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농사는 하늘의 뜻과 땅의 기운 그리고 사람의 땀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 하여 매우 귀하게 여겼다. 농업이 이렇게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고 인류의 생명줄을 이어갈 식량생산의 역할 외에도 환경, 경제, 사회, 문화적 측면에서 유ㆍ무형의 다양한 사회적 편익들을 창출하는 다원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서, 최근 농업ㆍ농촌의 가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농업ㆍ농촌의 숨은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채 지내온 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제 농업ㆍ농촌은 먹거리 생산과 삶의 터전이라는 전통적인 역할만을 강조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추어 그 영역을 차츰 넓혀나가고 있다. 이에 ‘365일, 춤추는 한국농업’은 우리의 생명이자 미래인 농업ㆍ농촌의 요소요소들이 우리 국민들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사랑받는 존재로 영원히 기억되는 브랜드 이상의 브랜드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는 마음으로 이제 국민 모두가 ‘농업은 생명, 농촌은 미래’의 참의미를 공감하고 이를 위해 실천해야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책 속으로 추가]
■ 마음을 움직이는 그 무엇, 브랜드
인간은 언제부터 브랜드를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브랜드(brand)’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브랜드는 고대 스칸디나비아어인 ‘brandr’에서 시작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불에 달구어 지진다.’ 즉, 낙인(烙印)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브랜드의 유래는 자신의 가축과 이웃의 가축을 식별하기 위해 인두로 지져 표시했던 것에서 그 어원을 찾을 수 있다. 또한 고대 이집트 유적에서도 브랜드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데, 당시 그곳에서 발굴된 벽돌에 새겨진 상형문자가 다름 아닌 벽돌 제조공의 이름이었다고 밝혀진바 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보건데 브랜드와 인간은 상당히 긴 시간을 함께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당시 브랜드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브랜드와는 사뭇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이처럼 식별을 위한 기능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던 초창기 브랜드는 시대의 변화를 거듭하면서 중심이 되는 기능에도 차이를 보이게 되었는데, 18세기 산업혁명을 중심으로 그 이전과 이후 그리고 지식정보사회를 일컫는 현재로 구분하여 살펴본다.
중세시대에 브랜드는 당시 유럽의 동업자조합을 일컫는 길드(Guild)를 중심으로 상업적인 측면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당시 상인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저급한 모방제품으로부터 구별하여 보호하고 위조품에 대한 처벌을 통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였다. 제품에 브랜드를 부착해서 자신들만의 독점적인 판매를 보장받았던 것이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브랜드는 식별의 수단으로서 제조자 표시를 위해 사용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18세기에 접어들어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사회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왔는데, 교통수단과 통신수단의 발전은 물론이고, 산업기계들이 대거 도입되면서 대량생산과 포장기술의 발달, 혁신적으로 세분화된 유통 그리고 소비의 확대는 브랜드의 기능을 단순히 기존의 식별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확장시키는데 기여했다. 이때부터 브랜드 네임이 새겨진 포장된 제품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올해로 179주년을 맞이하는 P&G의 첫 번째 혁신제품인 바로 아이보리(IVORY)다. 당시 비누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큰 덩어리를 작게 잘라서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아이보리는 브랜드를 달고 포장된 상태로 판매한 최초의 제품이었다. 근대산업사회에 들어오면서 브랜드는 단순히 제품의 식별기능을 넘어 제조업자의 자산으로서 제품의 품질을 보장하고 신용을 표시하는 기능까지 수행하게 되었다.
