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반 고흐의 고통스러웠던 인생 그리고 찬란했던 미술작품의 비밀
강렬한 색채와 격정적 필치로 독창적인 화풍을 개척한 후기 인상파의 대표적 화가 빈센트 반 고흐, 『반 고흐, 영혼의 편지』에 이은 두 번째 편지 선집. 1999년에 출간된 이래 많은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반 고흐, 영혼의 편지』에 이어 두 번째 편지 선집이 재출간되었다.
『반 고흐, 영혼의 편지 2』는 동시대의 절친한 화가, 안톤 반 라파르트와 빈센트 반 고흐가 5년간 주고받았던 편지를 모은 것이다. 고흐 그림에 관한 자세한 설명에 더해, 동시대 화가들에 대한 견해와 그림을 향한 치열한 열정,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확고한 태도 등 고흐의 개인사보다는 시대를 풍미한 위대한 화가로서의 면모를 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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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빈센트와 라파르트가 편지를 주고받았던 1881년 이후 5년간은 고흐의 전 생애 가운데 가장 중요했던 시기라 말할 수 있다. 성직자의 삶을 열망했던 반 고흐가 에텐으로 돌아와 스물여덟, 예술가로서의 늦은 출발을 시작했던 그 무렵, 고흐는 예술에 대한 갈망과 열정으로 가득했다. 자신의 육체와 정신이 삶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스스로에게 엄격했지만, 그는 예술을 향한 열정만큼이나 숭고하고 순수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생애는 늘 지독한 외로움과의 투쟁이었다.
이 책에 실린 편지들은 빈센트의 성품 깊은 면모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가 간직했던 휴머니즘의 유산이다.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는 빈센트가 직면했던 물질적, 정신적 곤란과 그가 이겨내야만 했던 투쟁, 그리고 한 화가가 지녔던 희망, 강인함, 천재성의 진행 과정을 보여준다. 고흐는 동생 테오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700여 통이 넘는 편지글을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이 책에는 그중에서도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 50여 통이 연대순으로 들어 있다. 편지는 고흐가 스물여덟 살이던 1881년부터 1885년까지 지속되었으며, 편지의 내용 역시 5년간의 삶과 예술의 궤적을 따라가고 있다. 흔히 접할 수 없었던 고흐의 초기 작품들은 화려한 색채나 꿈틀거리는 광기보다는 꾸밈없는 민중의 삶을 그려내고자 했던 한 화가로서의 고흐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또한 책에 실린 편지를 통해 고흐의 그림에 대한 열정뿐 아니라 동시대 화가들과 화풍에 대한 냉정한 견해도 엿볼 수 있다.
동시대의 절친한 화가이자 소울메이트였던 안톤 반 라파르트,
삶과 작품을 넘나들며 5년간 지속되었던 우정의 대화
귀족 출신의 화가 안톤 반 라파르트는 1846년 5월 14일 제이스트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라파르트와 가난한 고흐는 어울리기 힘든 상대였지만,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그는 암스테르담 아카데미에 등록하지만 학업을 마치기 전에 중도 하차한다. 1878년부터 1881년까지 파리와 브뤼셀에 체류하다가 스물여덟 살이 되던 해, 그는 이론적 지식을 넓히기 위해 암스테르담 아카데미로 다시 돌아와 위트레흐트의 친가에 아틀리에를 꾸린다. 1889년 라파르트는 결혼과 함께 잔트푸르트에 정착하지만, 삼 년 후 이곳에서 바닷가를 산책하던 중 매서운 폭풍우를 만나 급성 폐렴으로 생을 마감한다.
빈센트 반 고흐가 라파르트를 알게 된 것은 동생 테오를 통해서였다. 당시 라파르트는 브뤼셀 아카데미에 다녔고, 고흐는 보리나주에서 돌아왔을 때였다. 사람들은 부유한 신사 라파르트와 누더기 차림의 부랑자 고흐가 전혀 어울리지 못하리라 여겼다. 그러나 그들은 곧 서로에게서 동일한 취향과 사고방식을 발견했다. 둘의 만남이 있은 지 얼마 안 돼 빈센트는 라파르트에게 "우리는 작품의 모티브를 대중의 마음속에서 찾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네. 게다가 현실의 생생함을 습작할 필요도 똑같이 느끼고 있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두 사람 사이에 견고한 우정이 싹트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빈센트에게 라파르트는 유일한 네덜란드 친구였으며, 그들의 우정은 5년간 지속되었다. 그러나 1885년 빈센트는 돌연 라파르트에게 절교를 선언한다. 아카데미에서 수업한 라파르트가 평소 아카데미를 경멸하던 고흐에게 그의 작품에 대해 솔직하고 매서운 지적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흐는 이러한 라파르트의 평가를 인정하지 못했다. 그리고 라파르트는 오해로 야기된 이 결별을 항상 애석해했다.
