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은이는 사회과학과 생명과학 전반의 연구와 통찰을 종합해, 스티븐 핑커, 리처드 도킨스, 재레드 다이아몬드 같은 저명한 학자들을 비판하고 보충해가면서, 인간의 독특한 지위, 곧 심리와 행동의 본성과 문화적 다양성을 진화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풀어낸다.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땅 위로 내려선 유인원이 포식과 집단 간 경쟁, 변동하는 외부환경이라는 조건하에서 ‘노하우 경로’와 ‘사회성 보육 경로’를 이중으로 거치며 오늘의 ‘사람’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그리하여 이 책은, 우리가 문화, 유전자, 생물, 제도, 역사의 접점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과 인간의 행동 및 심리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꿔놓는다. 이 접근법은 우리가 제도를 입안하고, 정책을 고안하고, 사회문제를 처리하고, 인간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방식에도 실천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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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진화의 루비콘강’을 건넌,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동물’
선천적인, 타고난 지능은 답이 아니다. 비밀은, 두 살 반 아이들의 강점이었던 ‘사회적 학습’, 바꿔 말해 집단두뇌가 문화적으로 획득해온 정신적 기량과 노하우에 있다.
1845년에 북극해를 가로지르는 북서항로 개척을 위해 떠난 프랭클린 탐험대는 105명의 대원이 4년 반 넘도록 유빙과 동토라는 환경과 마주하면서도, 이누이트족이 잘만 지내는 그곳을 견디지 못하고 모두가 차례로 죽어갔다. 하지만 이보다 15년 전의 로스 탐험대, 그리고 50년 뒤 북서항로 횡단에 최초로 성공한 로알 아문센 탐험대는 달랐다. 이누이트족에게 배웠기 때문이다.
이 길 잃은 유럽인 탐험가들, 영리한 침팬지, 이동하는 수렵채취인, 신경과학 연구, 오래된 뼈, 인간 유전체 모두를 넘나들면서, 하버드대 인간진화생물학 교수 헨릭은 우리의 집단두뇌가 우리 종의 유전적 진화를 추동하며 우리의 생물학을 조형해왔음을 보여준다. 초기에 남들에게 배우기 위해 필요했던 능력들은 수많은 문화적 혁신을 낳았고, 그 결과인 불과 조리, 물통, 식물 지식, 발사무기 등은 차례로 우리 뇌의 확장을 주도하며 우리의 생리, 해부구조, 심리를 결정적으로 바꿔놓았다. 나아가 일부 집단두뇌들은 지레와 바퀴, 나사, 문자 같은 강력한 개념들을 낳고 또 재조합했으며, 그러는 한편으로 만들어낸 제도와 사회규범들은 계속해서 우리의 동기와 지각을 바꿔나갔다.
이 모든 것의 핵심은, ‘사람’의 이 놀라운 성공의 비밀은 아마도 200만~180만 년 전쯤 호모속이 ‘진화의 루비콘강’을 건넜고, 그때부터는 문화적 진화가 우리 종의 유전적 진화의 일차적인 동력이 되었다는 것, 따라서 인간의 삶과 행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리, 문화, 생물학, 역사, 유전자의 풍부한 상호작용과 공진화에 초점을 맞추는 새로운 종류의 진화과학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루비콘강을 건넌 뒤로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동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세대 사회과학 연구를 근본적으로 모양지을 이 패러다임 최초의 포괄적 성명서”
‘문화’란 우리 모두가 성장하는 동안 주로 다른 사람에게서 배우는 방법으로 습득하는 관행, 기법, 발견법(휴리스틱), 도구, 동기, 가치, 믿음 따위로 이루어진 커다란 덩어리다.
오스트레일리아 빅토리아주에서 남쪽으로 200킬로미터 떨어진 태즈메이니아섬 원주민은 18세기 말에 그때까지 알려졌던 그 어떤 사회보다 단순한, 딱 스물네 가지 도구를 갖추고 있을 뿐이었다. 사냥과 전투 도구라고는 돌과 이음매 없는 창, 던지는 곤봉뿐이었고, 배는 물이 새는 갈대 뗏목에, 노마저도 없었다. 섬 주위에 물고기가 풍부한데도 물고기를 잡지도 먹지도 않았다. 물은 머리뼈로 떠 마셨고, 불 피우는 능력조차 잃어버렸다.
