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온몸으로 부딪힌 야생스타일 에세이!
야생초 편지 두 번째 이야기 『고맙다 잡초야』. 《야생초 편지》의 저자가 출소 후 10년 동안 한적한 전라도 산속에서 자연과 사람을 벗 삼아 놀던 기록을 담은 책이다. 생태 교양 잡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 수록되었던 글들을 모아 엮은 책으로 전체를 관통하는 개념인 생태영성을 주제로 한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자신의 생태적 글쓰기와 성찰의 근본은 천지인 사상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바탕으로 이 책에 실린 글들도 하늘, 땅, 사람의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수록하였다. 내 안에 천지가 다 들어 있고, 하늘과 땅도 사람이 다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며 자연회귀의 삶은 먼 훗날 언젠가 도래할 미래의 일이 아니라 내가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그렇게 살기로 작정한 그날에 시작되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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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황대권, 야생초 편지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오다
《야생초 편지》가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교도소 안에서 야생초와 함께 한 삶의 기록이라면 이 책은 출소 후 10년 동안 한적한 전라도 산속에서 자연과 사람을 벗 삼아 놀던 기록이자 《야생초 편지》의 연속선상에 있는 “야생초 편지 두 번째 이야기”다. 국가에서 마을로 돌아가는 자연회귀의 시대. 자급자족 인간을 꿈꾸는 황대권이 시스템에 기대지 않고 자연에 기대어 살려고 온몸으로 부딪힌 야생스타일 에세이.
1. ‘자연산 몸’이 되기 위한 유쾌한 몸부림
대학 때까지는 온실 속의 화초처럼 얌전하고 겁쟁이인 데다 모든 것이 느려터지고 조금만 추워도 감기에 걸리는 저자였지만, 간첩의 누명을 쓰고 끔찍한 고문 끝에 13년 동안 청춘을 감옥에서 보내면서 그는 낭인이 되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외로운 감옥이었지만 사소한 물건이나 벌레, 풀들을 관찰하면서 그의 삶이 변화되었다. 처음에는 만성기관지염을 고쳐보려고 풀을 뜯어먹다가 야생초 화단을 만들고, 100여 종의 풀들을 키우면서 생태와 영성, 자연회귀의 길로 들어섰다.
1998년 출소 후 곧장 영광으로 내려가 농사일을 시작했고, 2년여 영국에서 생태농업을 공부했으며, 유럽의 대안공동체들을 돌아보면서 그는 생명평화 운동가로 거듭났다.
인가도 없는 산속에 컨테이너를 놓고 산중생활을 시작한 지 어언 10년이 되었다. 그의 산중 생활을 한번 살펴보자
ㆍ옷 벗기
빨래하기 귀찮아 꾀를 내어 홀딱 벗고 일하다 급소 중의 급소인 그의 중심을 벌에 쏘였다. 그럼 빨리 옷을 입어 벌이나 벌레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게 상식이련만, 오히려 저자는 산중에서 주인인 양 행세한 자신의 오만을 뉘우쳤다. 그리고 자연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자연 속에서 나체가 되는 체험을 해보라고 권한다.
안타깝게도 인간은 생물종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자신의 생존을 위해
‘부당한 위협이나 간섭’을 하는 존재이다. 남을 위험에 빠뜨리면 자신도 위험에 빠진다.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늘 위험을 느끼는 이유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옷을 벗어던짐으로써 이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스스로를 유약하게 만들어 상대방의 경계심을 풀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유약해진 나는 예전처럼 함부로 상대방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나를 지키기 위해 좀 더 세심하게 주변을 살펴보게 된다.
이렇게 상대방과 동등한 관계를 맺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주면
어느 순간에 자연이 벌거벗은 나를 보호해준다는 느낌이 든다. (21쪽)
ㆍ션찮은 반찬으로 맛있게 밥 먹기
거친 밥에 션찮은 반찬으로도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고 거기에 명상까지 할 수 있는 저자 식 플라스마 식사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찬이 아니라 밥 위주로 하는 식사다. 반찬 두세 가지에 밥은 유기농 현미잡곡밥을 지어 ‘씹는 동작’에 집중하는 것이다.
