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곱아가는 손을 비비며 콩을 줍는 한 소년에게서 시작된 아주 작고 가벼운 콩 이야기!
김도연의 네 번째 소설집 『콩 이야기』. 199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올해로 작가생활 27년째를 맞이하는 저자의 이번 소설집은 2011년 《현대문학》을 통해 발표한 표제작 《콩 이야기》를 비롯해 2016년에 발표한 《배 지나간 자리》 등 모두 9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꿈꾸는 작가’라는 수식에 걸맞게 꿈과 현실 간의 경계를 지우는 환상적인 시공간을 구축해내며 자신만의 소설세계를 펼쳐온 저자는 이번 소설집에서 지금까지와는 다소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마음잡고 해보려던 일들이 모두 실패해 결국 고향으로 내려온 중년의 남자, 10년 동안 고향에서 한 일이라곤 매일 아침 가방을 짊어지고 ‘콩과 관련한 이야기’를 쓰고자 도서관으로 향하는 것뿐이지만 땅에서 조심스럽게 콩알 하나하나를 줍듯, 특별하지 않아 지나치기 쉬운 사람들의 삶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건져 올리는 그의 이야기를 담은 《콩 이야기》 등의 작품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너른 세계를 조망하던 작가 김도연의 눈에 ‘세밀함’이라는 또 하나의 인장이 새겨졌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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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한 소년에게서 시작된
아주 작고 가벼운 콩 이야기다”
‘꿈꾸는 작가’ 김도연이 부르는,
소소한 일상을 꾸려가는 우리 주위의 사람들에 대한 찬가
199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 올해로 작가생활 27년째를 맞이하는 김도연의 네번째 소설집 『콩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27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김도연은, ‘꿈꾸는 작가’라는 수식에 걸맞게 꿈과 현실 간의 경계를 지우는 환상적인 시공간을 구축해내며 그만의 소설세계를 공고히 다져왔다. 그런 그가 이번 소설집의 표제작으로 내세운 것은, 이제까지 발 디디고 있던 토양과는 다소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는 ‘콩 이야기’이다.
옛날 옛적, 어둑어둑해지는 늦가을 저녁의 콩밭에서 곱아가는 손을 비비며 콩을 줍는 소년이 있었다는 것밖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 소년의 나중을 이야기한 소설의 마지막을 여기에 옮겨놓는 것으로 소설집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_‘작가의 말’에서
표제작 「콩 이야기」를 유심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여기에는, 이전과는 각도를 달리해 펼쳐질 그의 소설세계를 예고하는 어떤 선언이 담겨 있다. 「콩 이야기」에는 마음잡고 해보려던 일들이 모두 실패해 결국 고향으로 내려온 중년의 남자가 등장한다. 그가 10년 동안 고향에서 한 일이라곤 매일 아침 가방을 짊어지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것뿐이다. 도서관에서 그는 ‘콩과 관련한 이야기’를 쓰려 하지만 대개는 제대로 된 문장 하나 완성하지 못한 채 책상에 고개를 박고 잠만 자기 일쑤이다.
그럼에도 그는 ‘콩 이야기’를 쓰려는 시도를 어느 때고 포기하지 않는다. 언제 완성될지 알 수 없는 그 이야기 속에는, 추위에 곱아가는 손을 비비며 콩알을 줍던 어린 시절의 자신과, 시답지 않은 이유로 매일 싸웠다 금세 화해를 하는 부모님과, 목욕탕에서 때를 미는 때밀이, 도서관 옥상에 콩을 심는 사서 등 화려하거나 값나가지는 않지만 자신만의 작고 가벼운 콩을 보듬어가며 일상을 꾸려가는 우리 주위의 사람들의 모습이 담길 것이기 때문이다. 도시에서 살다 시골로 낙향한 인물은 대개, 그 안에서 부대끼면서도 어떻게든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으로부터 한 걸음 비켜서려고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콩 이야기」의 남자는, 땅에서 조심스럽게 콩알 하나하나를 줍듯, 특별하지 않아 지나치기 쉬운 사람들의 삶에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건져올린다. 그것은 시공간을 넘나들며 너른 세계를 조망하던 작가 김도연의 눈에 ‘세밀함’이라는 또하나의 인장이 새겨졌음을 의미한다.
“김도연의 소설을 읽다보면 막내가 꾸는 꿈은
장남이나 차남이 꾸는 꿈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거기에는 외로움이 깃들어 있고, 별에게 스미는 맑음과 순정함이 있다.”
_이홍섭(시인, 문학평론가)
그러니 이번 소설집에, “언젠가부터 나는 민둥산의 사내들과 모래 산의 여자들에게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변해가는 그들의 모습을 소설 속에 들여놓으려고 부심했다”라는 작가 자신의 말처럼, 알 수 없는 공간을 떠돌아다니는 인물들이 아닌 산과 밭에 단단히 발을 디디고 서 있는 인물들이 자리해 있는 건 당연한 모습일 터이다. 그것은 인생역전의 꿈을 안고 모텔로 모여든 사람들이 부르는 노랫소리로(「긴 아리랑」), 스러져가는 노년의 삶에 어지러움을 느끼면서도 끝내 그 삶을 긍정하는 깊은 눈길로(「배 지나간 자리」), 오랜 방황을 끝낸 뒤 집에 머물며 농사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막내의 뒷모습으로(「파호破戶」) 나타난다.
그렇다고 해서 인물들의 이런 다짐이 현실을 돌파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데서 오는 체념으로 이해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이는 문학평론가 이홍섭의 지적처럼, “지상의 콩을 하늘의 별과 일시에 동격으로 만들어버리는 솜씨”에서 비롯되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아주 작고 가벼운 콩알과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이 다르지 않음을 아는 자의 “맑고 순정한 눈” 덕분에, 우리 또한 세월이 흐름에 따라 아주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작고 가벼운 것들이 우리 안에서 다시 조금씩 반짝이기 시작했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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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민둥산 ㆍ 007
콩 이야기 ㆍ 037
파호破戶 ㆍ 067
왜 옆집 부부는 늘 건강하고 행복할까요 ㆍ 097
옛 애인들을 싣고 달리는 버스 ㆍ 123
별다방의 몰락 ㆍ 155
애니멀즈 단란주점 ㆍ 181
긴 아리랑 ㆍ 215
배 지나간 자리 ㆍ 247
발문 | 이홍섭 (시인, 문학평론가)
오래된 경전 ㆍ 275
작가의 말 ㆍ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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