태즈메이니아인과 그들의 도구는 그때 배스해협 바로 건너편 빅토리아주에서 파마늉안어를 쓰며 살았던 원주민보다, 심지어 4만 년 전 이후의 유럽에서 발견되는 도구의 대다수보다도 훨씬 조잡했고, 네안데르탈인들이나 심지어 더 오래된 우리 호모속 구성원이 만든 석기와 엇비슷했다. 접촉과 교류가 없고 집단의 규모가 작아서, 퇴보한 것이다.
200만 년 전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 에렉투스가 엇갈리던 무렵까지 이런 퇴보와 진보가 오래오래 되풀이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는 그 문턱을 넘어섰다.
거인과 난쟁이―혁신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그러므로 문화-유전자의 공진화를 고려하지 않고 인간의 해부구조, 생리, 심리의 진화를 이해하려는 것은 물고기의 진화를 연구하면서 물고기가 물속에서 살면서 진화했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화적인 종’으로의 이 대전환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이해하는 일은 우리 종의 기원에 관한, 우리가 생태적으로 엄청나게 성공한 원인에 관한, 자연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독특한 위치에 관한 사고방식을 바꾼다. 그렇게 만들어진 통찰들은 지능, 믿음, 혁신, 집단 간 경쟁, 협동, 제도, 의례, 개체군 간 심리적 차이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꾼다. 우리가 문화적인 종임을 인정한다는 것은, 심지어 단기적으로도(유전자가 변화할 시간이 없어도) 제도, 기술, 언어 따위가 심리적 편향, 인지능력, 정서적 대응, 선호와 함께 공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더 장기적으로, 유전자는 이 문화적으로 구축된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하고 있고, 이것이 지금껏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듯, 인간의 유전적 진화의 일차 주도자다.
우리가 영리한 것은 맞지만, 그 이유는 우리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어서도 아니고 우리 자신이 거인이어서도 아니다. 우리는 난쟁이들로 세워진 커다란 피라미드의 어깨 위에 서 있다. 난쟁이도 피라미드가 올라가는 동안 조금 자라기는 하지만, 우리가 더 멀리 보게 해주는 것은 여전히 난쟁이의 숫자이지, 특정한 난쟁이의 키가 아니다.
그리고 이 집단두뇌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나면, 왜 현대 사회의 혁신성에 차이가 있는지도 보이기 시작한다. 답은 개인들의 영리함이나 인센티브가 아니다. 그것은 지식의 최전선에 있는 수많은 개인들의 자유롭게 상호작용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이의를 제기하고, 서로에게 배우고, 힘을 합치고, 낯선 사람을 신뢰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의지와 능력이다. 혁신에 필요한 것은 한 명의 천재나 하나의 마을이 아니라, 자유롭게 상호작용하는 마음들의 거대한 연결망이다. 이를 성취하는 일은 사람들의 심리에 달려 있고, 그 심리는 한 묶음의 사회규범과 믿음, 더불어 그것이 조성하거나 허용하는 공적 제도에서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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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머리말
제1장 수수께끼 같은 영장류
제2장 지능은 답이 아니다
제3장 길 잃은 유럽인 탐험가들
제4장 문화적인 종을 만드는 법
제5장 커다란 뇌가 무슨 소용? 혹은, 문화는 어떻게 우리를 겁쟁이로 만들었는가?
제6장 왜 어떤 사람들은 눈이 파랄까
제7장 신뢰의 기원에 관하여
제8장 명망과 권력, 그리고 폐경
제9장 외척과 근친상간 금기, 그리고 의례
제10장 집단 간 경쟁이 문화적 진화의 틀을 형성한다
제11장 자기길들이기
제12장 우리의 집단두뇌
제13장 규칙이 있는 의사소통 도구
제14장 문화에 동화된 뇌와 명예를 아는 호르몬
제15장 우리가 루비콘강을 건넜을 때
제16장 왜 우리였을까?
제17장 새로운 종류의 동물
후주/ 참고문헌/ 도판 출처/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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