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
한국의 대표지식인 스물두 명이 말하는 한국 한국인 한국적인 것『한국학의 즐거움』. ‘한국학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이 책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한국학 개념을 새로운 방식으로 정리하고 있다. 장석주, 장신주, 주영하, 강명관, 고미숙, 김교빈, 이태호, 임석재, 정여울, 김열규 등 22명의 한국의 대표지식인이 역사, 문화, 심리, 경제, 문학, 철학, 예술 등 다양한 관점에서 개성 있는 시선으로 가장 한국적인 것을 새롭게 발견했다. 한국인의 마음은 무엇인지에서부터 사랑, 음식, 책, 의학, 철학, 얼굴, 종교, 미술, 건축 등 스물 두 가지의 주제를 다른 이 책을 통해 한국인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즐기면서 새롭게 발 디디는 한국학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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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가장 한국적인 것’에 대한 스물두 가지 몽타주
한국, 한국인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즐기다
한국의 정체성을 새로이 구성하는 스물두 가지 몽타주
― 《한국학의 즐거움》의 개요
이 책은 ‘한국학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한국학’은 최근 10년 사이 국내외에서 매우 자연스럽게 쓰는 말이어서 ‘한국학’이란 용어 자체는 학자와 일반 대중에게 상당히 익숙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한국학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명료하게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이론적이고 형이상학적인 개념 틀이 아닌 새로운 시선에서 한국학을 정립하고자 했다. ‘한국학은 이것’이라고 규정하거나, ‘한국학은 무엇인가’라는 형이상학적인 묻는 것은 아직 때 이른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에 앞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는 수차례의 논의 끝에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질문을 바꿈으로써 한국학 개념을 새로운 방식으로 정리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의도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다면 한국학의 새로운 기초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를 통해 지구촌 시대에 한국 사회와 그 문화를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보여준다면 더욱 유의미한 일이 될 것이라 여겼다.
“이 책은 ‘한국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기의 스물두 가지 글은 대중적인 차원에서 한국학의 다양한 주제에 일정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밑거름이 되어서 앞으로 한국학이 무엇인지를 규정하는 작업이 더욱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21세기의 초입에서 한국학은 한국인 나아가 세계인이 향유하고 고민하는 학문이 되었다. 이 책을 통해서 한국학을 공부하다 보면, 과거에서 오늘날까지 한반도를 둘러싸고 진행되는 여러 가지 문화적 사건들이 지구사적 맥락 속에서 전개되어 왔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6쪽,〈책머리에〉에서
역사, 문화, 심리 등 다양한 시선을 매개로 한국적인 것을 즐기다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인터넷, 소셜 미디어, 스마트폰 등 첨단 미디어의 단편적 정보로는 알 수 없다. 더불어 이런 기획 의도가 반영된 유의미한 글을 쓸 수 있는 필자 또한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적인 것’에 대한 흥미로운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그 특징을 다양하게 서술하는 책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미지를 구성할 수 있다면 주제는 한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역사, 문화, 심리, 경제, 문학, 철학, 예술 등 다양한 관점을 가진 필자를 모았고, 한국을 대표하는 스물두 명의 검증된 지식인들이 개성 있는 시선에서 글을 써주었다. 그리고 이들이 그린 스물두 가지 한국적인 것의 몽타주로 ‘가장 한국적인 것’은 새롭게 발견되었다. 새로 발간된 《한국학의 즐거움》은 한국, 한국인의 정체성, 한국인의 의식과 문화 등을 재구성하여, 일반교양 독자부터 국내외 한국학 연구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자를 아우르는 흥미로운 책이다.
한이라는 감정의 중추적 정서인 슬픔을 표현하는 한국어는 얼마나 풍부한가! 구슬프다, 애달프다, 애잔하다, 서럽다, 섭섭하다, 서운하다…… 따위가 다 슬픔을 표현하는 어휘들이다. 그만큼 슬픔이라는 감정은 한국인의 마음에 많이 쌓인 정서적 재화다. (중략) 마음은 보거나 만질 수 없고, 오로지 느낄 수만 있다. 감정은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언어다. 마음의 언어인 감정과 정서의 표현물들을 통해 이루어진 것들로 한국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생태학을 살펴볼 수 있다. (중략) 예를 들면, 은 한국인의 심금을 울리며 구술과 암송으로 전해져 내려온 노래인데. 이 바탕에 가라앉아 앙금 진 수심과 응어리진 한은 우리의 정서, 마음의 원형이다.
