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중국의 망명 작가 마젠이 풀어낸 독설과 블랙 유머!
'중국의 밀란 쿤데라'로 불리는 망명 작가 마젠의 장편소설『누들 메이커』. 1991년 중국에서 처음 출간되었지만 당국의 검열을 받아 내용이 심하게 훼손되었던 이 작품은 2004년에 원문을 복구한 영문판으로 출간되었다. 1987년부터 망명 생활을 시작한 마젠은 홍콩, 독일, 영국 등지에서 활동하며 독특한 블랙 유머와 냉철한 역사적 안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소설은 당에 기용된 '전업 작가'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블랙 유머로 그려내면서, 중국 사회의 부조리를 향한 거침없는 독설과 촌철살인의 풍자를 풀어놓는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사회의 부조리함을 다루는 한편, 문화대혁명의 잔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작가는 사회의 부조리함에 매몰된 힘없는 개인들, 어느 계층에도 속하지 못한 주변인들을 내세운다. 그러나 그들은 물질만능주의에 빠져 있거나, 강한 자들에게는 약하고 약한 자들에게 강한 이율배반적인 인물들이다. 또한 공포와 불신의 시대를 겪은 기성세대와 개혁개방 이후 물질의 세례를 받은 젊은 세대의 단절을 희극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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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잔혹하도록 유쾌하고 멋들어지게 음울하다!
중국의 밀란 쿤데라, 마젠이 수천 갈래 국수 가락을 뽑아내듯 풀어낸 독설과 블랙 유머!
중국의 밀란 쿤데라로 불리는 망명 작가 마젠의 장편소설『누들 메이커』가 출간되었다. 1991년 중국에서 초판이 출간되었으나 중국 사회의 부조리를 향한 거침없는 독설과 촌철살인의 풍자로 당국의 검열을 받아 내용이 심하게 훼손된 바 있는 이 소설은 13년 만에 훼손된 원문을 최대한 복구해 2004년 영문판으로 출간되고, 그후 4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한국에 소개되는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1987년부터 망명 생활을 시작한 마젠은 홍콩, 독일, 영국 등지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기상천외한 블랙 유머와 정직하고 냉철한 역사적 안목으로 영미 주요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누들 메이커』는 당에 기용된 ‘전업 작가’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들려주는 이야기로, 커다란 밀가루 반죽에서 천 개의 국수 가락을 뽑아내듯 인간의 희로애락을 익살스러우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블랙 유머로 풀어나간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 트라우마와 악몽 속에서 사는 사람들
『누들 메이커』는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이후 중국 사회의 부조리함을 주제로 하는 한편, 문화대혁명의 잔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중국 현대 문학의 대가 모옌이 “이미 오래전에 문화대혁명이 마무리되고 계급투쟁도 끝났지만 그 시대를 겪은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가슴속에 공포가 남아 있다”고 고백했듯이, 작품 속 인물들은 과거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90년대 개혁개방이라는 대격변 속으로 휘말려들어간다. 이로 인해 그들은 더욱 극심한 정체성의 혼란과 불안을 겪는다. 작가 역시 전통 있는 유산계급 집안 출신으로 문화대혁명 당시 조부가 굶어죽는 처형을 당한 트라우마를 갖고 있으며, 그 후유증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그는 비누와 한약 냄새가 나는 조용한 집안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하얗고 가냘픈 손을 움직이면 귀부인처럼 우아해 보였다. (…) 홍위병이 아버지를 현관으로 끌고 가서 아우성치는 사람들 속으로 밀어 넣었을 때에도 그는 이런 공포를 느꼈다. 이런 공포의 순간에 그는 알몸이고 혼자였다. 썩어가던 쥐의 얼굴이 눈앞을 다시 한 번 스치고 지나갔다. 홍위병들이 그를 어둠의 공간 속으로 밀어 넣었고, 암호랑이가 그를 집어삼키려고 으르렁거렸다. 구출하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와 아버지는 포위당했다. 사람들의 함성에 귀가 먹먹해서 온몸을 관통하는 분노의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_본문 p.147~151 ‘소유하거나 소유되거나’에서
