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생존과 번식을 욕망하는 식물의 세계
우리는 사과, 튤립, 대마초와 감자를 단순히 ‘길들여진’ 식물의 대표주자로 여기지만, 사실 이들은 그 어떤 식물 종보다 능동적으로 인간을 이용해왔다. 네 식물들은 다양하고 변덕스러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대신 생존과 번성을 보장받고 그들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식물진화의 역사를 담은『욕망하는 식물』은 사과와 튤립, 대마초와 감자 네 식물의 시선으로 사람과 식물의 관계와 진화의 역사를 그려낸다. 저자가 직접 재배한 생생한 체험담을 자연과 신화, 철학, 문학과 같은 다양한 장르를 통해 식물과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깊숙하고 복잡하고 뒤엉켜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인간이 가진 달콤함과 아름다움, 도취와 지배의 욕망을 대표하는 4가지 식물을 통해 인간의 문화와 역사를 이야기하고, 평범한 식물들이 수행했던 역할을 서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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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2001년, 《욕망하는 식물The Botany of Desire》의 초판이 출간됐을 때 〈뉴욕 타임스〉〈월스트리트 저널〉등 미국의 주요 매체들은 앞다퉈 새로운 작가의 탄생에 찬사를 보냈다. 식물의 시선으로 인간 사회를 조명한 이 문제작은 자연과학서로는 이례적으로 미국 아마존 및 대형 서점들이 집계한 베스트셀러 목록의 정상에 올랐다. 네 가지 식물(사과, 튤립, 대마초, 감자)들을 직접 재배한 생생한 체험담을 사회사, 자연사, 신화, 철학, 문학을 아우르는 자유분방하고 지적인 글쓰기로 버무려낸 마이클 폴란은 단숨에 가장 사랑받는 저술가이자 환경운동가로 부상했다.
괴짜 정원사, ‘인간꿀벌’이 되다
5월의 어느날 오후, 꿀벌들이 윙윙거리는 사과나무 옆에서 씨감자를 심던 폴란은 문득 생각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정원에 파종할 씨앗을 선택하고 식물을 가꾸는 행위가 마치 절대 권력인 것처럼 여기지만, 인간들이 정원에서 하는 일이 꿀벌의 역할과 무엇이 다른가? 한 식물 개체의 유전자를 퍼뜨려준다는 의미에서, 자신은 ‘인간꿀벌’이나 다름 없지 않을까?
그러자 정원이 갑자기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늘 욕망의 객체로만 생각했던 식물들이 사실은 자신을 이용해 그들이 직접 하지 못하는 어떤 것을 대신 수행하게 만드는 주체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퍼뜩 깨달았던 것이다. 식물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새로운 저서 《욕망하는 식물》은 바로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식물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사람과 식물의 공진화 역사
다윈은 《종의 기원》 1장 전체를 할애해 자연선택의 특이한 사례로 인위선택의 경우들을 소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50여 년이 지난 지금, 자연은 인간의 영향력이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구분할 수 없는 공간이 되었다. 좋든 싫든 자연은 ‘길들이기’라는 인간들의 문명화 과정에 편입됐고, 무한히 확장된 인위선택의 정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식물들은 인간의 욕망과 감정을 탐구했다.
이 책 《욕망하는 식물》은 사과와 튤립, 대마초와 감자를 통해 식물과 인간의 기나긴 공진화 역사를 추적한다. 식물의 시선으로 인간 세계를 조망하는 이 책은 인간이 식물을 통제하고 있다는 통념을 여지없이 깨뜨리는 동시에, 식물과 인간이 서로의 욕망에 의해 얼마나 깊숙하고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지 보여준다.
우리는 사과, 튤립, 대마초와 감자를 단순히 ‘길들여진’ 식물의 대표주자로 여기지만, 사실 이들은 그 어떤 식물 종보다 능동적으로 인간을 이용해왔다. 네 식물들은 다양하고 변덕스러운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대신 생존과 번성을 보장받고 그들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얼마나 영리하고 교묘한 전략인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하는 건 그 때문이다. 그들의 치밀한 생존전략과 유전자 속에는 인간의 사회와 역사에 대한 온갖 정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폴란은 인간이 가진 달콤함, 아름다움, 도취, 지배의 욕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네 식물의 역사 속으로 들어간다.