― 본문 18~22쪽 〈장석주, 한국인의 마음-멍든 가슴의 한(限)〉에서
한국인의 내면을 이해하려면 한국인의 사랑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아닐까? “우리 한국인은 이런 사람들이야.”라는 상상이 아니라, 타자와 만났을 때 드러나는 우리 한국인의 실제 말이다. (중략) 백석과 자야의 사랑, 그것은 동양과 서양, 혹은 과거와 현재에도 유사하게 반복되는 사랑의 비극을 상징한다. (중략) 겉으로는 개인주의가 정착한 것 같아 보이지만, 여전히 공동체주의적인 성격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가슴 속에서만 사랑을 품을 수밖에 없는 제2, 제3의 자야가 당분간 반복적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 본문 36쪽, 46쪽 〈강신주, 한국인의 사랑-‘자야’라고 불렸던 어느 여인의 사랑〉에서
한국학 연구의 밑거름이 되다
한국, 한국인, 한국적인 것을 다룬 책과 연구는 기왕에 많이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한국인이 한국인을 계몽하기 위해서 쓴 책이 주류였다. 이들은 한국인 스스로 자부심을 갖게 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다시 말해, 일종의 민족주의적 자긍심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다음 시도는 거꾸로 한국인이 한국과 한국인을 비판하는 경향이 강했다. 여기에는 서구 중심의 오리엔탈리즘이 내재되었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한국인 스스로 한국 사회의 전근대성을 개명한다는 의지도 함께 담겼다. 즉 한국인을 비판하는 동시에 고대로부터 시작되어 변하지 않은 한국인의 긍정적 심성을 밝히고, 그것이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도 지속되어야 하는 덕목임을 강조하는 것이 주된 골자였다.
이들의 성과를 이어받으면서, 이제 세 번째 발걸음을 내딛어야 했다. 해방, 한국전쟁, 민주화, IMF 등 수많은 사건과 사고를 거치면서 한국, 한국인, 한국적인 것은 심리적인 면에서부터 물질적인 부분까지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따라서 이 책은 계몽과 자긍의 차원을 벗어나, ‘2000년 이후 한국, 한국인, 한국적인 것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새로이 던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국내의 각 분야에서 왕성한 집필활동을 펼치고 있는 스물두 명의 필자를 모았다. 이들은 한국의 전통문화는 물론이고 현대 문화, 철학, 종교, 과학, 의학, 경제 등 다양한 주제로 ‘가장 한국적인 것’에 대해 써주었다. 이 가운데는 매우 오래된 질문에 대해 생각지도 않았던 시각에서 답을 제시한 글도 있다. 이 책이 보여주는 ‘가장 한국적인 것’에 대한 스물두 가지 몽타주를 통해서 한국, 한국인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즐기면서 새롭게 발 디디는 한국학을 목격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20년 전에 찍은 사진 한 장이 있다. 도포를 입고 머리에는 갓을 쓴 남자가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고 있는 중이다. 밥상에 놓인 음식을 보니, 밥도 있고 국도 있고 반찬도 몇 가지 놓였다. (중략) 얼핏 보면 요사이 한국인이 밥을 먹는 모습과 비슷한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중략) 한반도에 사는 모든 사람이 쌀밥을 매일같이 먹게 된 때는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제3공화국을 시작한 대통령 박정희는 쌀로는 밥만 짓도록 하기 위해 양곡관리법이란 것을 만들었다. (중략) 쌀에서 출발했던 한국 음식의 오래된 문화적 구조도 바꾸고 있는 중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 음식은 20세기 말부터 오늘날까지 급속한 변화의 여정을 걷고 있다. 한국 음식의 근대적 변화과정에 대해 섬세하게 살펴본다면, 한국학의 즐거움은 그 무엇보다도 배가될 것이다.