정보화 사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980년에 들어서는 기업이 소유하는 가장 큰 무형자산으로서 브랜드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기업의 잘나가는 브랜드 하나가 소비자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고 이는 곧 구매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꾸준히 미래 수익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재산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기업마케팅활동은 자연스럽게 파워브랜드를 육성하는데 초점을 두는 것으로 변하게 되었다. 파워브랜드(power brand)는 소비자로 하여금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게 하고 브랜드 충성도를 갖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의 것’을 지키기 위한 것에서 시작된 브랜드는 20세기 후반에 접어들면서부터 기업과 그 기업에서 생산되는 제품, 서비스 등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무형의 자산으로서 가치를 더하는 것으로 그 역할이 점차 발전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도시와 국가까지 브랜드 대상의 범주로 관심을 받게 되면서 개성을 표현하고 삶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것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브랜드가 개인 소유물을 타인의 것과 식별하는 기능에 치중했던 과거와는 달리 소비자들의 심리를 움직이는 정서적인 표현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는 얘기가 된다. 시대와 환경이 변하고 브랜드의 역할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브랜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답은 다음의 정의일 것이다. 미국마케팅협회(AMA: 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에서 설명하는 브랜드에 대한 정의를 한번 살펴보자. “브랜드란 판매자 개인 또는 단체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특징짓고 이것들을 경쟁자의 제품과 서비스로부터 차별화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름, 용어, 기호, 심벌, 디자인 또는 이들의 조합을 일컫는다(a brand is a name, term, sign, symbol or design, or a combination of them intended to identify the goods and services of one seller or group of sellers and to differentiate them from those of other sellers.).” 자, 지금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브랜드들을 한번 훑어보자. 단지 제품에 붙어 있는 상표만을 보고 구매했었는지, 아니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치와 상징적인 요소, 요소들이 그 제품의 구매요인으로 작용을 했었는지 말이다. 미래학자 스탠 데이비스(Stan Davis)가 그의 저서 『완벽한 미래(Future Perfect)』에서 처음 사용했던 대량맞춤(mass customizing)의 시대가 대중들에게 펼쳐지면서 소비자들은 구매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되었고 더 이상 품질이 아닌 상징적인 요소 즉, 신뢰의 정도에 따라 구매결정이 성립된다는 사실이 브랜드의 개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누군가의 마음에 들어가 감동을 선사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아 나아가 신뢰로서 사랑하게 되는 대상을 ‘브랜드’라고 말하는 시대가 된 지금, AMA에서 정의하는 위의 개념만으로 브랜드를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브랜드는 모두에게 인정을 받아야 비로소 브랜드가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변화된 현상을 반영하고 있는 브랜드의 정의에 대해 좀 더 살펴보도록 하자.
“브랜드란 판매자 혹은 판매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들에게 인지시키고 다른 경쟁자들의 그것과 차별화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특별한 이름이나 상징물(로고, 등록상표, 포장 디자인) 등을 의미한다. 브랜드는 고객들에게 제품을 생산한 주체를 알려 주어 유사한 제품을 판매하고자 하는 경쟁자들로부터 고객과 생산자를 보호한다.”
- Managing Brand Equity, David A. Aaker
“브랜드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핵심(essence), 의미, 방향이다.”
- Strategic Brand Management, Jean-Noel Kapferer
“브랜드가 감성적인 연결로 발전되기 전까지는 당신에겐 브랜드가 아니다.”
- Emotional Branding, Daryl Travis
“브랜드는 마음과 심장으로 통하는 것이다.”
- Designing Brand Identity, Alina Wheeler
브랜드에 대한 정의는 이외에도 무수히 많다. 브랜드는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그 기능 또한 과거의 그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 브랜드는 제품 그 자체를 의미하거나 오히려 상표의 의미에 더 가까웠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는 그 순간부터 시작해 일상의 숨을 쉬는 매순간순간마다 넘쳐나는 브랜드더미 속에서 살고 있다. 1분1초를 다투며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제품들, 그 속에서 남과는 다르다는 차별화를 외치며 등장했던 ‘브랜드’는 더 이상 ‘차별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진부한 느낌마저 들게 할 정도로 온통 식상한 것들뿐이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진정한 ‘브랜드’라고 인정하는 브랜드의 의미는 브랜드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케빈 로버츠(Kevin Roberts)는 브랜드가 이미 수명이 다했기 때문에 브랜드의 미래를 두고 러브마크(lovemarks)라고 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브랜드’이든 ‘브랜드 이상의 것‘이든 ’러브마크‘이든 그 대상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중요한 사실은 고객의 마음속에 들어가 오랫동안 자리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의미’와 ‘상징’처럼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지만, 감성을 자극하고 있는 무형의 가치에 무게를 두고 무언가를 판단하고 움직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기준에도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움직이는 그 무엇!
바로 이 장에서 말하려는 브랜드가 그것이다.
