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전작을 원문으로 생생하게 만난다!

「셰익스피어 전집 2차분」제7권『십이야, 혹은 그대의 바람』. 이 작품은 희극이므로 해피엔딩에 산문적이지만, 동시에 비극적이기도 하다. 작품 전체의 미학이 복잡하고 모순적이어서 결코 명랑해질 수 없는 인간관계의 한 경지를 보여준다. 작품 속에서 신분을 뛰어넘어 사랑에 빠지는 올리비아는 신분사회의 약화 내지 해체를 보여준다.

비올라와 세바스찬은 거의 똑같이 생긴 쌍둥이 남매다. 바다에서 폭풍을 만난 둘은 헤어져 표류하다 일리리아 해변 각각 다른 곳에 닿게 된다. 비올라는 남장을 하고 이름을 세사리오로 고쳐 부르며 오시노 공작의 시녀로 들어갔다가 이내 그에게 반한다. 오시노는 아름다운 백작 부인 올리비아한테 빠져 세사리오를 보내 청혼하지만 올리비아는 오히려 세사리오(비올라)한테 홀딱 반하고, 그러는 동안 세바스찬은 자신을 도와준 선장 안토니오를 찾아 섬을 헤맨다.……

오시노-올리비아-세사리오(남장한 비올라)의 애절한 삼각구도에 당혹한 비올라는 혼자 생각에 빠져 독백한다.

“……주인님은 그녀를 끔찍하게 사랑하셔,
그리고 나, 불쌍한 양성 괴물은, 못지않게 주인님께 홀딱 빠졌고,
그런데 그녀는, 잘못 알고, 내게 홀딱 빠진 것 같아.
어찌 되려고 이러지?……”

복장은 단순히 정체(성, 신분)를 숨기고 위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 작품에서 복장은 거의 마법적인 힘을 갖는데, 극의 마지막에 오시노 공작이 예비 신부 비올라에게 그녀 본명을 부르지 않고 그녀가 여인으로서 옷을 입기 전까지 온전한 여인으로 대하지 않는다.
2막 4장 비올라와 오시노 공작의 대화에서 성(性)에 따라 달리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이 되풀이 표출된다. 신분을 뛰어넘어 사랑에 빠지는 올리비아는 신분사회의 약화 내지 해체를 보여준다.

희극이 비극의 살을 이루는 근대 너머의 사랑
〈12야〉에서 사랑은 한마디로 정체불명이다. 감정은 깊고 깊지만, 대상은 오리무중이고, 오해로 인해 상대가 뒤바뀌어도, 오해가 풀려 상대가 뒤바뀌어도 상관이 없다. 셰익스피어의 ‘너무 이른 나이 너무 연상 여자와의 결혼’에 따른 여성혐오증이 희극 정신을 변질시키고 있다는 말이 있지만, 여성혐오증이 사실이란들, 이것은 〈12야〉의 희극 정신을 변질시키기는커녕 근대 너머로 심화한다. 현대를 맞으며 결코 명랑해질 수 없는 인간 감정 관계의 한 경지를 우리는 먼저 보고 있다.
-역자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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