달콤함의 욕망 : 사과
이브가 맛본 금단의 사과,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파리스의 사과, 백설공주의 사과……. 역사와 문학 속에서 사과는 유난히 욕망을 자극하는 열매로 그려진다. 그것은 이 열매의 과육이 담고 있는 달콤함 때문일 것이다. 단맛의 감각은 시대와 문화권을 불문하고 원초적인 욕망을 자극해왔고, 달콤한 과육 속에 씨를 숨긴 사과는 카자흐스탄의 야생 사과 숲으로부터 상인들의 짐에 실려 실크로드를 따라갔다. 아시아와 유럽을 거쳐 마침내 북아메리카에 상륙한 사과의 이야기는 미국 이주의 역사와 함께 흘러간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랐던 사과나무는 서부 지역을 개척하는 데 여념이 없던 18세기 미국인들에게 정복의 증표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포도가 자라지 않는 곳에서도 풍성한 열매를 맺어 청교도들에게 ‘성경이 금하지 않는’ 사과주를 양껏 제공했고, 설탕이 귀하던 시절에는 달콤한 속살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이후 단맛을 내는 향신료들이 싼 값에 유통되기 시작하자 사과는 맛뿐 아니라 색깔까지 변화시키며 까다로워진 사람들의 입맛과 시선을 사로잡았다.
폴란은 카자흐스탄의 야생 사과가 인간의 역사 혹은 사회사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때론 이용하며 지구 절반의 땅에서 황금기를 누리게 된 과정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름다움의 욕망 : 튤립
그런가하면 17세기 네덜란드에 광풍을 불러일으켰던 튤립은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꽃은 질서정연한 아폴로적 성향보다는 무절제하고 비이성적인 디오니소스적 성향에 가까운 피조물이다. 하지만 형식적인 체계와 배치가 명확하고 논리적인 튤립은 디오니소스가 주재하는 정원에 핀 아폴로의 꽃처럼 느껴진다.
당시 네덜란드 사람들은 질서정연하고 완벽한 형식미를 갖춘 튤립 속에서 화려하고 파격적인 모양으로 피어난 ‘터진 튤립’에 열광했다. 이렇게 특별히 아름다운 튤립의 알뿌리는 커다란 저택 한 채와 맞먹는 가격에 거래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파격을 만들어낸 것이 알뿌리의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사람들은 ‘터진 튤립’을 자신의 정원에서 사정없이 몰아냈다. 그 결과 오늘날은 ‘터진 튤립’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튤립은 그 변칙적인 아름다움을 잃어버렸고, 쉬지 않고 변화하는 인간들의 미적?정치적 풍토에 맞춰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킨 장미나 모란처럼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지도 못했다. 한껏 부풀려졌던 튤립의 화려한 시대가 지나가자, 튤립은 지나치게 평면적이고 소박한 꽃이 되었다. 저자는 튤립의 부침浮沈을 따라가면서 꽃의 아름다움이 어떻게 인간을 열광시켰고, 또 인간들의 변덕스러운 욕망이 어떻게 반영되어 꽃을 변화시켰는지 보여준다.
도취의 욕망 : 대마초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옷감 재료로 쓰였던 대마초는 도취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충족시킨 끝에 오늘날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식물이 되었다. 마녀의 약으로 알려진 이 금단의 식물은 마녀들이 모두 쫓겨난 뒤에도 치료제로써 살아남았고, 1980년대 대대적으로 벌어진 레이건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을 피해 암스테르담의 은밀한 실내 정원으로 숨어들었다. 대마초는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과도한 할로겐전구의 빛과 이산화탄소 속에서 악착같이 자신을 변화시켰다. 그리고 놀랍게도, 단속 이전에 고작 2~3퍼센트를 함유하고 있었을 뿐인 향정신성 물질 THC(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를 20퍼센트 이상 함유하는 품종이 나타났다.