■ 마케팅에서 브랜드마케팅으로
브랜드 홍수 속에서 특별한 브랜드가 되기란 쉽지 않다. 관심을 끄는 것부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시장상황에서 모두 똑같은 방법으로 차별화를 추구하다면 이 또한 모순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다. 정형화된 마케팅 프로세스의 틀에 갇히거나 코앞의 트렌드를 무턱대고 쫓아간다면 특별한 브랜드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브랜드는 나만 인정한다고 해서 또 몇몇의 소수가 인정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쯤 되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인정하고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피어나는 것이 바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품질을 보장하고 신용을 표시하는 상표로서의 기능이 중심이었을 때, 기업은 소비자가 원하는 것(needs)이 무엇인지를 찾아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에 가격을 책정하여 이를 알리기 위해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4p mix), 즉 마케팅이 필요했다. 제품을 만들고 이를 판매하기 위해 알리는 것, 당시 마케팅의 논리는 이처럼 단순명료한 것이었다. 제조력과 영업력이 경쟁력이었고 유사 제품으로 조금 뒤늦게 출시하더라도 품질이 보다 우수하고 강력한 유통채널을 보유하고 있다면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촌각(寸刻)을 다투다시피 무서운 속도로 쏟아지고 있는 유사한 상품들 더미에서 더 이상 품질만을 승부로 경쟁에 살아남는다는 기존의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 것이 현실이다. 제품만의 경쟁이 아니라 고객에 대한 가치제안이 얼마나 받아들여졌는지에 대한 인식의 싸움으로 판이 바뀌었으며 고객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고객들에게 ‘그 무엇’을 어떻게 떠오르도록 하느냐와 ‘그 무엇’을 어떻게 기억되도록 하느냐에 달렸다. 무엇보다 고객과의 감성적인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에 꾸준히 집중해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제품 혹은 서비스와의 첫 대면에서 여전히 기능과 품질을 합리적으로 꼼꼼히 따지겠지만, 결국에 선택의 시간에 이르러 결정을 내리는 몫은 감성이 책임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고객과의 감성적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만이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제품 혹은 서비스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를 타 브랜드들로부터 차별적 우위를 만들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기 위해 고객의 마음속에 ‘그 무엇’을 새기는 일에 일관성을 갖고 몰두(실행과 평가)하는 즉, 브랜드 가치를 모든 마케팅 활동에 적용시키는 브랜드마케팅(brand marketing)전략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Prologue: 먹거리와 삶의 터전에서 생명과 미래의 가치로]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 산과 들과 강, 바다 온 천지가 푸름으로 가득한 요즘이지만, 언론에서 만나는 우리의 농업ㆍ농촌은 반가운 소식보다 오히려 불편한 소식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지난해 11월에 발생해 올 4월 일단락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의 악몽이 두 달 만에 다시 전북 군산에서 발생하게 되면서 국민들뿐만 아니라 축산, 유통, 요식업계가 모두 충격에 빠져 있다. 이뿐이 아니다. 지난해 미 오리건 주에서 미승인 GMO밀이 발견됐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수입밀 50%이상을 미 오리건 주에서 수입하는 우리를 초긴장상태로 몰고 갔던 사건부터 농산물 잔류농약 검출 등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해서 터지는 농산물 안전성에 대한 문제는 음식물 섭취의 두려움 정도를 뛰어넘어 이제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지난 2004년 4월,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것을 시작으로 이후 미국, 중국 등 농업강국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52개국과 FTA가 체결된 상태다. 잇따른 FTA 체결로 수입농수축산물 관세가 감축 또는 폐지되었고 이로 인해 무분별하게 밀려드는 값싼 수입 농수축산물들의 공습으로 인한 우리 농가들의 정신적ㆍ물질적 피해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국내 농산물 가격이 하락하면 그 차액의 일부를 정부에서 현금으로 메워주는 FTA 피해보전직불제도가 농가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대책으로 마련되었지만 보상받기 위한 충족요건이 만만치 않은 것 또한 답답한 노릇이다.
이뿐인가?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현상은 또 다른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 평균 기온의 추이를 보면 지난 100년(1906~2005)간 전 세계 기온이 0.74도 상승했다. 1980년 이후 기온상승 정도는 지난 100년 동안의 2배 이상이라는 것이 세계 기상 데이터 분석 결과다. 해마다 줄어드는 꿀의 생산량이 양봉 농가를 눈물짓게 하는데, 이는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개화기간이 짧아지고 전국적으로 개회시기가 비슷해지면서 꿀을 채취하는 기간이 단축되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신종 3대 돌발해충이라고 불리는 꽃매미와 선녀벌레, 갈색날개매미충의 부화가 집중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과수, 원예 농가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경기도 일대 갈색여치 주의보는 또한 이상기온현상이 가져온 피해다. 