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현재의 충격 시대, 잠시 멈춤 버튼을 눌러라!
트위터, 이메일 그리고 이른바 실시간 기술의 변동 덕분에 우리는 끝없이 이어지는 '현재' 속에서 살아가게 됐다. 하지만 디지털 자아와 아날로그 육체의 불일치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불안 상태에 빠져들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의 충격'이다. 『현재의 충격』은 앨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을 지표로 삼아 현재주의의 폐해를 심층 진단하고, 현재주의가 작게는 일상에서부터 크게는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혼란을 가중시키는지 설명한다.
서사 구조를 갖춘 콘텐츠의 빈자리를 현재 진행 상태에 초점을 맞춘 리얼리티 TV가 채우고, 한 줄의 페이스북 게시물이 누군가가 30년 걸려 이룩한 학문적 성취에 맞먹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재의 충격' 시대.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전통적인 서사를 흡수하는 능력을 잃게 됐는지를 기술하는 것을 시작으로 디지털에 의해 야기된 정신적 혼란, 지금 당장을 추구함으로써 나타나는 스트레스와 비정상적인 행위, 그리고 이러한 현재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특히 저자는 현재의 충격 속에서 사는 일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여기에는 끝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삶이란 항상 있어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스트레스가 일정한 압력으로 계속 내리누른다는 것. 이에 끝없이 이어지는 현재 속에서 적정한 보폭과 전망을 유지하기 위해 문자 메시지가 아닌 대면 접촉을 선호하고, 속도가 아닌 삶의 질에 우위를 두며, 디지털적 완벽함 대신 인간적 불완전성을 감내한다면, 허위적인 '지금'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출판사 서평
앨빈 토플러 ‘미래의 충격’을 잇는
세계적 미디어 이론가 더글러스 러시코프의 현대사회에 대한 통찰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20세기 마지막을 ‘미래주의’가 장식했다면 21세기는 ‘현재주의’가 지배할 것이다!
미국 주요 언론 매체가 한목소리로 격찬한 화제의 신간
모든 것이 라이브이고 실시간이며 현재진행형이다!
“우리 시대에는 변화의 가속화 그 자체가 하나의 기본적인 요소를 이루고 있다.”
1970년 출간된 앨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원제: Future Shock)은 이렇게 시작된다. 현대사회에 일대 혁명을 일으킨 기념비적 저작인 이 책에서 토플러는 미래에 예상되는 기술적ㆍ사회적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면서 개인과 사회가 적응하지 못하고 엄청난 충격에 빠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앞을 내다보고 새로운 트렌드를 예상하는 일에 익숙해진다면, 변화 앞에서 크게 충격을 받는 일이 줄어들 거라고 주장한다.
그로부터 43년. 저명한 미디어 이론가 더글러스 러시코프는 《미래의 충격》의 연장선상에서 현대사회를 진단하고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이 책 《현재의 충격》(원제: Present Shock)에서 러시코프는 사회가 과거의 순간이나 미래의 순간보다 지금 이 순간의 일시성에 크게 집중하고 있다고 말한다. 트위터, 이메일 그리고 이른바 실시간 기술의 변동 덕분에 우리는 끝없이 이어지는 ‘현재’ 속에서 살아가게 됐다. 24시간 연결 상태를 유지하며, 동시다발적인 자극에 대응하고, 순간적인 결정에 집중하다보니 앞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는 능력이 퇴화되고 있다. 디지털 자아와 아날로그 육체의 불일치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불안 상태에 빠져들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현재의 충격이다.
오늘날의 우리는 미디어가 양산해내는 과거와 미래가 혼재된 정보 속에서 철저하게 현재의 경험에 집중하며 살아간다. 저자는 이런 ‘현재주의(presentism)’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어 새로운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한다. 서사 구조를 갖춘 콘텐츠가 사라지고,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하면서 디지털 분열이 생겨난다. 시간을 초 단위로 잘게 쪼개 활용하며 무모한 시도를 계속한다. 다양성이라는 명목 하에 종합적인 현상 해석을 시도하지만 비슷한 결과물이 재생산되고,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판타지가 범람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현재주의의 폐해를 심층 진단하고, 현재주의가 작게는 일상에서부터 크게는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혼란을 가중시키는지 설명한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인간관계를 조정하고, 정치 행위를 하며, 미디어와 교류해 나가야 할지 논한다.
