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서로 다른 문화들 사이의 다양한 교역 관계! 경제인류학 관점에서 정리한 세계무역의 오랜 역사!
『경제인류학으로 본 세계무역의 역사』는 고대 세계부터 상업 혁명 시기까지 광범위하고 다양한 집단들의 교역 관계를 총망라하여, 세계무역 역사의 전체 지도를 그릴 수 있도록 하였다. 역사가인 저자는 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역 거래와 교환 행위가 인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아프리카의 무역 공동체, 고대 무역의 진화, 초기 중국 무역과 중앙아시아를 통한 개방, 인도양 동쪽의 아시아 무역, 유럽의 아시아 해상 무역 진입, 아르메니아 인의 무역 상인, 북아메리카의 모피 무역, 상인 유민 집단의 쇠퇴 등 시기별로 가장 두드러진 활동 및 변화를 보인 지역의 무역을 자세히 분석하였다.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국제 교역과 관련된 특정 현상을 추출하고 이 현상들 사이에 있는 유사성과 차이점도 살펴보았다. 특히 경제사와 인류학의 통찰력을 종합하여 유럽 중심의 사관을 뛰어넘고 인류의 과거 역사에 나타난 여러 사회들의 전체 모습을 자세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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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고대 세계에 도시가 형성되면 중심부에 가장 먼저 형성되는 것이 상인 거주 시설이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아카드의 사르곤 왕이 아나톨리아의 지역 지배자에게 학대받고 있던 아카드 출신 상인들을 구하기 위해 원정을 떠난다. 이로써 군사력을 가진 상인 유민 집단 또는 교역소들이 육로를 뻗어 나갔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고대 지중해 지역의 페니키아 상인들은 나라를 잃은 후에도 해상 무역에 활발히 참여하였으며, 그리스에서는 외국인들이 토지를 소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들은 신용과 금융 관련 분야에 종사하게 되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 한나라 중기에 상인들이 실크 로드를 개척하였으며, 송나라 때는 정크선과 자기 나침반을 이용해 자바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지역에 처음으로 중국 상인 정착촌을 만드는 등 ‘경제 기적’을 이뤘으며 원나라, 명나라 초기까지 해상 무역의 전성기를 누렸다. 중국 상인 중에는 타이에서 상인 출신의 관리가 되어 신분 상승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 17세기 초 향신료를 싣고 유럽으로 가는 육상 대상隊商, caravan들은 거의 사라졌으며, 네덜란드와 영국의 무역 회사들이 해상 무역을 중심으로 세계 무역의 선두에 나서게 되었다. 말레이 반도의 술라웨시 섬의 마카사르 항구는 외국 상인들을 환영하는 정책을 펴서 경제적으로 부유해졌으며, 말라카 해협을 둘러싸고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와 해상 무역에 능했던 부기 족이 몇십 년에 걸쳐 충돌했는데, 실익은 부기 족이 챙기는 인상 깊은 사례도 있다. 17세기 유럽과 동아시아의 넓은 지역에서 활동한 아르메니아 상인들은 고유의 문자와 기독교로 국제 관계에 능숙하게 대처했으며, 마르세유에 도입한 초기 커피 카페의 주인들이기도 했다. 아르메니아 상인들의 이상형인 필리페 데 자글리는 사기꾼으로 이름이 나긴 했으나, 쿠를랜드 공작과 협상하여 상인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거의 따냈으며, 상황에 따라 가톨릭, 이슬람교로 개종하는 능란한 처세술도 발휘했다. 유럽 상인들은 북아메리카 원주민들과 모피 무역을 시작한 이후 모피 동물들은 많은 지역에서 멸종되었으며, 모피 무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휴런 족은 유럽 상인들이 옮겨 온 구세계의 질병에 전염되어 부족민의 절반이 죽기도 했다. 한편 영국과 프랑스는 북아메리카 모피 무역으로 경제적 이익을 올리려고 하기보다는 군사 세력인 인디언들과 동맹 관계를 맺어 식민지 전쟁에서의 승리를 도모하고자 했다. 프랑스 정부는 국가 재정상 모피 무역의 완전 포기를 선언하는 편이 나았으나 군사 전략의 문제로 허드슨 만 회사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모피 동물이 북아메리카 지역에서 거의 사라지자 모피 무역은 끝났으며, 바야흐로 산업 혁명 이후 세계 무역의 규범은 유럽식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역사적 경제 인류학의 관점으로 국제 무역의 기원과 역사를 보다”
