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의 삶이야말로 진정 불놀이가 아닌가!
, , 등 우리 근현대사를 대하소설로 그려낸 조정래 소설가의 대표작『불놀이』. 해방 이후 좌우의 이념대립이 극명했던 벌교를 중심으로 이념 이전에 감정의 혼란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한(恨)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성공한 사업가에게 찾아온 느닷없는 전화 한 통에 30년 가까이 묻어두었던 과거가 드러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소설가 조정래를 오늘에 있게 한 사회 문제작으로 평가되어진다. 1982년 문예지에 발표한 네 편의 중편소설 「인간 연습」「인간의 문」「인간의 계단」「인간의 탑」을 한데 모아 연작 장편소설로 묶은 것으로, 영어와 프랑스판으로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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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성공한 사업가에게 찾아온 느닷없는 전화 한 통에
피맺힌 과거의 한(恨)이 한 꺼풀씩 벗겨진다!
소설가 조정래를 오늘에 있게 한 사회 문제작『불놀이』
30년 가까이 묻어두었던 과거가 무심코 받은 전화 한 통에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한다면, 냉정하고 메마른 목소리의 남자가 매일 밤 같은 시간에 나를 찾아 잊으려고 몸부림치던 일들을 끄집어내려 한다면, 인간이 참아낼 수 있는 한계점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
1982년 문예지에 발표한 네 편의 중편소설 「인간 연습」「인간의 문」「인간의 계단」「인간의 탑」을 이듬해 연작 장편소설로 묶은 『불놀이』는 1999년 (전9권)의 두 번째 책으로 재출간된 바 있고, 1997년에는 미국 코넬대학 출판부에서 영어판이, 1999년에는 프랑스 아르마땅 출판사에서 프랑스어판이, 2005년 독일 페페르코른 출판사에서 독일어판이 출간되며 세계인에 소개되었다(현재 중국어와 스웨덴어로 번역 중). 해방 이후 좌우의 이념대립이 극명했던 벌교를 중심으로 이념 이전에 감정의 혼란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한(恨)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 작품은『대장경』(1972년)에 이은 작가의 두 번째 장편소설로, 문학평론가 황국명(현 인제대 교수)은 “역사에 대한 거시적 안목과 통찰이 돋보이”며 “격렬한 사회 변동에 가족사를 정교하게 접목시키고, 역사적 삶에 최대로 밀착하면서 또한 개체의 운명을 섬세한 촉수로 감지해낸다”고 평한 바 있다.
여순반란사건과 6ㆍ25전쟁을 겪으면서 한 마을의 세습된 지주 집안과 그 밑에서 농노처럼 억눌려 살아온 이들 사이에서 벌어진 학살과 복수의 한 맺힌 악순환을 형상화한 이 작품은 사건이 있은 지 29년 동안 가족도 모르게 숨겨온 과거가 한순간 드러날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50대 남자의 불안으로 시작된다. 지주 집안의 장정 38명을 찔러 죽이고 남의 아내마저 겁탈해 인면수심의 존재처럼 보이는 주인공은, 동학농민운동의 실패로 숨어 살아야 했던 집안의 자손이면서 자기 아내가 몰매 맞아 죽을 때 손 한번 써보지 못한 채 정신적 불구가 된 아들 역시 품어낼 수 없었던 비운의 인물이다.
이 작품에는 봉건 제도가 무너져버린 후에도 토지소유나 생산의 관계는 끈질기게 남아 있었음이 여실히 담겨 있으며, 일본제국주의가 벌인 식민지 수탈정책까지 그 위에 겹쳐져 땅을 갈면서도 그 위에 삶은 세울 수 없었던 핍박받던 사람들의 한(恨)이 그려져 있다. 백성들은 농토를 소유하지 못했기에 궁핍했고 그와 동시에 가진 자들에 의해 천하게 대해졌으며, 결국 억울함은 커져만 갔던 것이다.
