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자연학자 이브 파칼레가 전하는 해양 생태계의 경이로움과 환경 보전에 대한 철학
긴 바다 항해를 통해 해양생태계의 오염과 바다에 대한 경이로움을 함께 담은『바다나라』. 이 책은 자연학자인 저자가 지중해에서 지브롤터 해협을 지나 카리브해와 갈라파고스 제도, 캘리포니아와 심해를 통한 긴 바다 여행에서 만난 다양한 바다의 생명과 이야기를 보여준다.
《바다나라》는 바다를 통해 고대인들의 향수와 더불어 생태계의 비정함과 영원한 생명력의 열락 등에 관하여 철학적이면서도 어렵지 않게 그리고 흥미롭게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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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바다에 바치는 이브 파칼레의 경이로움과 찬탄의 세레나데!
『꽃의 나라』에서 농염한 꽃들의 아름다움과 관능을 예찬했던 파칼레가 이번에는 바다로 갔다! 우리에게는 『걷는 행복』과『꽃의 나라』로 널리 알려진 파칼레이지만, 그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바다다. 그는 15년 동안 프랑스의 국민적인 영웅으로 꼽히는 해양 탐사가 자크 이브 쿠스토 함장과 함께 칼립소 호를 타고 전 세계 바다를 항해했던 경험이 있다. 환갑이 지난 지금도 잠수복을 입고 곧잘 바다 속을 유영한다고 하니 바다에 대한 애착과 사랑은 여전하다. 그는 박물학자로서, 경탄에 빠진 여행자로서, 때로는 학자로서, 철학자로서 바다를 항상 관조해왔다. 이 책에는 이브 파칼레가 지중해의 바다에서부터 북대서양, 카리브 해, 태평양, 그리고 심해에 이르기까지 그가 두루 경험한 바다에서의 사유와 관찰의 흔적이 녹아있다.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면서 그 옛날 이곳을 드나들며 항해를 하던 페니키아인들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청어 떼와 범고래 떼를 만나면서 그들 사이의 먹고 먹히는 관계를 바라보며, 생태계의 비정함을 아름답고도 숭고한 비극으로 승화시킨다. 파칼레의 시선을 통하면 돌고래들의 교미장면도 단순히 번식을 위한 교접이 아닌 영원한 생명력과 열락의 은유가 된다. 그가 해양 생태계를 관찰하고 찬탄했던 자리에는 철학적이고도 위트 있는 문장들이 남아 그 감동을 독자들에게 전해준다.
바다의 호흡을 닮은 고래들의 속삭임,
생명의 펄떡임으로 가득한 바다생물들의 향연!
나는 해변을 따라 거닌다. 바닷물에 발을 들인다. 나는 파도와 하나가 된다. 내 몸은 한결 가벼워졌다. 허리까지 물이 찬다. 나의 앞발이 퇴화한다. 널찍한 꼬리가 내 몸을 앞으로 민다. 이제 물은 목까지 다다랐다. 손이 라켓처럼 납작해진다. 몸이 물에 뜬다. 몸뚱이가 부풀어 오르고, 콧구멍은 정수리에 옮겨가 붙었다. 숨을 내쉬자 물줄기가 솟는다. 흐르는 물에 몸을 내맡긴다. 헤엄을 친다. 저 깊은 바다 속에서 다정한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고래들이 나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파칼레가 다양한 지역의 바다를 항해하고 잠수하며 겪은 바다 생물들과의 만남이다. 바다 속을 유영하는 고래들을 만날 때마다 저자는 자신 역시 그들과 같이 변화하는 몽상에 빠지는 황홀경을 체험한다. 문어와의 눈맞춤. 상어가 지나간 자리의 반짝이는 빛, 그 반짝거림의 마법. 북극의 오로라 불빛 아래에서 벌어지는 범고래들의 청어 떼 사냥 잔치, 그 아름답고도 숭고한 비극. 뉴펀들랜드 만에 모여든 다종다양한 고래들의 무리. 어쩌면 다윈에게 진화론의 영감을 던져주었던 거북일지도 모를 갈라파고스의 코끼리거북과의 만남.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은빛 정어리 떼와 벤자리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풍요로움으로 바다를 가득 메운 산란기의 그루니언들, 그들이 펼치던 사랑과 구애의 교향악…….
그것은 파도에 모든 것을 내맡기는 삶의 방식이다. 살기 위해 산다기보다는 존재들의 교향악을 위해서, 정작 그 존재 자신은 생각지도 못하는 목표를 위해 존재를 초월하는 법칙들에 순종하는 삶. 한마디로 말해서 이기적이고 시류에 걸맞은 모토, 광고에서 그렇게나 우려먹었던 모토 - “지금은 나를 생각할 때야! - 와는 정반대의 삶이다.
‘언제나 바다를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영원한 알바트로스 파칼레에게 바다생물들은 단순한 생명체가 아니다. 그들은 시적 영감과 삶에 대한 성찰을 가져다주는, 그리고 때로는 인간을 보잘 것 없는 미미한 존재로 뒤돌아보게 해주는 인생의 스승이며 숭고한 자연의 가르침이다. 어떤 부조리도, 어떤 동기도 없이 다만 본능에 충실하게 행동하는 그들은,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기에 욕망의 과잉도, 파괴도 모르는 ‘관용과 조화, 그리고 사랑의 가치’ 바로 그 자체이다.
보다 날카로워진 인간에 대한 냉소, 그리고 안타까움.