반 고흐가 친구 라파르트에게 보낸 편지들과 함께 고흐의 초기 작품들을 소개하는 『반 고흐, 영혼의 편지 2』는 그가 당면했던 정신적 고통과 예술에 대한 무한한 열정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독자들에게 친숙한 고흐의 후기 대표작들이 아닌 농부와 시골 아낙, 전원 풍경을 그린 목탄화와 스케치, 유화, 습작들을 비롯해 화가의 초기작들을 풍부하게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태양의 화가, 광기의 화가라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위대한 예술가의 지난한 여정을 따라가는 이 책은 치열하고 고독한 내면의 기록을 통해 독자들을 사색의 시간으로 데려간다.
본문 중에서
그는 미치광이가 되었네. 분명 그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 걸세. 원인은 세상의 몰이해와 천박함에 대한 그의 저항도, 환멸로 상처받은 그의 숭고한 사상도 아니었네. 모든 원인은 그의 외부가 아닌 내부에 머물러 있었네. 빈센트가 원한 것은 숭고한 예술이었으며, 그것을 표현하려는 어마어마한 투쟁은 그 어떤 예술가라도 지치게 했으리라 생각하네. -p12
미치광이? 아니다. 그는 매우 복잡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한 남자로서 그는 생활 면에서는 무능했다. 동생 테오의 이해와 도움이 없었더라면 그는 분명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됐으리라. 그러나 예술가로서 그는 지독히도 독립적이고 새로운 미술의 개척자가 되고자 했다. 자신의 독립과 그것을 유지하려는 그의 열망은 강하고 확고부동했다. 또한 그는 비견할 수 없는 용기로 투쟁하면서 고통을 감내할 줄 알았다. -p23
아직까지 답장이 없는 걸로 봐서 아마 내 마지막 편지가 자네 마음에 썩 들지 않았던 모양이라 짐작하고 있네. 편지의 무언가가 자네를 좀 불쾌하게 만들지 않았나 싶군. 그렇다면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내 논리가 정확한지 부정확한지, 옳은지 그른지는 판단할 수가 없네. 하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네. 때때로 자네에 대한 말투가 엄격하고 거칠다 하더라도 나는 자네에게 적잖이 호감을 가지고 있네. 때문에 선입견 없이 편지를 읽다 보면 그것을 쓴 사람이 적이라고 생각되거나 느껴지지는 않을 걸세. -p51
오늘 다시 한 번 체념이라는 ‘검은 짐승’과 싸움을 벌였네. 그 짐승은 자르면 자를수록 새로운 머리가 돋아나는 일종의 두사(頭蛇)인 듯하네. 하지만 놈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도 있지. 짧게라도 시간만 생기면 나는 이 오래된 ‘검은 짐승’과의 싸움을 즐긴다네. 혹시 알고 있는지 모르겠네만 신학에는 체념을 통한 금욕이라는 이론이 있지. 그것이 만약 상상이나 글쓰기 혹은 신학자들의 설교에만 존재한다면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 하지만 불행히도 그것은 몇몇 신학자들이 인간의 어깨 위에 얹어놓고 자신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 않는 무거운 짐 가운데 하나라네. 체념이라는 검은 짐승은 엄연히 현실 속에 살면서 ‘인간 삶의 크고 작은 많은 비참함’을 불러일으키지. -p62~63
나는 몹시 감격한 동시에 하나 둘 사라진 이 거장들을 추억하며 조금 우울해졌네. 코로도, 루소도, 밀레도, 도비니도 이미 이승을 떠나 영면했네. 브르통, 뒤프레, 자크, 프레르는 아직 살아 있지만 더 이상 작업복 차림으로 붓과 씨름하지는 않네. 모두들 늙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지. 그렇다면 그들의 후계자들은 어떤가? 과연 그들만큼 재능 있고, 그들만큼 노력하나? 그래서 진정한 현대의 거장이라고 불릴 만한가? 바로 여기에 있다네. 우리가 열정적으로 작업하고, 약해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p90
아이와 아이 엄마를 도운 일이 몇몇 친구를 잃게 했지만, 동시에 그것은 내 집에 빛을 선사했네. 솔직히 근심으로 마음이 몹시 버거워질 때면 마치 거친 날씨에 배 가장자리에 매달린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지.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제 내 집은 한층 더 따뜻한 ‘가정’을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네. 바다란 많은 위험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네. 심하게는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지. 그렇다 해도 나는 여전히 바다를 사랑하고 미래의 모든 위험 앞에 어떤 차분함을 지켜가고 있네. -p132