당시 일간지 기자였던 김훈(현 소설가)은 『불놀이』에 대해 “소설은 살육과 광기의 바탕이 된 한(恨)의 내용과 빛깔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면서 그 한풀이가 상대방의 한맺힘을 의미한다면 그 한풀이에 의하여 역사는 진보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신분으로도 재물로도 억눌린 자들의 생애에서 얽히고설키는 한(恨)을 냉엄한 시선으로 적나라하게 그렸기에 “한(恨)이 이데올로기에 편승해 무장되었을 때 얼마나 어둡고 짐승스러운 광기와 살육을 저지르게 되는가를 그려내면서 설움을 앞세운 폭력과 살육에 의해서는 인간도 역사도 결국 구원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암시한다”고 김훈은 말했다.
추리적 사건전개에서 시작해 민중의 설움과 분노를 다이내믹하게 펼쳐내고 있는 장편소설 『불놀이』는 평화와 생산의 도구인 농기구를 만들던 손이 학살과 파괴의 도구인 창을 만들기까지 핍박받아온 삶을 우회적으로 그리고 있기에 현재의 독자들에게 더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6ㆍ25전쟁 전후의 사건들이 민족의 무의식에 남긴 상흔과 함께 우리 민족의 염원이자 비원인 조국 통일에 대해 숙고해 볼 수 있을 것이며, 억압과 분노를 풀어내는 것은 통합과 화해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될 것이다.
[줄거리]
상당한 규모의 철강기업을 운영하며 재력을 축적한 황복만 사장은 어느 날 의문의 전화를 받는다. “배점수 씨, 당신 너무 오래 살았다고 생각지 않소?”로 말문을 연 사내는 황 사장이 고향인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 회정리를 떠나오기 전 이데올로기의 파고에 휩쓸리면서 지주였던 신씨 가문의 장정 38명을 죽였다는 사실을 29년이 흐른 지금 일깨우기 시작한다. 자신은 농노로 평생을 바쳤으나 땅 못 가진 설움을 아들에게는 물려주지 않으리라 결심한 황 사장의 아버지 때문에 억지로 배운 대장장이 일에서 그는 살육의 무기가 된 창을 만들었던 것이다.
좌익 사상을 따르는 방 선생의 도움으로 글을 익히던 배점수는 그사이 ‘빨강물’이 들어 점점 깊이 활동에 참여하면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 되고, 비루하고 가난했던 사람이 잘사는 새 세상이 당장 찾아오리라는 믿음으로 가진 자들을 향해 폭력과 억압을 일삼는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힘의 대결로 마을에서 도망쳐 결국 산사람이 되었고, 빨치산 조직이 와해되면서 타지로 떠난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 모자란 척 행동하며 이리저리 휩쓸리다 부산까지 흘러든 그는 대장장이 일을 다시 시작해 근대화의 물결을 타고 엄청난 부를 축적하면서 급기야는 피란민들에게 주어진 가호적 신고를 이용해 출신지와 신상기록을 바꿈으로써 황해도 출신으로 거듭난다.
역시 그 사내에게 전화를 받은 황 사장의 아들이자 대학의 전임강사인 황형민은 “아버지의 죄를 확인할 책임”을 지기 위해 난생처음 회정리로 찾아가 숨겨졌던 과거와 조우한다. 아버지에게는 아내가 있었고, 그가 지주 가문을 쑥대밭으로 만든 후 도망친 후 그녀는 보복으로 당산나무에 묶인 채 맞아 죽었으며, 다섯 살이었던 이복형은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충격으로 정신적 불구상태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네 차례의 전화통화를 통해 자신이 배점수에 의해 죽임을 당한 아버지와 겁탈당한 어머니의 아들임을 밝힌 신찬규는 집안 어른들의 억울한 죽음과 죽기 전까지 울화병으로 고통당한 어머니의 원한까지 갚기 위해 9년 3개월을 가깝도록 월부책 장사일을 하며 전국 곳곳을 돌아다녔다. 사진 한 장을 근거로 찾기 시작한 그의 노력은 마침내 결실을 이루게 되고 선대의 원한을 후대에 물려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배점수의 목숨을 옥죄인다. 신찬규가 사건 당시 어머니 뱃속에 이미 있었음을 알지 못한 황 사장은 아들에게 협박당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충격이 더 컸고, 사선을 넘나들다 마침내 세상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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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작가의 말
1장 인간연습
2장 인간의 문
3장 인간의 계단
4장 인간의 탑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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