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당신의 기억은 믿을 만한 것인가?
1990년대 미국 사회를 들끓게 했던 충격적인 성추행 기억 사건을 통해 기억에 관해 심리학적으로 접근한 책. 수많은 여성들이 어느날 갑자기 떠올린 성추행 기억으로 아버지와 가족들을 고발하는 사건에 기억 연구의 권위지이자 심리학자인 저자가 뛰어들어 거짓기억의 실체를 밝혀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기억은 진짜 기억일까》는 억압된 기억을 발굴하다보면 생기는 거짓기억증후군에 관한 이야기로 어린시절의 기억은 과거를 있는 그대로가 아닌 떠올린 시점에서 나타난 형태로서 과거를 보여줄 뿐이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설득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억이란 서랍속에 정리가 잘된 서류철의 일부분이 아니라 물이 담긴 그릇에 뒤섞인 한 스푼의 우유라고 비유하며 물과 우유는 따로 구분할 수도 그리고 수없이 변형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저자 자신이 20년 이상 수많은 실험을 통해 기억이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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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거짓기억이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수많은 여성들이 어느 날 갑자기 떠올린 성추행 기억으로 아버지와 가족들을 고발하고 나선 것이다. 기억 연구의 권위자이자 20세기 최고의 여성 심리학자로 꼽히는 엘리자베스 로프터스 박사가 이 문제에 뛰어들어 거짓기억의 실체를 파헤친다.
로프터스 박사는 인간의 기억 자체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기억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해서 변화하고 왜곡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믿는 기억이 실제로는 전혀 일어난 적 없는 거짓기억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1990년대 미국 사회를 들끓게 했던 충격적인 거짓 성추행 기억 사건들을 통해 사람의 기억이 얼마나 허약하고, 또 얼마나 쉽게 ‘거짓기억’이 만들어지는지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게 전해준다. 기억의 진실성을 놓고 벌어진 치열한 논쟁의 중심에 있었고, 심리학에서 가장 흥미로운 영역인 기억 현상의 수수께끼를 풀어주는 20세기 심리학계의 문제작!
거짓기억인가, 억압된 기억인가?
1980~90년대, 미국에서 삶의 여러 가지 문제들(우울증, 불면증, 거식증, 성기능 장애 등)에 시달리던 많은 여성들이 심리치료사를 찾아갔다가 어린 시절 부모나 친척에게 당한 성추행 기억을 되찾았다는 고발이 잇따른다. 그때까지 한 번도 떠올린 적 없는 기억들이었다. 이런 성추행 기억 회복은 미국 전역에서 유행처럼 번져갔다. 기억 회복과 치유에 관한 책들이 수십만 부씩 팔려나갔으며, 가해자에 대한 법적 소송이 줄을 이었다. 한 통계에 의하면, 1988년 이후 100만 명 이상이 어린 시절 성추행 기억을 회복한 것으로 추정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으로 무장한 심리치료사들은 이렇게 특정한 기억이 의식 아래 묻혀 있다가 갑자기 떠오르게 된 까닭을 ‘억압된 기억’으로 설명한다(그래서 이 책의 원서 제목이 ‘억압된 기억의 신화(The Myth of Repressed Memory)’다). 의식적으로 받아들이기에 너무도 고통스러운 트라우마적 사건을 겪은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그 기억을 억압하여 일어나지 않은 일로 간주해버리며, 그런 억압된 기억은 수년 혹은 수십 년 동안이나 계속 어둠 속에 묻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심리치료사들은 환자들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치유하려면 이 억압된 기억을 의식 위로 끄집어내 똑바로 대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 ‘억압된 기억’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심리치료사 등 임상전문가들은 환자들이 떠올린 기억을 있는 그대로의 진실로 믿었고, 기억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그 기억이 최면과 암시 등에 의해 만들어진 거짓기억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과학자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무고한 부모들이 재단까지 설립해가며 역으로 심리치료사들을 고발하고, 되찾은 기억을 철회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기억 회복의 열풍은 잦아들었다.
이 현상은 ‘거짓기억증후군’이라는 말과 함께 여러 책과 문헌에 등장한다. 어린 시절의 홀로코스트 체험을 책으로 펴내 찬사를 받았으나 그 모든 기억이 거짓으로 드러난 빌코미르스키의 사례나 외계인 납치 체험자들의 이야기처럼, 기억의 불완전성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되는 것이 보통이다. 중세의 마녀사냥이나 1980년대를 휩쓴 악마숭배집단의 공포처럼 집단적 광기와 도덕적 공황 상태로 설명되기도 하고, 모든 문제의 원인을 어린 시절에서 찾으려는 정신결정론적 심리치료의 문제와 함께 거론되기도 한다.