아이는 너무나 사랑스럽다네. ‘하늘에서 내려온 빛’이라고나 할까. 자네, 가바르니가 한 말을 기억하나?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멍청하고 성질 고약한 피조물은 여성이며, 고귀하고 헌신적인 피조물은 어머니가 된 바로 그 여성이다.” 가바르니의 말은 모든 젊은 여성들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되기 전 여성 안에 있던 허영심이 그녀가 자식을 위해 희생할 때 고귀한 무언가로 바뀌게 됨을 의미하는 강한 표현일 걸세. -p140~141
그것이 인물이든 풍경이든 모티브를 느끼고 머릿속에 품게 되면 나는 곧장 적어도 세 번의 스케치 작업을 되풀이한다네. 자연에 대한 관심을 접은 적은 결코 없지만, 웬만하면 나는 세부 묘사는 하지 않으려 애쓰고 있네. 지나친 세부 묘사는 몽상을 배제시키거든. 테르스테크와 동생 테오가 “도대체 이것은 풀인가요, 양배추인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너희들이 그것들을 구분할 수 없다니 마음이 놓인다”고 대답하네. -p189~190
때때로 사람들은 작품을 ‘팔지 않는다’고 나를 비난하면서 ‘왜 팔지 않는지’ 그 이유를 묻네. 나는 간단히 대답하지. ‘나중에 팔고 싶다’고. 그렇네. 말 그대로 나중에 작품을 팔기 위해서라도 나는 지금 계속해서 규칙적으로 작업해야 하네. 현재로선 내 그림이 팔릴 가능성이란 거의 희박하네. 게다가 내 길을 가기 위해 온 힘을 쏟아붓고 있는 나한테 작품을 파는 문제는 솔직히 관심 밖의 일이기도 하네. 하지만 무언가 팔 기회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군. 사람들의 비난도 비난이려니와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어려움이 나를 가끔 진퇴유곡으로 몰아넣곤 하니 말일세. -p207~209
모욕을 참고 견디는 일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웬만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상처가 되지 않네. 자네의 편지 앞에서도 담담했듯이 나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잘 견딘다네. 물론 그렇게 말뚝처럼 둔감하지만 원한을 품지는 않네. 한 사람의 화가로서 자네 작업에 도움이 되리라 싶어 다시 한 번 분명히 말하겠네. 우리 사이에 변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네. 주제를 찾아 이곳에 오고 싶을 때는 언제든 오게. 그리고 예전처럼 우리 집에 머물게나. 자네가 편히 있을 만한 다른 곳을 찾는다 해도 상관은 없네. 그렇다면 작별을 고해야겠지. 작업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으니 나 역시 내 작업에 대해 말하지 않겠네. -p241
자네와의 다툼을 오래 끌고 싶은 생각은 없네. 시들한 우정은 원하지 않아. 진심 어린 우정이 아니라면 차라리 끝내는 편이 낫네! 마지막으로 말함세. 기탄없이 그리고 무조건적으로 내가 돌려보낸 편지부터 최근 것까지 자네의 편지 내용을 모두 취소하게. 그러면 우리의 우정은 비온 뒤 굳어진 땅처럼 더 단단해지고 더 곧은길을 걷게 될 걸세. 아버지의 죽음에 즈음한 가족들과의 오해는 오래 이어질 것 같네. 우리가 서로 화합하기에는 어떤 일을 바라보는 방식이나 삶의 태도가 너무도 다르다고 식구들한테 간단명료하게 밝혔네. 전적으로 내 자신의 생각대로, 내 자신을 위해서 살고 싶다고도 말했지. -p247~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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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프롤로그
라파르트와의 우정 ∥ 내 색조는 더 어두워질 것이다 ∥ 그리는 일이 불편하다
1881년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라
인물화 그리는 묘미 ∥ 씨 뿌리는 사람 ∥ 충고 ∥ 삶의 미천함에서 오는 고통
자연과 현실의 여신들 ∥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라 ∥ 나는 광신자이네 ∥ 낯선 곳에서의 시작
1882년 예술가적 양심
나의 보물 ∥ 그림의 가치 ∥ 입원 ∥ 약해지면 안 되는 이유
보리나주 여행 계획 ∥ 그림 제조자보다는 호텔 심부름꾼이 낫다
어른 고아 ∥ 미술품 수집 ∥ 인간들 속에 있을 때 나는 늘 덜 인간적이다
유행과 상관없는 나의 길 ∥ 석판화 작업 ∥ 예술가적 양심
1883년 사랑, 연민 그리고 평온한 광기
불우한 여인, 불우한 시대 ∥ 사랑, 연민 그리고 평온한 광기
뜻하지 않은 행운 ∥ 집주인과의 투쟁 ∥ 쓰레기 더미에서 피는 꿈
일과 돈 ∥ 가장 아름다운 유화 ∥ 모델 작업 ∥ 블랙 앤 화이트 기법
예술가로 산다는 것 ∥ 사랑하면 할수록 ∥ 라파르트와의 만남
화가와 문학 ∥ 네 개의 데생 작업 ∥ 졸라와 미술
1884년 즐거운 작업
슬픈 사고 ∥ 서운한 마음 ∥ 그림을 파는 일 ∥ 채색 작업
내 그림 애호가를 만나리라는 희망 ∥ 끊임없이 작품을 선보일 필요
계약 ∥ 즐거운 작업 ∥ 뜻밖의 여행 계획 ∥ 수상 소식
1885년 시들한 우정보다는 결별을
어떤 조짐 ∥ 돌려보낸 편지 ∥ 받아들일 수 없는 조언 ∥ 화가로서의 열망
시들한 우정보다는 결별을 ∥ 마지막 통고 ∥ 화해 ∥ 아카데미에서는 배울 수 없는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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