폭설, 폭우, 폭염 등 이상기온의 피해는 농작물의 출하시기와 출하량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해마다 속출하고 있는 반갑지 않은 소식들은 농민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소홀하게만은 생각할 수 없는 식량문제, 식량위기에 대한 경고에도 우리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 있다.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냉장고에 먹을 게 이렇게나 많고 마트에 가면 넘쳐나는 것이 식료품인데, 식량위기라니 어찌 마음에 와 닿을 수 있으랴.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50.2%(2015년 기준)다. 주요 식량 가운데 유일하게 자급률이 높은 항목은 쌀, 이마저도 제외하면 나머지는 국내 식량자급률은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때문에 매년 엄청난 양의 식량을 수입하고 있는 일본, EU, 멕시코, 이집트와 함께 세계 5대 식량 수입국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쉽게 말해 외국의 식량수입 없이는 먹고 살기 힘들단 얘기가 된다. 사료용 소비를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3.8%다. 국내 곡물지급률은 1970년 80%에 달했지만 1980년 56%, 1990년 43.1%로 하락했고 2009년 29.6%로 떨어진 뒤 20%대에 머물고 있다.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곡물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처지다. 반대로 식량수출국에 해당하는 호주는 179%, 프랑스 164%, 미국 150%의 순으로 식량자급률을 보이고 있다. 식량을 자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인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는 식량위기가 닥치게 되면 곡물가격 상승수치보다 더 큰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식량을 가져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식량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에 우리는 작물을 재배할 경작지가 턱없이 부족하고 또한 지구온난화에 의한 가뭄, 대홍수 등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기상이변과 사막화 현상으로 식량생산 기반은 점점 더 약화되고 있으며 과학의 발달로 노령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세계 인구는 꾸준히 증가한다는 전망 또한 식량안보에 대한 우려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주목된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農者天下之大本(농사는 천하의 가장 큰 근본이 되는 중요한 일)’이라 하여 농사를 무엇보다 중히 여겨왔다. 이는 농사를 업으로 삼고 있는 농부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농사를 짓지 않는 이들도 마음으로나마 동참하고 고생한 농부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고 하니, 우리 선조들이 농업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새삼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어떠한가? 다양한 산업들이 등장하고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삶이 바빠진 지금도 과연 농업을 존귀하게 여기고 농민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달라졌다고 해서 농업의 중요성이 덜해진 것일까?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농업ㆍ농촌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끼니때마다 밥상에 당연하게 오르는 식재료들의 공급처 정도로 ‘농업’을 이해하고 있고, 해마다 찾아오는 휴가철이면 지친 심신을 쉬게 할 공기 좋고 한적한 휴식처 정도로 ‘농촌’을 떠올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온전히 우리의 편의에 의해서만 말이다. 농업ㆍ농촌의 의미는 과연 이게 전부일까?
우리에게 있어서 농업과 농촌은 이렇게 간단하게 정의내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들의 삶 곳곳에서 우리와 함께 호흡해왔던 또 하나의 우리 자신이었다고 한다면 그래도 조금은 그 참의미에 근접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주 생소한 정의라고 생각되는가? 내가 농사짓는 ‘농민’이 아니고 내 삶의 터전이 ‘농촌’이 아닌데, 또 하나의 ‘나’라고? 이에 대한 의문을 공감으로 바꿀 수 있는 기분 좋은 생각의 전환!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 이 책의 취지는 시작되었다. 적어도 하루에 세 번은 꼭 돌아오는 식사 때만이라도 오랜 시간 피와 땀으로 공들여 맺은 결실을 우리에게 선물해준 농부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 그리고 먹거리를 장바구니에 담을 때 가격의 유혹보다는 우리 땅에서 우리가 직접 키워 신선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우리 농축수산물을 선택하겠다는 단 일초의 망설임도 없는 선택에 대한 의지를 갖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책을 준비한 이로서 충분히 보람을 느낀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것을 사랑하지 않으면 세상 어느 곳에서 사랑받을 수 있겠는가? 이는 비단 애국심에 호소하는 문제가 아니다. 수입농산물이 지구 반대편에서 우리 식탁까지의 길고긴 유통과정을 거쳐 엄청난 양의 농약에 노출되어 있다는 끔찍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광고에 현혹되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형형색색의 빛깔에 속고 혀를 자극하는 맛에 또 한 번 속는 어리석은 소비자, 바로 우리들의 태도를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일에 대한 문제이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농업은 생명, 농촌은 미래’라는 이 슬로건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농업’을 왜 ‘생명’이라고 하는지 ‘농촌’을 왜 ‘미래’라고 하는지에 대해서 과연 제대로 알고 있는지, 아니 한번이라도 그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일찍이 우리 조상들은 농사는 하늘의 뜻과 땅의 기운 그리고 사람의 땀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매우 귀하게 여겼다. 