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도시 근교 잔디밭 위의 생명들!
『풀 위의 생명들』은『먼지』의 저자 한나 홈스가 자신의 집 주위를 약 1년간 관찰하고 집필한 책으로, 미국 메인 주 사우스포틀랜드의 근교에 거주하면서 주변의 동식물을 관찰한 내용이 담겨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도시자연 환경 관찰기를 소개한다.
전작『먼지』에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지극히 작은 존재의 큰 역할을 밝힌 한나 홈스가 이번에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자연환경에 담긴 생명의 이야기를 친근한 어조로 서술한다. 세심하고 다채로운 관찰로 자연과 함께 살아가려는 이들에게 좋은 지침을 제공한다.
저자의 도시 근교 자연의 사례 관찰기를 통해 우리는 평소 단순히 '풀'이라고 부르는 식물들의 진짜 이름, '벌레'라고 부르는 곤충들의 진짜 이름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왜 우리는 자연이 파괴되고 생물들이 멸종하는 일에 가슴 아파할까'란 질문을 던지고, 생물다양성이나 생태계가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를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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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우리가 사는 도시에는 어떤 생명들이 살고 있을까?
― 『먼지』의 작가 한나 홈스의 도시 자연 환경 관찰기
길가의 잔디밭을 보다 문득 궁금증이 든다. 우리가 그냥 ‘풀’이라고 부르는 식물의 진짜 이름은 무엇일까? 우리가 그냥 ‘벌레’라고 부르는 곤충들은 사실 어떤 곤충들일까? 저 꽃은 참 예쁜데 이름이 뭐지? 참새나 비둘기 말고 알아볼 수 있는 다른 새가 있던가? 우리는 주변의 동식물들에 너무 무지하다. 우리 주변에는 과연 어떤 생명들이 살고 있을까?
한나 홈스가 자신의 집 주위를 일 년간 관찰하고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도 이와 같았다. 자신이 주변의 생물들에 무지하다는 자각, 주변의 생물들을 모르고서는 그들을 지킬 방법도 알 수 없다는 생각으로 홈스는 관찰을 시작했다. 세심하고 다채로운 홈스의 관찰은 자연과 함께 살아가려 하는 모두에게 좋은 지침이 돼준다.
내가 뒤뜰에서 일 년을 보낸 궁극적인 이유는, 지식을 위한 지식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었다(그러나 재미있는 일은 많았다). 그보다는 그 땅에 사는 구성원들인 얼룩다람쥐, 미국꾀꼬리, 스컹크, 하찮은 이끼까지 최대한 잘 살도록 그 땅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터득하고 싶었다. 인간이 생물학적 대장의 위치까지 올라간 세계에서 자비심 많은 독재자가 되는 것이 내 목표였다. 그러나 나는 나의 모든 국민들이 필요한 것과 싫어하는 것에 익숙해져야만 공평하게 통치할 수 있을 것이다. - 11쪽
도시로 돌아오는 동물들
그렇지만 흔히 말하듯 ‘삭막한 도시’에 관찰할 만한 자연이 존재할까? 그러나 도시는 우리 생각처럼 삭막하지 않다. 메인 주의 도시인 사우스포틀랜드 근교에서 살고 있는 한나 홈스는 관찰을 시작하면서 자신도 예기치 못한 많은 동식물들을 발견한다. 얼룩다람쥐, 마못, 스컹크, 까마귀, 기러기, 주머니쥐, 벌새, 찌르레기, 너구리, 심지어 사슴까지 많은 수의 동물들과 뒤영벌, 바구미, 쥐며느리, 거미, 개미, 파리, 톡토기, 귀뚜라미를 포함한 수십 종의 곤충, 또 떡갈나무와 옻나무, 대나무, 산벚나무서부터 이름도 모를 잡초들에 이르는 수많은 식물들까지 홈스의 잔디밭에 거주하는 생명의 규모는 놀랄 정도다.
한국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사람이 사는 마을에 너구리나 고라니, 심지어 멧돼지들이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때로는 제비가 아파트나 빌딩에 집을 짓기도 한다. 게다가 서울은 곳곳에 야산이 많고, 최근에는 월드컵 공원이나 양재천 등을 생태적으로 복원하면서 야생동물이 살 수 있는 여지가 상당히 많다. 대부분의 도시에는 인간이 버리고 제공하는 음식이 풍부하고, 덩치 큰 포식동물은 없다. 사람들도 굳이 동물들을 잡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도시의 환경에 동물들이 적응하면서, 그리고 생태 의식의 확산으로 도시에 녹지가 늘어나면서, 도시를 새로운 삶의 터전으로 삼는 동물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도시에서 인간과 자연의 동거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포식자가 없어 너무 많이 번식하는 동물들을 감당하지 못해 많은 동물들이 자동차에 치여 죽거나 일부러 총을 쏴서 잡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침입종, 도시 생태계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
모든 것이 긍정적이지는 않다. 최근 도시 생태계에서 야생생물들이 번성하고 있다지만 모든 야생생물들이 번성하는 것은 아니다. 오직 도시의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적응할 수 있는 종들만이 도시에서 번성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도시에 사는 야생생물이 수는 많을지 몰라도 다양성 면에서는 빈약하다. 그리고 도시에서 번성하는 그런 생물들은 대체로 외래의 침입종들이다. 책에서 한나 홈스는 주위의 자연에 북아메리카 토종 생물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홈스가 사는 지역에 가장 많이 있는 생물들은 유럽종(집참새, 찌르레기)이나 아시아종(노박덩굴, 대나무)이다. 이 생물들은 생존 경쟁에서 토종을 제치고, 토종 생물이 사는 공간을 대신 빼앗는다. 침입종의 성공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도시의 환경은 토종 생물들이 진화한 환경과는 아주 달라서 새로 적응하기가 힘들다. 그에 비해 침입종들은 광범위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재능을 갖췄다. 또한 침입종들은 이주할 때 기존의 기생충이나, 세균, 천적 등을 떨어뜨리고 오기 때문에 토종 생물들보다 더 유리할 수 있다.