하지만 자연에 대한 감탄이 클수록 더욱 도드라져 느껴지는 것은 환경 파괴를 일삼는 인간들에 대한 저자의 날카로운 냉소이다. 파칼레의 눈에 오염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지중해는 낭만주의자들의 해변이 아니라 이미 ‘연쇄구균의 해변’ ‘배설물 대장균의 해변’이다. 그는 날로 심각해지는 해양 생태계의 파괴를 바라보며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전차는 시궁창을 달리고 있으며, 바다의 요정 네레이스의 머릿결에는 땟국물이 흐른다고 비꼰다. 진화론의 영감을 준 천해의 자연 갈라파고스 제도도 황폐화의 덫을 피해갈 수 없다. 연간 7만 명 가까이 되는 관광객들로 시달리고 있으며, 새로 유입된 외래생물종들 때문에 갈라파고스 제도의 토착종들은 그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처지다. 칠레 제도에 위치한 푸에르토 에덴의 원주민 카와슈카르족들은 다른 멸종 동물들과 같이 종족의 운명을 다해가고 있다. 아프로디테가 다시 태어난다면 엉덩이에 종기를 달고 태어날지도 모른다는 식의 위트 넘치지만 알고 보면 날카롭게 인간들의 행동을 비틀어대는 유머들이 문장 곳곳에 스며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바다로 뛰어들 수밖에 없는……!
항해는, 여행은 그렇게 그저 계속 흘러가는 것…….
『바다 나라로 떠난 여행』은 이브 파칼레가 바다에 바치는 경의, 그리고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들에 대한 분노의 외침이다. 이브 파칼레는 그가 항해를 하고 있었기에 체험할 수 있었던 은총의 순간, 감동의 순간을 이 책에서 한 장면, 한 장면 추억한다. 그가 추억하는 자연과의 일체감과 파도에 모든 것을 내맡기는 삶에 대한 동경은 우리로 하여금 당장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천진하게 자연 속을 헤매고픈 욕망을 자극한다. 이 책은 문학과 과학이, 자연주의와 시적인 정서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독특한 문체의 과학 에세이다. 특히 『바다나라』한국어판에는 한국의 독자들을 향한 저자의 애정이 담뿍 담긴 서문이 실려 있다. 어린 시절 『지리학도감』에서 찾아보았던 전라남도의 작은 섬 초도(草島)라는 섬에 가보고 싶다는 파칼레의 낭만 섞인 읊조림은 여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꽃의 나라』에서 맛보았던 이브 파칼레의 의뭉스러우면서도 천진난만한 문장의 묘미를 다시 한 번 느끼고 싶다면 독자, 푸르고 깊은 심해의 유혹과 지중해에서부터 아메리카 해안까지 항해하는 여정에 대한 로망에 목마른 독자, 그리고 아직까지 여름휴가도 다녀오지 못해, 짭쪼름한 바다 내음이 간절한 독자들이면 충분히 반길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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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한국어판 서문 동양의 문으로 들어서며
배에 올라서 - 고대의 부름
01 지중해 - 파란 집
팔코와 함께, 마르세유 섬들에서ㅣ마르세유 국립공원ㅣ문화의 잡탕 냄비
물고기는 어디 있나?ㅣ포르 크로의 매혹ㅣ문어의 입맞춤ㅣ침몰된 숲, 알보란
02 북대서양 - 안개의 나라
돌고래의 시ㅣ지브롤터 해협을 지나다ㅣ헤라클레스의 기둥에 있는 페이키아인들
파도의 왕자들ㅣ바이킹 바다의 범고래들ㅣ청어 잔치ㅣ생 피에르 에 미클롱
뉴펀들랜드의 추억ㅣ고래들의 연회ㅣ큰바다쇠오리의 비극
03 카리브 해 - 무역풍의 향기
사랑에 미쳐 날뛰는 전차들ㅣ불의 산의 복수ㅣ백발의 난파선ㅣ돌고래들은 무슨 꿈을 꾸는가?
여자들의 섬ㅣ나는 동화 속의 빨간 모자ㅣ만타가오리의 비행ㅣ벤자리들의 성벽
04 파타고니아 - 리바이어던들의 평화
상어의 식욕ㅣ난바다의 사랑받지 못하는 자들ㅣ365종ㅣ모성애의 모델ㅣ파타고니아의 열정
고래의 역동적인 몸짓ㅣ거인들의 관용ㅣ모든 것은 바람의 손에 달려 있다ㅣ사자의 갈기
나는 우스꽝스러운 펭귄ㅣ자유로운 고래들ㅣ거대한 꽃
05 태평양 - 진화론의 바다
혼 곶의 아름다운 바다ㅣ우슈아이아 기항ㅣ카와슈카르의 마지막 후예들
그들은 벗고 살았으며, 행복했도다ㅣ갈라파고스의 이구아나ㅣ쥐라기 공원ㅣ인간의 침입
바다가재 전쟁ㅣ괴물의 필요성ㅣ다윈 화산ㅣ살아 있는 화석ㅣ기원과 운명
06 캘리포니아 - 사막의 물
돌고래의 마법ㅣ행복을 가져다주는 돌고래ㅣ그레이 패러독스ㅣ고래상어의 아가리ㅣ거인물고기
한심한 전리품ㅣ은빛 배의 고래들ㅣ무시해도 좋은 만큼 미미한 존재ㅣ그루니언의 사랑의 춤
물고기와 얼굴을 맞대고ㅣ생명의 '아마도'
07 심해ㆍ암흑의 유혹
검은 것은 검다ㅣ발광어와 심해장어ㅣ심해의 별들ㅣ사랑의 불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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