미국은 한미FTA 협상을 진행하면서 우리에게 ‘최혜국 대우’를 요구했다. 근대 무역의 역사에서 최혜국 대우 협정으로 가장 많이 피해를 본 나라는 어디일까? 중국에서 아편 전쟁이 끝난 뒤 서구 세계는 중국과 최혜국 대우 협정을 맺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 협정으로 중국은 본격적으로 문호를 개방해 외국 상인들이 거주하고 교역할 수 있게 허가했으며, 영국과 프랑스, 미국을 비롯한 열강에 전쟁 배상금을 은화 달러로 지급하고, 영국에는 홍콩 섬을 양도했다. 중국은 1842년에서 1844년에 걸쳐 열강들과 따로따로 협정을 체결했지만, 결과는 서구 세계 전체에 일괄로 부여한 일반 권리가 되고 말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한미FTA 협상이 체결되는 과정과 그 주요 내용을 보면서 우리는 강대국과 약소국 간의 불평등 조약이 야기한 국가적 비극이 시대를 뛰어넘어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게 된다. 아울러 미국 신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세계화에 끌려 다녀야 하는 우리로서는 이 위기 상황을 넘길 수 있는 대안을 서둘러 찾아야 하는 긴박한 사정에 처해 있다. 이러한 때에 세계 무역의 역사를 되짚어 봄으로써 우리에게 지침이 될 사례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국제 교역의 기원과 초기 모습은 불평등한 양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국제 무역의 중개업을 구성하는 요소들 이 몇 세기에 걸쳐 서로 작용하면서, 산업 시대가 시작 된 이후 ‘유럽 시대’에 맞는 통합된 세계 무역 형태로 발전하였다. 즉, 1740년과 1860년 사이 세계 무역이 통합되어 서구 중심으로 바뀌면서 완전히 새로운 무역 체계가 등장했다. 18세기 중반 서구에서 선박 기술, 군 사 기술 등 산업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비서구사회는 무역과 교환 거래 분야에서 새로운 체계를 강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으며, 그 과정에서 각 지역상인들이 오랫동안 형성해온 다양한 무역망이 무너졌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전통적으로 국제 무역의 유력한 규범으로 자리 잡았던 상인 유민 집단은 존립 기반을 잃고 사라지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필립 D. 커튼은 경제 인류학과 역사학에서는 새로운 개념인, ‘상인 유민 집단(Trading Diaspora)’이 생겨난 배경을 설명하고, 그들이 몇 세기에 걸쳐 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역 거래와 교환 행위를 해나간 역사를 비교 세계사의 관점으로 파악한다. 고대 세계에서 도시가 형성되고 상인들의 정착촌이 만들어지면서 장사를 생업으로 하는 상인들은 서로 다른 지역과 문화를 이어주는 중개 상인으로서 활약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의 상인 정착촌을 확대시켜 커다란 상업 공동체 망을 형성했는데, 이것이 바로 ‘상인 유민 집단’ 또는 ‘무역망(trade network)’이다. 농업 시대의 도래와 함께 시작해서 산업 시대의 도래와 함께 사라진 상인 유민 집단이 주도적으로 ‘무역’에 참여하는 여러 가지 정황을 풍부한 역사적 자료를 제시하며 보여 주는 저자는 무엇보다 유럽 중심의 사관에서 벗어나 서술하고자 하는 의지를 강하게 내보였다.
“아프리카 무역은 유럽의 외지인들이 처음 시작하지 않았다”
흔히 아프리카 역사에 대한 잘못된 신화는 아프리카 상업을 유럽이나 아라비아 반도에서 온 무역 상인들이 처음 시작하였다는 해묵은 견해다. 그러나 저자가 연구한 바로는, 외지인들이 오기 전에 이미 아프리카에서는 내륙에서 짧은 거리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중계 무역을 하는 상인들이 있었다. 이들은 교역로를 따라 마을 단위를 넘어 외지로 나갔으며, 점점 복잡한 형태로 대륙을 종횡으로 가르며 상인 유민 집단을 형성했다. 아프리카 상인들의 활동상을 파악하면 세계 각지에서 활동한 상인 유민 집단의 특성을 좀 더 잘 알 수 있다.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사바나 지역과 열대 삼림이 만나는 경계 지역에서 초기 교역이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며, 동부와 서부의 열대 지역에 사는 내륙 사람들이 소금이 나는 지역을 기반으로 해서 상인 유민 집단을 형성하고 교역로를 개척하였다. 그러다 기원전 1세기쯤 외국 상인들이 건너왔으나, 이들은 내륙으로 교역하러 들어가지 않았다. 반대로 오아시스 지역의 내륙 상인(캄바 족, 니암웨지 족 등)이 해안까지 길을 열거나, 해안 지역에서 아프리카 상인들이 내륙으로 짐을 날랐다.
상인 유민 집단은 대개 개별 상인들이 경쟁적 경제 질서 안에서 움직였으며,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구성원들의 힘을 모아 교역로를 확장하기도 했다. 상인 유민 집단과 지역의 지배자는 경쟁 관계이면서 보완 관계였다. 국가는 세금이 필요했고 상인들은 자신들의 몸과 상품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 비용’을 지불했다. 그래서 상인들은 언제나 경쟁했지만, 국가의 지배자들도 자국의 경제 활성화와 보호 비용 수입을 위해 경쟁했다 .