곡물의 특성과 맛을 알고 있으면 제각각 다른 곡물들이 이 사이에서 으스러져
여러 가지 맛을 내는 것을 일일이 구별할 수 있다. 현미의 씨눈이 어금니 사이에서
갈릴 때에 나는 고소한 맛, 녹두와 팥이 으스러지면서 내는 구수한 맛,
조의 까슬한 맛, 수수의 텁텁한 맛, 보리의 미끄덩한 맛, 된장콩의 비릿함, 밤의 달콤함, 잣의 기름짐, 율무의 사각거림, 은행의 씁쓰름함….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침 속에 녹아들어 한데 어울리면서 내는 *** 맛!(형용할 길이 없이 이렇게 표현했음)
이런 맛과 미묘한 움직임을 느끼기 위해서는 명상하듯 천천히 오래 씹어야 한다.
오래 씹어야 침이 많이 나오고, 침이 많아야 소화가 잘 되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30쪽)
ㆍ인도식으로 똥 누기
때로 산행 등을 할 때 급한 볼일이 생기면 누구나 당황할 것이다. 저자는 자연 속에서 즐겁게 볼일 보는 법을 알려준다. 한동안 산속 집에 뒷간이 없던 터라 숲속 전망 좋은 명당자리가 그의 화장실이었다. 그곳에 삽 한 자루를 가지고 올라가 구덩이를 파고 볼일을 본다. 가장 완벽한 똥 누기란?
어쩌면 오늘이 그날일지도 모르겠다. 가장 완벽한 똥을 누는 날.
끊어지지 않고 일자로 주욱 떨어뜨리고 나면 마치 똥 눈 일이 없는 것처럼 뒤가 깨끗한.
예측대로였다. 잘 여문 똥이 내 몸에서 나와 끊어지지 않은 채로
땅과 연결되는 순간에는 가벼운 황홀감마저 느껴졌다.
우스꽝스런 자세였지만 땅과 내가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계곡 물에 다리를 걸치고 뒷물을 했으나 역시 묻어나는 것이 없었다.(47쪽)
저자는 인간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내 안에 천지가 다 들어 있고, 하늘과 땅에도 사람이 다 들어 있다. 자연회귀는 인위의 문명이 수명을 다하고 완전히 다른 문명이 시작됨을 뜻한다. 또한 자연회귀의 삶은 먼 훗날 언젠가 도래할 미래의 일이 아니라 내가 그 안에서 의미를 찾고 그렇게 살기로 작정한 그날에 시작되는 것이다.
2. 우리 시대 최고의 자연회귀 매뉴얼
먹기 ┃ 음식이 밥상에 오기까지의 여정을 음미하며 되도록 오래오래 씹는다.
볼일 보기 ┃ 인도식으로 손에 물을 묻혀 씻으며 땅과 똥과 나를 일치시킨다.
옷 벗기 ┃ 옷은 그저 피륙이 아니라 의식과 행동을 지배해온 거대한 관념이다.
추위 ┃ 인류의 미래는 추위를 견디는 힘에 달려 있다.
운전 ┃ 타이어의 진동과 떨림을 모두 느끼며 알아차린다.
절하기 ┃ 허리와 목을 꼿꼿이 세우고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반복한다.
농사 ┃ 자연농업은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유일무이한 농법이다.
건강 ┃ 방법은 오직 하나, 우리 몸을 자연의 질서에 맡기는 것이다.
노동 ┃ 반복되는 단순노동을 통해 ‘거짓 나’가 소멸되는 느낌을 체험한다.
소통 ┃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다 보면 공감대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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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1장 하늘 天
겁쟁이 느림보의 고백
천지벌거숭이
션찮은 반찬으로 맛있게 밥 먹기 - 플라스마 식사법
설거지 놀이
모닥불 명상
인도식으로 똥 누기
햇빛과 섹스하다
장작 패기 명상
고속주행 명상
추위에 대하여
경물(敬物)
절을 하는 마음
생태영성에 대해Ⅰ - 그 자리 찾아가기
생태영성에 대해 Ⅱ - 절명상
2장 땅 地
한 그루의 나무
근심과 걱정은 어디에서 오는가
고맙다, 잡초야
나와 자연농업
땡볕에 김매기
리듬에 맞춰
아끼다
닭장의 질서와 인간의 질서
채식·육식·잡식
건강과 문명
채취농업에 대해
낚시와 생명의 문제
벌목업주, 환경지킴이로 변신하다
댐 반대 운동가, 데이비드 블레이크
원자력과 인류의 미래
3장 사람 人
단순 반복 노동을 찬미하다
무경험은 죄악이다
산으로 간 해우소
트라우마
전문가 타령
타조와 마을잔치
달과 모닥불, 그리고 인생
무주상보시
빈집털이
작은 소리 큰 울림
제임스 딘과 조우하다
공감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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