이 책은 지난해 영미권에서 출간된 직후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관해 깊이 있게 다뤘다’는 평가와 함께 주요 언론의 극찬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을 두고 “우리가 그 절반만 알고 있는 것의 나머지를 온전하게 파악하게 해주는 아주 귀한 책”이라 평했으며, 미국의 저명 서평지 〈북리스트〉는 “환영받지 못하는 미래에 기습당하기 전에 시간과의 관계를 전면 재설정하라며, 정신이 번쩍 들게 해주는 모닝콜 같은 책”이라고 말했다. 어떤 소설보다 강력한 흡인력을 지닌 이 책은 현실의 시간 속에서 인간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통찰의 결과물이다.
마셜 매클루언 상을 수상한 저명한 미디어 이론가
러시코프는 미디어, 기술, 문화를 주제로 저술과 강연에서부터 다큐멘터리 제작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뉴욕대학과 뉴스쿨에서 강의하고 있는 그는, 《현재의 충격》을 비롯하여 국내에도 번역되어 널리 알려진 《통제하거나 통제되거나》와 《미디어 바이러스》 등의 저자이기도 하다. 바이럴 미디어(viral media),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소셜 화폐(social currency)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미디어 흐름과 디지털 문화를 명쾌하게 읽어온 그는 신간을 낼 때마다 주목받고 있다. 대중 계몽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제1회 닐 포스트먼 상을 받았으며 《당신의 지갑이 텅 빈 데는 이유가 있다》로 마셜 매클루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양한 이력을 통해 알 수 있듯, 러시코프는 전문적인 학자라기보다는 미디어 이론가나 언론인에 가깝다. 그가 쓴 책이나 글 또한 학술 서적이나 연구 논문이라기보다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특집 기사 같은 느낌과 재미를 준다. 정통 학자가 아닌 신분에다, 한 가지 분야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인접 학문들을 두루 원용하면서 자신의 논지를 전개한다는 점 때문에 러시코프의 글은 매우 자유롭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구체적이고 재미있다.
《현재의 충격》 역시 어렵지 않고 딱딱하거나 추상적이지도 않다. 러시코프는 이 책에서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부터 롤플레잉 게임, 좀비 소설, 월가 점령 운동, 시차 피로, 인터넷 매시업, 레이 커즈와일의 수확 가속의 법칙까지 표면적으론 서로 무관해 보이는 여러 개념들을 솜씨 좋게 연결하며 글을 풀어간다. 그는 기술의 진보를 따라잡아야 한다는 과제는 물론, 그것이 영원히 계속되는 현재 속에서 문화와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의 칼날을 들이민다.
서사가 사라지고 리얼리티쇼가 넘쳐난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전통적인 서사를 흡수하는 능력을 잃게 됐는지를 기술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무엇으로 그것을 대체했는지 말한다. 한 줄로 꿰어지는 이야기를 하려면 시간이란 요소가 필요하다. 시간 개념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야기를 할 것이며 중요한 의미를 담아낼 것인가? 전통적인 줄거리가 없다면 대중문화가 제 기능을 다할 수 있을까? 대서사가 없다면 정체적 논의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러시코프는 숱한 대중문화 콘텐츠와 다양한 사례, 뜻밖의 통찰을 통해 각 분야에서 서사의 몰락 과정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 보인다.
모든 것이 서사 구조를 갖추고 있었을 때는 TV 광고조차도 주인공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시청자들은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그 해결 수단이 된 제품을 선전하는 형식이었다. 좋은 광고란 적어도 광고업자의 관점에선 일관된 서사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시청자들은 그런 광고를 외면한다. 그것에 지루해하기보다는 화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시청자들은 ‘내가 믿지 않는 누군가가 내 구매 욕구를 자극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이에 따라 광고가 미처 나가기도 전에 채널을 돌려버린다.
저자는 서사 구조를 갖춘 콘텐츠의 빈자리를 현재 진행 상태에 초점을 맞춘 리얼리티 TV가 채우고 있다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미국의 인기 TV 만화 시리즈 〈심슨 가족〉을 사례로 소개한다. 미국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페이소스를 담고 있는 〈심슨 가족〉은 영화나 TV 드라마 등 다른 양식의 미디어를 패러디하는 구성을 띠고 있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호머의 서사시에서 영웅들의 행적을 배웠다면 우리에겐 〈심슨 가족〉의 호머 심슨이 있다고 말한다. 심슨은 흐르지 않는 무한한 현재에 체류하고 있으나 시청자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심슨 가족〉은 서사에 까다로운 시청자에게 비서사적 방식으로 전통적인 스토리가 제공해온 만족감을 채워준다.