사실 심리치료사들이 신주 모시듯 하는 억압, 트라우마, 기억 회복 같은 개념은 프로이트에게서 유래한다. 프로이트는 억압을 트라우마와 같은 정신적 고통을 막기 위한 방어기제로 보았다. 하지만 프로이트조차 억압된 기억을 ‘발굴’해가는 일에 대해 사실상 회의적인 입장을 취했다. 전형적인 억압의 사례로 인용되는 엘리자베스 폰 R.의 기억을 두고 프로이트는 이렇게 말했다. “……더 깊이 파내려갈수록 드러나는 기억들이 인정받기는 더 힘들어진다. 중심핵에 도달할 때까지 우리는 환자가 부인하는, 심지어 재생해놓고도 부인하는 기억들과 계속 마주친다.” 특히나 프로이트는 최면이나 암시 등을 통해 끄집어낸 환자의 기억이 환상인지 실제 기억인지 제대로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했다. 프로이트는 이런 말도 남겼다. “우리에게 어린 시절의 기억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하는가도 의심해볼 수 있다. 어쩌면 우리에게는 어린 시절과 ‘관련된’ 기억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의 기억은 우리의 과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떠올린 시점에 나타난 형태로서의 과거를 보여줄 뿐이다.”
기억은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이 책은 ‘거짓기억증후군’이 한창 번져가던 1990년대, 치열한 소송과 논쟁의 한복판에서 고군분투하던 한 기억 연구자의 생생한 기록이다. 저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동료 학자들의 우려와 페미니스트 친구들의 ‘변절자’라는 비난 속에, 회복된 기억의 진실 여부를 밝히고자 용감하게 나선 최초의 과학자 중 한 사람이었다. 저자는 전문가 증인으로 법정에 나가 직접 목격한 사건들, 고발한 사람들과 고발당한 사람들에게 직접 들은 구체적인 사연들, 법정 못지않게 공방이 치열했던 논쟁의 현장을 이야기하듯 친절하게 들려준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다던 딸로부터 어느 날 갑자기 추잡한 성추행 혐의를 뒤집어쓴 부모의 이야기가 탄식을 자아내고, “기억은 없지만 성추행당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면 십중팔구 성추행당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맹목적인 심리치료 행태가 혀를 차게 만들지만, 이 책이 말하려는 것은 결국 기억 회복 치료의 문제라기보다 ‘기억’의 문제다. 비극적이고 기막힌 그 모든 이야기들은 결국 ‘우리의 기억은 믿을 만한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억압된 기억’ 논쟁은 결국 기억의 본질에 관한 논쟁이었다. 흔히 사람들은 기억이 마치 컴퓨터디스크나 서랍 속에 잘 정리해둔 서류철처럼 우리 뇌의 특정 부위에 고이 저장돼 있다가 언제고 그대로 인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기억에 대한 이런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억을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우리 마음이 맑은 물이 담긴 그릇이라고 합시다. 그리고 각각의 기억은 그 물에 뒤섞여 들어가는 한 스푼의 우유라고 보고요. 모든 성인의 마음속에는 이처럼 뿌연 수많은 기억들이 들어 있습니다. 어느 누가 거기서 물과 우유를 따로 구분해낼 수 있을까요?” 또 기억이라는 것은 “분필과 지우개로 끊임없이 썼다 지웠다 하는 변화무쌍한 칠판”과 같다고도 설명한다.
기억의 이런 성질을 이용한다면, 인위적으로 기억을 왜곡하고 새로운 기억을 주입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저자는 이미 20년 이상 수많은 실험을 통해 존재한 적도 없는 인물이나 일어나지도 않은 사건을 믿게 만드는 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거짓기억’을 심을 수 있음을 입증해왔다. 이 책에도 쇼핑몰에서 길을 잃고 부모를 찾아헤맨 적이 있다는 거짓기억을 아이들에게 심어놓는 ‘쇼핑몰 실험’을 통해 기억이 얼마나 쉽게 조작 가능한 대상인지 잘 보여준다.(7장 참고)
이 책은 듣기만 해도 끔찍한 거짓 성추행 기억 사례들을 통해 기억이 어떤 식으로 ‘재구성’되는지 증명한다. 심리적 고통에서 벗어날 손쉬운 방법을 갈구하던 한 개인이 심리치료사의 지속적인 암시, 최면, 기억 회복을 ‘목표’로 하는 치료모임, 기억 회복을 다루는 TV 프로그램, 신문기사, 책에 둘러싸여 거짓기억을 잉태하고 키워나가는 과정을 보노라면, 우리의 기억이 그리 믿을 만한 것은 아님을 깨닫게 된다.