상인 유민 집단의 상인들은 같은 직업, 같은 종교, 같은 언어 등 상호 연대의 틀로 연결되어 있었다. 상인들은 자신들이 정착한 사회에서 연대해서 결합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래서 가상 친족 관계를 만들기도 하고,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 공정하게 거래한다고 믿는 ‘무칸구’ ‘무테테’라는 특별한 우호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상인들 사이에 형성된 직업에 대한 연대 의식도 특별해서 종족에 대한 연대감보다 훨씬 강했다. 상인 유민 집단은 상인들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여러 가지 중개 기능을 수행했지만, 때로는 자기 장사를 위해 직접 거래하기도 했다.
상인 유민 집단이 새로운 기반으로 옮기고 다시 세우는 행태도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정치적 군사적 압력 때문이기도 했지만 경제적 기회를 따라가기도 했으며 상인들은 원거리 무역 기술을 서로 주고받았다. 19세기 서아프리카에서 유럽 상인들과의 거래는 아프리카 문화 관습을 많이 따랐으며, 유럽 상품의 값을 트레이드온스, 바bars 등 지역 통화로 매겼고, 여러 상품을 하나로 묶어서 사고파는 정교한 형태의 통합 거래를 했다.
아프리카에서는 근대 이후 유럽에서 강력한 무기가 들어오자 이를 먼저 선취한 계층이 지배자와 상인 집단이었으며, 이들은 무기를 앞세워 왕국을 세우는 등 정치 세력으로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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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머리말
1. 상인 유민 집단과 서로 다른 문화 사이의 국제 무역
상인 유민 집단
상인 유민 집단의 역사
상인과 교역 국가의 관계
외국 무역 상인의 정착과 상인 집단 내부의 관계
문화 융합
몇 가지 다른 무역 유형
2. 아프리카 : 교역을 자극한 요소들, 경쟁의 유형
교역을 자극한 요소들
소금, 철, 물고기
낙타, 대추야자, 사하라 사막 무역
사막에서 열대 삼림으로
열대 아프리카 해안 무역
중계 무역 시장
협력 경쟁
동아프리카 : 무역망의 진화
3. 아프리카 : 무역 상인과 무역 공동체
보호 비용, 강압, 국가
혈맹의 관계에서 협약의 관계로
종교의 배타적 기능과 포괄적 기능
지주, 중개상인, 대상의 우두머리
해안 시장과 유럽 무역 상인
4. 고대 무역
메소포타미아 무역
아나톨리아의 아시리아 무역 상인
이집트의 고대 무역과 동지중해
그리스 인과 페니키아 인
콜럼버스 이전의 아메리카 무역
초기 교환 형태의 진화 순서
5. 새로운 무역의 축 : 지중해에서 중국으로, 기원전 200년~서기 1000년경
초기 중국 무역과 중앙아시아를 통한 개방
서인도양의 해상 무역
동남아시아의 초기 무역
로마 제국 멸망 후의 지중해 : 새로운 제국의 등장
인도양 무역과 이슬람의 성장
6. 인도양 동쪽의 아시아 무역 : 1000~1500년
송나라 초기의 ‘경제 기적’
지중해 이슬람 국가들의 국제 무역, 970~1250년
무역 방식 : 지중해 기독교 국가들, 1000~1500년
아시아 무역의 재편, 1250~1500년
인도양 동쪽의 무역 방식
7. 유럽의 아시아 해상 무역 진입
포르투갈의 교역소 무역
16세기 아시아 무역 상인들의 대응
북유럽과 포르투갈의 경쟁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영국 동인도 회사
8. 부기 족, 바니안, 중국인 : 유럽의 대형 무역 회사와 아시아 무역 상인들
남술라웨시 섬의 상인 유민 집단
중국해의 무역
이단자들과 중개 상인 바니안
항구 도시들의 연결망
9. 17세기 육상 무역 : 유럽과 동아시아를 이어 준 아르메니아 인
아르메니아 인의 초기 무역
16세기 이전의 아르메니아 상인 유민 집단
아르메니아 인과 페르시아 사파비 왕조
페르시아에서 러시아까지 육상 무역
아르메니아 공동체 안의 상인들 관계
아르메니아 무역 상인 공동체들
10. 북아메리카의 모피 무역
북아메리카의 환경 : 전염병과 문화
북아메리카의 환경 : 지리적 조건과 해양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는 전략
세인트로렌스 만에서 최초로 시작한 모피 무역, 1600~1649년
허드슨 만의 개방
모피 무역과 협정 가격 시장
11. 상인 유민 집단의 쇠퇴
산업주의와 흔들리는 힘의 균형
산업 시대의 아프리카 무역 : 아프리카의 2차 제국들
비공식 제국과 새로운 형태의 교역소 : 싱가포르
홍콩과 중국의 조약항
영사관
주변부 지역의 서구화
유럽의 지배 수단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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