― 본문 51쪽, 57쪽, 66쪽 〈주영하, 한국의 음식-밥을 아니 먹으면 굶은 것이다〉에서
《동의보감》을 모르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하지만 《동의보감》에 대해 아는, 아니 알려고 하는 한국인은 거의 드물다. (중략) 《동의보감》만큼 한국적이고, 《동의보감》만큼 대중적인 유산도 없지만, 《동의보감》만큼 한국인의 일상과 동떨어진 텍스트도 참 드물다. (중략) 《동의보감》은 단순히 질병과 처방을 위주로 한 임상서가 아니다. 생명과 우주에 대한 원대한 비전 탐구서이다. (중략) 21세기 문명은 바야흐로 이분법적 단절을 넘어 인간과 우주의 새로운 조우를 기획하고 있다. 대체의학을 비롯하여 전 분야에 걸쳐 인간과 동물, 몸과 마음, 생명과 죽음이 다시 오버랩되는 다양한 모색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그런 모색과 실험에 기꺼이 동참할 수 있다면, 《동의보감》은 우리 시대의 새로운 비전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83쪽, 98쪽 〈고미숙, 한국의 의학-《동의보감》, 몸과 우주의 아름다운 비전〉에서
강한 나라는 좋은 걸까? 나라가 강국이라고 해서 국민의 삶이 반드시 행복한 것만은 아니지만 일단 강국은 좋은 것이라고 가정하자. 그럼 강국의 조건은 뭘까? (중략) 한국이 강국의 조건에서 가장 자격미달인 분야는 땅이나 사람보다 역사다. (중략) 미국이 과거 인종정책을 자기비판하듯이, 로마 교황이 수백 년 전 십자군 원정의 잘못을 시인하듯이 역사의 비판은 현대 사회를 살아나가고 미래를 개척하는 데 필수적이다. 과거에 외부의 침탈을 많이 겪은 약자였다고 해서 역사 비판의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략) 혁명이 부재했던 우리 역사에서는 한 번도 과거와의 단절이 이루어진 적이 없었다. 마약을 끊는 고통을 고통이라고 부르지 않듯이, 구체제의 오랜 역사적 폐단을 근절하는 고통은 무용한 고통이 아니다. 역사적 자기비판이 신랄할수록 강국의 마지막 남은 조건은 더욱 힘을 얻을 것이다.
― 본문 217쪽, 232쪽 〈남경태, 한국의 역사-숨겨진 역사 코드, 반성하는 한국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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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책머리에
1 장석주, 한국인의 마음 - 멍든 가슴의 한(恨)
2 강신주, 한국의 사랑 - ‘자야’라고 불렸던 어느 여인의 사랑
3 주영하, 한국의 음식 - 밥을 아니 먹으면 굶은 것이다
4 강명관, 한국의 책 - 조선의 출판, 독점적 지식의 생산
5 고미숙, 한국의 의학 - 《동의보감》, 몸과 우주의 아름다운 비전
6 김교빈, 한국의 철학 - 한국인, 한국 문화, 한국 사상
7 이태호, 한국의 얼굴 - 바위에 새긴 한국인의 심상, 마애불
8 최준식, 한국의 종교 - 우리 종교의 향기로운 즐거움
9 최완수, 한국의 미술 -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10 임석재, 한국의 건축 - 가장 한국다운 집, 한옥
11 정인경, 한국의 과학 - 오래된 과학과 기술, 문화적 감성으로 감응하기
12 남경태, 한국의 역사 - 숨겨진 역사 코드, 반성하는 한국사
13 김기봉, 한국의 정체성- 한국사 서술과 21세기 한국인의 정체성
14 류동민, 한국의 경제 - 능력과 공정한 경쟁, 그리고 갈림길에 선 ‘한국적인 것’
15 이영미, 한국의 드라마 - 톡 쏘는 한 방의 매운맛, 한국 드라마의 매력
16 김영진, 한국의 영화 - 한국인의 캐릭터:송강호, 설경구, 전도연의 몸짓을 통해 보다
17 정여울, 한국의 문학 - 처용과 평강공주:위대한 용서와 아름다운 복수 이야기
18 김열규, 한국의 신화 - 천지개벽의 이야기
19 신병주, 한국의 사유 - 조선의 탈성리학적 사유들
20 조용헌, 한국의 역학 - 사주와 풍수의 즐거움
21 안대회, 한국인의 끼 - 전근대 마니아의 세계
22 윤구병, 한국인의 본성 - 아이, 농촌, 생명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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