거짓기억의 입증에 앞장섰던 과학자가 쓴 이 책이 ‘고발당한’ 사람들의 입장에 치우친 것은 부득이한 일이었다. 실제로 어린 시절 성추행을 당했고 그 기억을 평생 잊은 적 없는 ‘진짜’ 피해자들이 오해받거나 상처받을까봐 저자는 걱정한다. 하지만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혀두었듯이, 이 책은 아동 성추행, 근친상간, 성폭력의 실상이나 참상에 관해 논쟁하려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어디까지나 기억에 관해 논할 뿐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기억의 놀라운 실체를 접한다. 기억은 결코 고정되고 확고부동한 무엇이 아니라 암시, 상상, 욕망 등을 반영해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최근의 첨단 뇌과학 연구들을 보더라도 기억은 사실과 허구가 실타래처럼 뒤엉키는 복잡한 합성물에 가깝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기억에 대한 이와 같은 시각은 인간 존재에 대한 이해를 더욱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추천사]
≪변호를 위한 증언≫(1991)에서 목격자들의 기억이 얼마나 부정확할 수 있는가를 폭로해 범죄심리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와 캐서린 케첨이 이번엔 ‘억압된 기억/거짓기억 논쟁’의 중심에 섰다. 그들은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에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으로 무장한 심리치료사들이 드러낸 어린 시절 성폭행 피해 기억이 때론 거짓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극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이 실제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거나 심리치료의 효과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면, 그것은 저자들의 의도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오독일 것이다.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우리가 고정된 것이라 믿으며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기억’이 사실은 얼마나 유동적이며 부정확한 것인지, 그리고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것을 기억이란 형태로 교묘히 저장할 정도로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저자들은 성폭행과 같은 극적인 예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기억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을 이 책은 인간 존재의 심오함에 영감을 더해줄 더없이 매력적인 책이다.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저자)
[이 책에 대한 찬사]
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이 위대한 사상가들(프로이트와 플라톤)에게 도전할 결심을 했다. 그녀의 육감 때문이었을까? 기억은 모래처럼 빠져나가기 쉽고, 쥐새끼처럼 간사한 것이었다. 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인 여성 실험 심리학자였던 그녀는 우리의 기억이 사실인지 허구인지를 밝히는 철학적으로 심오하고 놀라운 실험을 고안했다. 그 결과는 일대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234쪽, 로렌 슬레이터
이 현상에 관해 씌어진 책 가운데 최고다!
-〈보스턴 북리뷰〉
거짓 성추행 기억으로 인해 파탄난 가족들에 관한 로프터스 교수의 감동적인 묘사는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극적인 드라마를 통해 우리가 가진 기억이 거짓일 수 있음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로프터스는 기억의 결함에 관한 창의적이고도 풍부한 연구 성과를 일궈왔다. 이 책은 회복된 기억의 허위성과 그 참혹한 결과를 보여준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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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추천사 - 기억에 대한 통념을 송두리째 바꿔놓다 / 정재승
머리말 - 우리는 기억의 문제를 다룬다
1. 거짓 성추행 기억으로 부모를 고발하다
2. 기억의 놀라운 속임수
3. 기이한 심리치료 : 린 이야기
4. 존재하지 않는 과거를 찾아 나서다
5. 억압된 기억의 실체를 둘러싼 논쟁
6. 우리 기억은 진짜 기억일까?
7. 기억의 왜곡과 조작을 증명하다
8. 파괴된 가정: 더그 네이글 재판
9. 억압된 기억을 발굴하는 심리치료사들
10. 심리치료 과정을 비밀리에 녹취하다
11. 억압된 기억인가, 거짓기억인가?
12. 악마와 기억 : 폴 잉그램 사건
13. 기억 : 천국과 지옥의 문제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 우리 기억은 믿을 만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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