『누들 메이커』에는 거대한 사회의 부조리함에 매몰되는 힘없고 고통받는 개인들, 사회의 어느 계층에도 속하지 못하는 주변인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은 물질만능주의에 눈이 멀어 있고, 강한 자에게 약하면서도 자신보다 약한 자들에게 강한, 이율배반적이고 비겁한 자들이다. 생계를 위해 시작했으나 이제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 당국의 감시를 피해 매혈 사업을 하는 남자(‘전업 헌혈자’), 시신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화장할 때 음악을 틀어주는 서비스로 돈을 버는 한편 자신의 노모를 불태워버릴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화장업자(‘도취되거나 마비되거나’), 문화대혁명 때는 이름을 날렸으나 이제는 한물간, 변심한 애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공개 자살을 감행하는 여배우(‘자살하거나 표현하거나’), 장애아 딸을 낳았지만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해 아들을 다시 낳지 못하게 되자 딸을 갖다 버리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는 아버지(‘버리거나 버림받거나’) 등이 그들이다.
하지만 집에서 그는 여전히 하인이었고, 뭘 할 때마다 아내의 표정을 살펴야 했다. 아내가 암호랑이처럼 사납게 명령을 내리면 그대로 따랐다. 남편으로서의 의무 방어전을 치르고 나면 아내가 요구한 대로 콘돔에서 정액을 짜내 얼굴과 허벅지에 발라주었다(아내는 가장 비싼 프랑스제 영양 크림의 재료가 정액이라는 잡지 기사를 읽은 다음부터 콘돔 속 내용물을 한 방울도 남김 없이 짜내 피부에 마사지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섬유 공장 여공과 있을 때는 그녀의 입에 사정한 뒤 한 방울도 남김 없이 삼키도록 강요했다.
_본문 p.134 ‘소유하거나 소유되거나’에서
“중국에서 희망은 외제 비누만큼이나 귀하다.” _마젠
또한 마젠은 중국 사회의 세대 간 갈등에도 주목한다. 그는 공포와 불신의 시대를 겪은 기성세대들과 개혁개방 이후 물질의 세례를 받은 세대들의 단절을 희극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뼈아프게 그려내고 있다. 기성세대들에게는 냉소와 비뚤어진 생존 본능만 남아 있다. 이들은 사랑이나 열정은 부르주아적 가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전근대적인 사고를 고수하면서도, 개방의 급류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며 물질만능주의를 신봉한다. 그러는 한편 젊은 세대들의 탈정치화에 대해서는 ‘천박하다’고 혀를 내두른다.
“작가는 시대의 산물이야. 천박한 시대는 천박한 작가를 낳는 법이지. 인민공사 생산대에서 보낸 그 시절이 그립다.”
“세상이 달라졌잖아. 넌 시대에 뒤처져 있어. 그 젊은 여자들이 너보다 요즘 세상을 더 잘 알아. 그 나무토막 같은 세대에서 좀 더 순수한 문학이 탄생될지도 모르지. 편견도 없고, 정치에 관심도 없으니까. 그들의 문제는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이야. 하지만 너는…… 네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_본문 p.127 ‘소유하거나 소유되거나’에서
젊은 세대들은 어디에서도 희망을 찾지 못한다. 기성세대로부터 이데올로기를 강요받지만 그들이 직접 겪고 느끼는 것은 사랑, 풍요와 같은 비정형적인 가치다. 그들은 격변의 과도기에서 방황하고 좌절하며, 극단적인 결단을 내리며 파멸로 치닫는다.
“자기, 사랑해. 이제 거짓말이 아니었다는 거 알겠지? 내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어.”