향정신성 물질이 뇌 속에서 수행하는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라파엘 메쿨람이나 하울렛과 같은 학자들이 대마초에서 THC 성분을 발견하고, 뇌 속의 THC 수용체를 연구한 끝에 뇌가 향정신성 물질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카나비노이드’를 직접 분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직은 뇌 속 ‘카나비노이드’의 실체에 대해서, 그리고 대마초가 THC를 분비하는 이유에 대해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실체와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대마초는 식물이 수동적인 욕망의 수용자라고만 생각했던 인간들의 교만을 비웃으며 우리 자신조차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정신 작용에 직접 관여해온 것이다. 무언가를 실험하고 재배할 줄 아는 어떤 영장류가 대마초의 향정신성 특성을 우연히 알게 된 뒤부터, 이 식물은 그의 욕망의 안내를 받으며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자신의 미래를 변모시켰다.
지배의 욕망 : 감자
감자는 식물과 인간이 서로에 대한 지배욕을 과시한 결과가 얼마나 파괴적인지를 보여주는 선명한 사례다. 17세기 아일랜드는 감자의 왕국이었다. 인간이 문화?경제적으로 통제할 여지가 없었던 감자는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천대받았지만 아일랜드에서는 신의 축복과도 같은 작물이었다. 감자는 척박한 토양에서도 풍성하게 결실을 맺었고, 아일랜드를 지배한 감자의 너그러운 통치 덕분에 100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인구는 두 배 이상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21세기, 전세계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맥도널드의 프렌치프라이는 고도화된 자본주의의 상징이다. 맥도널드는 매끈하고 환상적인 프렌치프라이를 생산하기 위해 ‘러셋 버뱅크’라는 단일한 품종만을 재배하도록 강요했고, 계속된 단일 재배로 자연 앞에 취약해진 감자는 독한 농약을 뒤집어쓴 채 농부와 환경과 소비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바로 이때 맥도널드로 이어지는 이 먹이사슬을 구원하러 나타난 것이 스스로 살충성분을 생성하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뉴 리프’다. 인간은 이제 진화에 대한 식물들의 발언권마저 박탈한 것이다. 그러나 단 한 차례, 단 한 종류의 잎마름병으로 모든 감자가 썩어나갔던 17세기 아일랜드의 감자 기근처럼, 잘못된 지배욕망은 식물과 인간 모두의 미래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마이클 폴란은 경고한다.
8월의 정원
폴란이 이 책의 씨를 뿌렸던 5월로부터 석 달이 지나자, 곧게 뻗은 이랑과 애초의 설계들은 그의 정원에서 사라졌다. 질서를 관장했던 아폴로는 떠나고 이제 정원은 그야말로 ‘녹색의 쑥대밭’이 되었지만, 사실 모든 것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 그는 무질서하고 야생의 아우성으로 가득한 정원에 대해 조바심치지 않기로 했다. 모든 것을 정원에 맡기고 그저 싱싱하고 풍성한 수확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제네바 과수원에서 가져온 야생 사과 씨가 자라면, 꿀벌이 그가 기르고 있던 ‘볼드윈’의 유전자와 부지런히 섞어 누구도 기대하지 못했던 사과를 선보일 것이며, 정원 한 켠을 차지한 검은 튤립 ‘퀸 오브 나이트’는 내년에 어떤 빛깔과 형태의 꽃을 터뜨릴지 예측할 수 없다. 스스로 살충성분을 생산한다는 유전자 조작 감자가 아니어도 까만 흙은 버터처럼 노란 속살의 감자를 아낌없이 내놓을 것이고, 온갖 꽃과 식물들이 보내는 유혹의 향기에 도취된 디오니소스는 그의 정원에서 축제를 벌일 것이다.
세계 여러 국가에서 번역되어 읽히고 있으며, 출간된 지 7년이 지나도록 꾸준히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 책은 사실 2002년 초 한국에서도 《욕망의 식물학》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그러나 몇몇 눈 밝은 독자들이 찾아 읽고 열심히 추천할 무렵, 이 책은 이미 절판된 상태였다. 그래서 황소자리에서는 이 책을 다시 살리기로 하고, 새롭게 번역하여 《욕망하는 식물》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한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옮긴이의 말
서장 ㅣ 인간과 꿀벌
1 달콤함의 욕망 : 사과
2 아름다움의 욕망 : 튤립
3 도취의 욕망 : 대마초
4 지배의 욕망 : 감자
에필로그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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