저자의 입장에서는 아시아에서 온 생물들이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침입종이듯, 한편으로는 우리 역시 북아메리카에서 온 침입종 때문에 골머리를 안고 있다. 미국자리공이나 서양(미국)민들레, 황소개구리나 배스, 붉은귀거북 같은 종들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생물들이며 토종 생태계의 파괴자로 악명이 높다. 침입종은 희귀동물들에게는 서식지 파괴 다음가는 위기이며, 도시 생태계에 드리운 어두운 그림자이다.
도시 사람들은 얼마나 환경을 파괴할까?
한나 홈스는 또한 도시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자신이 환경을 얼마나 파괴하는지를 계산해본다. 결과는 인상적이다. 생태주의자인 한나 홈스가 일 년 동안 집에서 배출한 오염물질의 양은 다음과 같다. 이산화탄소 4,656킬로그램, 산화질소 47킬로그램, 이산화황 18킬로그램, 큰 입자 85그램, 미세입자 284그램, 휘발성 유기화합물 3킬로그램, 메탄 88킬로그램. 그녀는 가스 1,850세제곱미터를 태우고, 전력 3,420킬로와트를 썼다. 그리고 자동차를 운전하면서는 이산화탄소 2,300킬로그램, 산화질소 9킬로그램, 휘발성 산화물 5킬로그램을 배출했다. 이것도 상품과 서비스 소비에서 배출하는 양은 제외한 것이다. 평균적인 미국인은 이산화탄소만 20킬로그램을 넘게 배출한다고 한다. 그녀가 기르는 나무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는 하지만 젊고 건강한 나무 한 그루가 일 년 간 흡수하는 양은 이산화탄소 11킬로그램밖에 되지 않는다. 한 사람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수천 그루의 나무가 필요하다. 또한 오늘날의 휘발유 1리터는 수십 억 년 전의 과거에 묻힌 수천 그루의 나무가 썩어서 생성된 것이다. 자동차를 주차장에서 후진시킬 때마다 우리는 고대의 나무 한 그루를 태우는 셈이다. 한 번 교외로 나들이라도 갈라치면 수 만 그루의 나무를 태워야 할 것이다.
도시인들의 자원 소모는 아찔한 수준이고, 지구를 더럽히는 정도는 무시무시하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생태계의 파괴에 조금씩 일조하고 있다.
왜 우리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려 할까?
그렇다면 생물다양성이나 생태계가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한나 홈스는 관찰 중에 이런 의문을 품는다. 왜 우리는 자연이 파괴되고 생물들이 멸종하는 일에 가슴 아파할까? 생물다양성이 생태계의 안정성을 높여주며, 우리가 다양한 생물로부터 식량이나 약품 같은 여러 실질적인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나 홈스는 그와는 다른 관점에서 생각한다.
나는 왜 내 뒤뜰에서 이 동물들의 애정을 갈구할까? 아마 우리는 가장 강력한 종이 되는 대가로, 다른 모든 종들의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지 모른다. 아마 이 다른 종과 교류하려는 열정은 공동체 의식이 있는 복잡한 뇌를 가지게 된 부작용일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분명히 사람들은 동물과의 교제를 열망한다. -124쪽
우리는 분명 자연과의 교감을 갈망한다. 우리는 나무가 말라 죽거나 뿌리 뽑히는 광경을 볼 때, 도로에서 치어 죽은 사슴이나 너구리를 볼 때, 기름을 뒤집어 쓴 바다 새들을 볼 때 자연스럽게 동정과 연민을 느낀다. 자연을 보호하려는 마음의 가장 강한 원동력도 분명 어떤 논리와 이성이 아닌 이런 감성에서 나올 것이다. 인간과 다른 동물들은 지구라는 별에서 함께 살고 있는 가족이라는 감성 말이다. 홈스도 일 년 동안 주위의 생물들을 알게 되면서 그 생물들을 그녀의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하고 이 ‘가족’들을 더 보호하려고 노력한다.
오늘날, 동물들이 도시로 찾아오면서 사람들은 동물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우리는 이들과 정든 이웃이나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도로 쫓아내게 될까? 인간과 자연이 도시에서 함께 살아가는 길은 이들을 알아가는 것에서부터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웃과 친구, 그 구분은 흐릿하다. 이삼백 년 전에 내 뜰을 소유했던 인디언들에게는 ‘이상한 종족의 친척’이란 뜻의 느투템(ntu'tem)이라는 말이 있었다. 느투템은 서른 명의 사람이 흐르는 물속으로 달려가, 이 세계의 동물들로 변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아르무치콰스족에게는 주변에 사는 이 동물들이 가족이었다. 아마 그것은 얼룩다람쥐 ‘뻔뻔이’, 거미 바베트, 까마귀들, 나무와 버섯 등이 내게 의미하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느투템. 정말 이상한 가족. 그러나 나의 가족. 소중히 여겨야 할 나의 가족,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여 돌보아야 할 나의 가족이다. -366~3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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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머리말
봄 Spring
1.새들의 날개짓
2.내 마음속의 벌레들
3.세 가지 수원
여름 Summer
4.도시에 온 동물의 슬픈 운명
5.흙 속의 생명들
6.자유 잔디밭
가을 Fall
7.뒤뜰의 과거
8.떡갈나무의 싸움
9.바람이 들려주는 이야기
겨울 Winter
10.그해의 가장 추운 열사흘
11.찌르레기의 습격
12.이상한 가족
감사의말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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