모든 산업의 근간이 되는 농업은 인류의 생명줄을 이어갈 식량생산 외에도 경제, 자연ㆍ환경, 사회ㆍ문화적 측면에서 유ㆍ무형의 다양한 사회적 편익들을 창출하는 다원적 가치Multi-functionality를 지니고 있다. OECD 농업각료회의 공동선언문, UR 농업협정서문, 제3차 WTO 각료회의, FAO 창설 50주년기념 농업각료회의에서 채택된 퀘벡선언문, 세계식량정상회의World Food Summit에서 채택된 로마선언문Rome Declaration에서 농업의 다원적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한바 있다. 오래전부터 농업은 식량공급이라는 본원적 기능 이외에 환경보전, 생물다양성 유지, 토양보전, 수자원보호, 대기정화, 농촌사회유지, 국토균형발전, 전통사회와 문화보전, 국민정서의 순화라는 비시장적이고 비교역적인 다원적ㆍ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농업ㆍ농촌의 이러한 다원적 가치는 다른 어떤 산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농업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농업과 농촌의 숨은 가치를 우리는 그동안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는지 한번쯤 되돌아봐야할 일이다. 이제 농업ㆍ농촌의 문제는 비단 농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실감하고 국민 모두가 ‘농업은 생명, 농촌은 미래’의 참 뜻을 알고 공감대를 가져야 한다.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지키는 일은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이 소중한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우리 모두가 실천에 나서야할 때이다. 그 실천에 있어서 관계부처와 관련 산업 종사자, 농민뿐만 아니라 이 땅에 살고 있는 국민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지키는 일에 동참해야 한다. 이러한 움직임이 실천으로 이어지려면 우선 우리 모두 그 가치에 대해 제대로 알고 공감해야 한다. 그리고 공감을 위해서 소통은 필수다. 한 글자 한 글자 이 책을 채워나간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땅을 일구는 농부에게도 그 은혜로 건강하게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각자의 책임과 의무에 충실하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우리 국민 모두가 농업ㆍ농촌의 소중함을 알고 공감하는 것. 이러한 바람으로 이 책을 준비하게 되었다. 1장에서는 그 기분 좋은 변화의 시작을 위해서 우선 달라져야 할 점, 바로 농업과 농촌을 살아 있는 생명체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를 든다. 이어지는 2, 3장에서는 지금 당장은 획기적으로 보이지만 반짝하고 사라지는 성공신화보다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일을 생각하는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묵묵히 준비하고 실천해나가는 우리 농업ㆍ농촌의 진실 된 희망을 담았다. 끝으로 4장에서는 우리의 생명이자 미래인 농업ㆍ농촌의 요소요소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로 영원히 기억되는 브랜드 이상의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실천하고 관리하는 과정이 필요함을 다시 한 번 당부한다. 이러한 본문의 내용들이 어떤 이에게는 계획한 일에 색다른 아이디어를 더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다른 어떤 이에게는 기존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그리고 또 다른 이에게는 우리 농업ㆍ농촌에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기분 좋은 메시지를 전하는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농업ㆍ농촌이 미소 지을 때 비로소 우리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나 스스로도 되뇌면서 말이다.
이제 농업ㆍ농촌은 먹거리 생산과 삶의 터전으로서의 역할이라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추어 관광, 식품, 의료, 생명과학, 신소재, 치유 등 다양한 산업으로 빠르게 그 영역을 넓히면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렇게 커다란 혁신과 변화의 환경 속에서 국가발전을 위해 농업ㆍ농촌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요즘, 우리 농업이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우뚝 설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힘써야 할 때다.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2017년 7월
‘생명과 미래의 가치로 거듭나는 우리의 농업ㆍ농촌’을 꿈꾸며
저자 씀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Prologue 먹거리와 삶의 터전에서 생명과 미래의 가치로 008
Part 1. 브랜드마케팅 대상으로서의 농업과 농촌 017
chapter 01. 브랜드마케팅이란 무엇인가? 018
chapter 02. 왜 브랜드마케팅인가? 027
chapter 03. 브랜드마케팅과 농업ㆍ농촌의 만남 033
Part 2. 춤추는 우리 농업 040
chapter 01. 내일을 위한 착한 아이디어 041
chapter 02. 감성을 파는 농식품 시장 104
chapter 03. 고가치(高價値)로의 소비문화 138
chapter 04. 一人多色 맞춤소비시대 169
chapter 05. 농업 4.0 시대, K-농업의 힘 187
Part 3. 춤추는 우리 농촌 204
chapter 01. 아이들의 농촌사랑 법 205
chapter 02. 자연의 품으로, 귀촌 비즈니스 226
chapter 03. 농촌으로의 색다른 초대 246
chapter 04. 느림의 美學, 천천히 가는 마을 266
Part 4. 농업ㆍ농촌을 브랜딩하다 293
chapter 01.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294
chapter 02. 불편함과 村스러움을 판다 317
chapter 03. 농업한류를 꽃피우다 338
Epilogue 365일, 우리 농업ㆍ농촌이 춤추는 그날까지 366
[알라딘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