호랑이가 허리 아래쪽을 물어뜯는 게 느껴졌다. 이제는 움직일 수 없는 몸이니 호랑이가 내장부터 꺼내 남자들의 관심이 가장 집중될 부분을 가려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얼굴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창밖의 하늘을 보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이 멈춘 곳은 하늘이 아니라 연단 아래 걸린 빨간 깃발 속 표어였다. ‘네 가지 기본 원칙을 견지하여 중국만의 사회주의를 건설하자.’
_본문 p.93 ‘자살하거나 표현하거나’에서
개에게는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특징
질투, 외로움, 그리고 거짓말
그렇다고 마젠을 반체제적이며 정치적인 성향만을 지닌 작가라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작가는 인간의 본성에 초점을 맞추며, 중국 사회의 병폐가 정치사회적인 요소에서만 연유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소설의 마지막 장 ‘속 편한 사냥개 혹은 목격자’에서는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 개가 등장하여 인간 사회의 부조리함과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조롱한다. 개를 돌보는 ‘화가’는 개와의 대화를 통해 기존의 가치관과 당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이 산산이 무너지는 혼란을 겪으며 인간 사회에 대한 깊은 회의를 품는다. 여기서 독자는 인간의 유한성에 대한 진한 페이소스를 느낀다.
“남자친구가 어떻게 다른 남자 셋을 데리고 와서 여자친구를 강간할 수가 있지?”
“개는 없고 인간에게만 있는 특징이 하나 있지.”
“그게 뭔데?”
“질투심.”
(…)
“인간이 바라는 건 그저 먹고, 성교하고, 쇼핑하는 것뿐이야. 세 가지 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지. 그것도 하나면 되는 게 아니라 여럿이 필요한 일이라고. 도시에 바글바글 모여 사는 것도 텅 빈 가슴을 채우기 위해서지.”
(…)
“아무 걱정 없이 세상을 유람할 수 있으니 견공들이 참 부럽네 그려. 반면에 우리는 집세, 점퍼, 레인코트, 온수를 조달하느라 하루 종일 돈을 벌어야 하네. 직장에서 잘리지 않으려면 행동을 조심하고, 자네가 심취해 있는 반동사상과 공상을 자제해야 하지. (…) 그런가 하면 피부가 너무 얇아서 옷을 입어야 하는데, 그 옷이 찢어지면 알몸뚱이 돼지가 되거나 저 아래 길거리의 그 여자처럼 된다네. 그러니 우아한 포장에 목숨을 걸 수밖에. 우리는 살아남고 싶으면 본성을 감추어야 한다네.”
_본문 p.226~231 ‘속 편한 사냥개 혹은 목격자’에서
“현대 중국 문학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용기 있는 작가.”_가오싱젠 (노벨문학상 수상자)
마젠을 다른 중국 작가들과 구분 짓는 점은 망명 작가 신분으로서 갖는 ‘자유’와 ‘사회적 의무감’일 것이다. 그는 ‘작가로서의 사회적 의무’를 여러 매체를 통해 누누이 강조해왔고, 이를 몸소 실천하는 작가이다. 마젠은 톈안먼 사태 당시 학생 시위대에게 음식을 주면서 응원하던 사람들이 정부의 진압이 끝나자마자 그 시위대를 경찰에 고발하는 장면을 보고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누들 메이커』영문판 출간 인터뷰에서 “중국 동포들이 공포로 짓밟힌 일상을 어떤 식으로 살아나가는지 분석하고 이해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과 유사한 역사적 아픔을 갖고 있는 한국 독자들은 중국의 실상을 고발하고 있는 이 소설에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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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전업 작가
전업 헌혈자
도취되거나 마비되거나
자살하거나 표현하거나
소유하거나 소유되거나
거리의 작가 혹은 허공의 비닐봉지
가을에게 심판을 부탁하거나 벌거벗거나
버리거나 버림받거나
속 편한 사냥개 혹은 목격자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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