열정을 내뿜던 시인 김수영과 그의 첫사랑…….
박태원이 이북에서 부부의 인연을 맺은 권영희는 원래 이상이 카페에서 어울리던 카페걸 권순옥이었습니다. 이상의 애인이었죠. 그런데 이상의 친구 정인택이 권순옥을 차지하기 위해 음독자살극까지 벌이게 됩니다. 결국 정인택과 권순옥은 결혼했고, 이상은 이 결혼식의 사회자가 되어 장안의 이야깃거리가 되었지요. 이상은 이를 두고 조선팔도가 허리가 휠 정도의 희극이라고 했다더군요.
본문 91p
겨울의 햇빛을 받고 알을 낳는 암탉 모양의 낙타산이 보이는 다방에 앉은 김수영. 추위를 감수하고라도 외진 자리에 무기체처럼 그냥 앉아 예전에 실연의 상처를 안겨준, 낙타산 밑 동네에서 만난 여자를 생각합니다.
그녀는 일본으로, 다시 서울로 뒤따라온 김수영을 끝내 외면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오지 않겠단 선언을 남기고 미국 태평양 연안의 어느 곳에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그녀를 과음 후 생각했다는 것은 정말로 깊이깊이 사랑했던 것이 아닐까요?
본문 134-13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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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1장 성북동을 가다 ; 인생의 마무리가 아름다운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
길상사 백석과 자야 그리고 법정, 무소유를 완성하다
심우장 독립만을 향한 외골수 인생, 한용운
수연산방 좋은 글 향기 남은 곳
2장 정동을 돌아 경희궁까지 ; 젊음-사랑 그리고 꿈
태평로 광화문에서 덕수궁까지
덕수궁길 옛 사랑의 돌담길
정동길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거운
경희궁 가는 길 불안 속에 꾸는 꿈과 희망
3장 청계천 거쳐 인사동 한 바퀴 ; 근대 경알이들의 삶
광화문 네거리 서울의 상징
청계천 경알이가 본 청계천 풍경
종로 네거리 낯선 건물들이 굽어보는 불쌍한 도시
인사동 걷는 이도 앉은 이도 시인과 소설가가 되는 동네
파고다 공원 황혼도 반짝이는 빛이 있듯이
4장 동숭동을 걷다 ; 대학 없는 대학로에서 만난 지성인의 발자취
대학로 예술과 소비의 해방구
마로니에 공원 성공과 실패
낙산 서울의 동쪽 오솔길이 되다
동대문 불야성과 타향살이의 24시
5장 솔바람 따라 북촌 구경 ; 그 많던 기와집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감고당길 조선 왕비들이 머문 자리
정독도서관 책 읽는 소리에 꽃도 머무는 곳
재동에서 가회동 총각귀신 김유정의 한
중앙고등학교 북촌을 지키며 100년
삼청동 붉은 기둥의 소나무가 서 있는 거리
6장 궁궐 따라서 역사 따라서 ; 새로 쓴 역사로 기억되리
광화문 애달픈 역사를 가진 문
운현궁 조선왕조 부흥의 꿈
창덕궁과 종묘 돌담 플라타너스 그림자
창경궁과 의학박물관 경모궁·함춘원·대한의원의 3색 과거
7장 양화진에서 선유도까지 ; 여름 황혼의 강가에 서다
외인묘지 동방의 나라를 찾은 이들이여
절두산 성당 잠두봉과 맞바꾼 피의 이름
선유도 공원 모모를 만날 것 같은 비밀의 정원
인용 작품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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