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예술은 어디에서 샘솟는가? 예술의 근원에 대한 하이데거의 깊은 성찰
이 책은 하이데거가 1935년 프라이부르크의 예술학 학회에서 행한 강연을 담고 있다. 이 강연은 1936년 취리히에서 대학교 총학생회의 초청으로 다시 한번 행해졌고, 1950년에 논문집 『숲길』에 실려 일반 대중이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숲길』에 실린 강연문은 하이데거의 수정을 거쳐 1960년 레클람의 일반 도서관 총서의 특별판으로 출간되었으며, 이 특별판은 이후 1977년에 전집 5권으로 발행된 개정판 『숲길』의 토대가 되었다. 이 책은 전집 5권에 실린 「예술 작품의 샘」뿐만 아니라 1935년의 초판본인 「예술 작품의 샘에 대하여」도 수록하고 있으며, 하이데거의 제자였던 한스-게오르크 가다머가 쓴 「입문을 위하여」로 끝을 맺음으로써 「예술 작품의 샘」이 갖는 의의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 책에서 하이데거는 예술이라는 주제와 관련해서 놀라울 정도로 새로운 개념들의 체계를 과감하게 출현시켜 철학계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여기에서 하이데거는 예술 작품의 본질적 존재가 새어 나오는 곳에 대해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예술은 어디에서 그리고 어떻게 주어져 존재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 하이데거는 예술 작품을 사물 개념과 구분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여 자신의 고유한 세계를 열어젖히는 예술의 성격을 논하고, 예술이 작품답게 힘을 발휘하는 곳에서 그 본질적 존재를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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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물의 사물다운 측면, 도구의 도구다운 측면
하이데거는 신칸트주의 철학이 오래전에 관념론적 미학을 은폐했다는 사실을 출발점으로 삼아 예술 작품의 본질적 존재에 대해 깊이 성찰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신칸트주의 철학에 의하면 본래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사물다운 측면이고, 이 측면은 감각기관에 주어진 사실인 데 반해 사물다운 측면에 덧붙는 의미와 그 측면이 가지는 가치는 그저 주관적으로 타당할 뿐인 별도의 규정들이다. 하이데거는 이런 존재론적 선입견을 물음의 실마리로 삼아 사물의 사물적 성질을 다시 묻고, 기존 개념들을 뒤흔들며 여러 선입견에 사로잡힌 철학적 미학 개념 자체를 극복한다. 이 책에서 그는 농민의 신발 한 켤레를 그린 반 고흐의 유명한 회화, 〈신발 한 켤레〉를 예시로 들며 ‘도구’ 개념을 출현시킨다. 하이데거가 도구라고 이름하는 것은 어떤 목적에 쓰여야 하는 사물을 제작할 때 본보기가 되는 제작 모델이다. 예술 작품 역시 제작된 사물이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사물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더 말하고 있다. 회화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우연히 있는 신발 한 켤레가 아니라 도구 자체의 진실한 본질적 존재이다. 농민이 살아가는 세계 전체가 신발 속에 있다. 도구는 어떤 용도로 쓰일 때 도구답게 존재하지만, 도구의 용도 자체가 도구의 충만한 본질적 존재 속에서 쉬고 있다. 하이데거는 이러한 도구의 진실한 본질적 존재를 ‘정(情, Verl?sslichkeit)’이라고 이름한다. 그렇게 예술 작품은 작품 속에서 존재자에 관한 진실을 산출하며 자신의 고유한 세계를 열어젖힌다.
세계와 대지의 투쟁에서 작동하는 진실의 벌어짐
가다머에 의하면 하이데거의 작업은 창조적인 것을 주관의 천재적 업적으로 오해하는 고전 미학의 천재 개념을 명백하게 거부하고 있다. 하이데거는 예술 작품의 존재를 규정하기 위한 중요 개념으로 ‘대지’ 개념을 출현시키는데, 이는 작품의 존재가 지닌 구조를 그 창조자나 관찰자의 주관성으로부터 독립시켜서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그는 예술 작품의 성격을 세계를-열어젖힘으로 설명하는 한편 작품이 일으켜 세우고 열어젖히는 ‘세계’ 개념 옆에 ‘대지’라는 대립 개념을 세운다. 세계 개념은 오래전부터 하이데거의 해석학에서 주요한 개념들 가운데 하나였다. 세계가 ‘스스로를-엶’이라면 대지가 갖는 특징은 ‘스스로를-숨김’이며, 예술 작품 속에는 세계와 대지가 둘 다 있다. 예술 작품은 무엇인가를 가리키거나 어떤 의미를 지시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고유한 존재를 나타낸다. 예술 작품을 이루는 것들은 비로소 예술 작품 속에서 본래적으로 거기에 존재하고 숨겨진 채로 숨어 있다. 작품은 세계를 일으켜 세우고 대지를 데려와 세우면서 세계와 대지 사이의 투쟁을 일으키고 그것을 완수한다. 세계와 대지 사이의 투쟁을 투쟁답게 맞붙일 때 작품이 작품답게 존재하고 예술 작품 속에서 진실이 작동한다.
하이데거가 예술 작품 속에서 사물의 진실이 분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한 것은 그야말로 진실의 벌어짐에 대한 논의가 의미심장하다는 점을 증명하려 한 것이다. 이에 가다머는 하이데거의 작업이 예술 작품의 존재를 더 적합하게 묘사하는 일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하이데게에게 있어 중요한 철학적 관심은 존재 자체를 진실의 벌어짐으로 이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이데거 성찰의 선명한 이해를 돕는 책의 구성
이 책에는 1972년부터 하이데거가 사망하기 전까지 그의 개인 조교였고 현재는 하이데거 전집의 편집을 담당하고 있는 프리드리히-빌헬름 폰 헤르만의 안내문이 수록되어 있다. 그가 쓴 「편집자의 서언」은 「예술 작품의 샘」과 하이데거의 소위 두 번째 대표작인 『철학에의 기여(사건에 대하여)』의 관계를 잘 지적하고 있다. 이를테면 하이데거가 쓴 이 책의 「부록」에는 “예술은 사건에 속한다”라는 구절이 있는데, 그 사건의 구조는 『철학에의 기여』에서 최초로 정교하게 완성되었다. 나아가 『철학에의 기여』는 이 책에 각주 형태로 최초로 수록된 「예술 작품의 샘」의 본문 가장자리에 하이데거가 써놓은 메모들에도 빛을 비추고 있다. 이런 부분들을 통해 「예술 작품의 샘」에서의 하이데거의 성찰이 원래부터 사건의 본질적 존재의 구조 속에 있는 관계들과의 연관들을 바탕으로 생각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 책에 수록된 헤르만과 가다머의 안내문, 그리고 1936년의 강연에서는 생략된 1935년 초판본의 내용을 주목하면 독자들은 하이데거의 의도를 더욱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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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편집자의 서언
예술 작품의 샘(1935/36)
사물과 작품
작품과 진실
진실과 예술
후기
부록
예술 작품의 샘에 대하여[샘으로부터](초판본, 1935)
입문을 위하여(한스-게오르크 가다머,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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