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경과 주옥같은 문학작품들이 어우러진,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강원도에서 책을 읽고 번역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굴라쉬 브런치』. 체코의 프라하와 베네쇼프, 크로바티아의 두브로브니크와 자그레브, 슬로베니아의 류블라냐와 블레드 등 동유럽의 보석 같은 도시들을 담백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글과 이국적인 사진으로 담아낸다. 저자는 각 여행지의 특성을 관련 영화와 책으로 투영해내며, 다른 여행서와는 색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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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다시 만날 때까지, 눈감지 마라
다시 만날 때까지, 고백하지 마라
동유럽이 아름답다는 건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하나의 복음처럼 전해진다. 인간이라는 족속에 과연 이성이라는 게 존재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잔혹했던 현대사를 지닌 이곳은 한때 가깝고도 먼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서구 여행자들은 물론 국내에서도 여행 좀 한다는 이들의 ‘머스트 해브(MUST HAVE)’ 아이템이 된 지 오래다. 강원도에서 책을 읽고 번역을 하며 살아가는 저자에게도 동유럽은 떠나고 싶은 욕망을 부추기는 노스탤지어와 같은 곳이었다. 빈 종이에 가득 채우고 싶은 동유럽의 보석 같은 도시들을 두 발로 애무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흥분되는 일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책과 영화로 세상을 바라보는 독특한 습성을 지닌 예민한 여자. 국내든, 해외든, 어딘가를 여행하기 전에 그곳을 배경으로 한 책이나 영화로 예행 연습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그녀에게 동유럽 여행은 청춘의 한 페이지에 반드시 채워 넣어야 하는 숙제와 같았다. 그렇게 그녀는 영화 과 보후밀 흐라발의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 등을 통해 프라하와 조우했고, 존 레넌의 과 토머스 만의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조지프 헬러의 『캐치-22』, 영화 등을 통해 두브로브니크를 어루만졌으며, 슬라보예 지젝의 『이라크: 빌려온 항아리』와 토니 마이어스의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 영화 ,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 공화국으로』 등을 통해 슬로베니아의 블레드를 음미했다.
● 걷기의 미학, 프라하 & 베네쇼프(체코)
동유럽 최고의 관광도시로 알려진 프라하는 큰 도시가 아니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프라하에서는 철저히 걸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프라하의 구시가지를 걷는 재미는 제법 쏠쏠하다. 차창 밖으로 내다보는 줌아웃 세상도 매력적이지만 걸으면서 줌인해 들어가는 세계는 모든 것이 더 크고 진하게 개인적으로 보인다. 여행자에게 그것은 여행지를 향한, 아니 세상을 향한 평화롭고 즐거운 개입이다. 그 순간 세계도 걷는 이의 간섭을 마다하지 않는다. 걷기란 그 자체로 크고 작은 명상을 부르는 행위다. 그중에서도 블타바 강변을 걷는 것은 달라이 라마를 대동하고 개인 교습을 받는 것과 같다. 여행지를 걷는 것만큼 마음을 잔잔하게 해주는 것이 없다. 프라하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이기도 하다. 프라하 골목길 산책에 맛을 들이면 하루가 그저 짧기만 하다. 쪽방 하나 얻어 한 1년쯤 불법 체류자로 살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토록 치명적인 프라하의 매력은 아이러니하게도 관광명소에서 멀어질수록 맵고 독해진다. 세상이 알고 있는 프라하에서 벗어나 프라하가 강요하는 고독에 순종할 때 그 참된 매력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굴라쉬 브런치』는 프라하의 짭조름하고 맛있는, 마치 안주가 없어도 술맛이 나는 듯한 고독을 맛볼 수 있는 책이다. 그녀는 말한다. 프라하에 가서야 알았다고. 왜 카프카가 그토록 이 도시를 배회했는지, 사랑했는지를….
● 영원한 아드리아의 여인, 두브로브니크 & 자그레브(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의 구시가지 스타리 그라드는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으로, 입 달린 사람들은 저마다 한번씩 힘닿는 대로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격찬했던 곳이다. 세상의 권위에 유독 까칠한 저자에게 유네스코~ 어쩌구 하는 수식어는 ‘영 아니올시다’였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두브로브니크에 다녀온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세상의 상투적인 권위의 힘을 빌어서라도 이곳의 아름다움을 강변하고 싶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두브로브니크는 양 극단의 운명을 모두 겪은 도시다. 중세시대, 이곳은 해상무역의 중심지로서 영화를 누렸다. 당시 라구사 공화국은 베네치아에 버금갈 정도로 번성했던 도시 국가였다. 하지만 이곳의 현대사는 너무도 참혹했다. 한때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화약고였던 옛 유고슬라비아 영토에 속한 탓에 전쟁의 포화를 피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아픔도 두브로브니크의 아름다움만은 어찌할 수 없었나보다. 세월을 초월한 듯 불가해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이곳은 ‘영원한 아드리아의 여인’이라는 자신을 향한 찬사가 당연하다는 것을 소리 없이 외치고 있었으니 말이다.
● 무색무취의 미학, 류블라냐 & 블레드(슬로베니아)
슬로베니아의 블레드는 9시 이후에는 알코올음료를 팔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행지의 밤을 뜨겁게 달구고 싶은 여행자들로서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저자가 목격한 밤 9시 이후의 블레드는 보행자들이 가미가제 특공대처럼 찻길에 뛰어들어도 아무도 경적을 울리지 않고, 길거리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 무색무취의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얼핏 무미건조할 것 같은 이 깐깐한 도시는 하루하루 시간이 쌓여갈수록 이상야릇한 매력을 폴폴 풍기더라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밤 9시 이후로는 알코올이라는 묽은 위로를 팔지 않으니 책을 읽든 정사를 나누든 다른 길을 알아보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는 도시에서 산다는 게 얼마나 심플한지를. 허튼 기대를 버리면 인생은 조금 더 수월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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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프롤로그
체코, 프라하 & 베네쇼프
델니츠카 24번지
엄중히 감시받는 트램에서 아침을
아사에 이르는 다섯 가지 단계
씁쓸한 꽃가루
과잉낭만주의보
석탄통에 걸터앉은 단식광대
마음만 받겠습니다
허무의 육박전
업보와 비명횡사의 상관관계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 & 자그레브
시간의 유형지
헬로우, 선샤인
마티예 굽차 15번지
발바닥 없는 것들
질소 같은 여자
공공장소에서의 개인적 두려움
사이렌의 농간
기분 잡채
평범한 사람들, 아름다운 사람들
3대 미스터리
슬로베니아, 류블라냐 & 블레드
지젝을 아시나요?
잊을 수 없는 견갑골
츠르토미로바 18번지
침낭 로망 환상곡
시속 8킬로미터의 진심
어이없는 공무도하가
냉장고의 시계
고추장 중위의 여자
공기를 가르는 곤돌라
휴브리스의 왕림
삶이란 부침개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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