뉴스 보도에서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오늘날 세상은 24시간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뉴스로 모두 연결돼 있다. 이 책에 따르면 1980년대에 시작된 ‘CNN 효과’, 즉 24시간 실시간 보도로 인해 정치인들은 현재 충격을 겪고 있다. CNN의 출범으로 시청자들은 전국 네트워크 방송사들이 세심하게 다듬어 깔끔한 결말이 있는 스토리로 바꿔놓은 뉴스를 받아보는 대신,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사건을 실시간으로 전해 들을 수 있게 됐다. 파급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걸러지지 않은 영상이 쏟아지자 여론은 심각하게 반응했고, 결국 신속한 결정을 내리도록 정치인들을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주로 충격적이고 부정적인 사건들이 부각되는 이런 뉴스를 접하고 시청자들은 처음에는 위기감을 느끼다가 차츰 둔감해지기 시작했다. 저자는 진보를 대변하는 미래 지향의 정치적 좌파와 전통 가치를 수호하는 우파, 양쪽 진영 모두 현재로부터 벗어나려 한다고 말한다.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하면서 디지털 분열이 생겨난다
러시코프는 이어 자신이 ‘디지털 분열(digiphrenia)’이라 명명한 것에 대해 설파한다. 이는 디지털에 의해 야기된 정신적 혼란을 일컬으며, 미디어와 기술 덕분에 우리는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게 됐다. 러시코프는 현재 충격 현상이 만인에게 평등하게 기회를 부여한다고 말한다. 이제 한 줄의 페이스북 게시물이 누군가가 30년 걸려 이룩한 학문적 성취에 맞먹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대가 됐다. 아날로그적 피조물인 우리는 어떻게 디지털 공간을 순항할 수 있을까? 어떻게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 정말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을까?
여기서 러시코프는 민첩하게 시간생물학으로 방향을 튼다. 우리 몸 안에는 신체의 신진대사와 생화학적 작용을 지배하는 시계가 존재한다. 인간의 몸은 수천 개의 서로 다른 시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시계들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체온이 빠르게 상승하는 사람들은 아침에 일이 잘 되는 반면, 체온이 서서히 오르는 사람들은 초저녁이 돼야 가장 정신이 맑은 상태가 된다. 게다가 시간은 중립적이지 않아 인체의 생리 기능 주기에 따라 일이 잘 되는 시간이 바뀐다.
기술 덕분에 우리는 언제 어떻게 일할 것인가에 관한 선택의 여지가 넓어졌다. 하지만 인간의 몸은 스마트폰 일정표처럼 프로그래밍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지만 우리 몸은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한다. 지금 우리는 우울증, 자살, 생산력 저하, 사회적 병폐 등 시간생물학적 위기를 겪고 있다. 이는 우리 삶을 지탱해주고 세상과 조화를 이루게 해주는 리듬을 무시하거나 악용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내는 인위적 리듬에 적응하기보다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우리 몸의 생리 기능 주기에 맞춰 삶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간생물학은 이제 막 발아한 학문 분야로서 아직까지 대중적인 인지도는 높지 않다. 그러나 시간과 생리학 간의 상관성은 향후 보다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할 만큼 성숙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코프는 스스로가 실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 책을 쓰면서도 월 단위의 주기에 맞춰 주별로 집필 작업을 할당한 바 있다.
과도하게 시간을 압축하며 무모한 시도를 계속한다
영원한 현재라는 새로운 형태의 시간 속에서 지금 당장을 추구하는 경향은 현재 충격의 또 다른 형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시간이라는 큰 단위의 개념을 매우 작은 부분으로 잘게 나누어 활용한다. 앞으로 벌어질 일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현재에 부과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시계태엽 감기에 비유한다. 시계가 오랫동안 잘 돌아갈 수 있도록 끊어지기 직전까지 태엽을 감는 것처럼 사람들은 시간을 압축한다.
이런 과도한 태엽 감기는 여러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즉흥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잘 짜인 5막극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로 이어지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고 싶어 한다. 헤지펀드가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있는 자산이 아니라 투기성 있는 파생상품에 투자함으로써 회사를 위태롭게 만드는 경우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 끝없이 이어지는 현재 속에서 나이와 외모 간의 불일치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책에선 열두 살짜리 여자아이나 TV 드라마 〈베버리힐스의 주부들〉에 나오는 보톡스 중독의 중년 여성 모두 열아홉 살처럼 보이고 싶어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런가 하면 유행을 좇는 사십 대 힙스터들은 이십 대 스타일로 꾸미고 다닌다.
저자는 어떤 경우든 과도한 태엽 감기로 인해 스트레스와 비정상적인 행위가 나타날 것이며 이는 자아고갈과 실패로 이어질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을 추구하는 삶은 오래갈 수 없으므로 시간을 과도하게 감지 않는 수준에서 장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간을 압축하고 풀되, 미래를 훔치거나 보존된 과거를 고갈시키지 않고 현재적 순간을 부양해야 한다.
비슷한 결과물이 재생산된다
다음으로 저자는 현재 시제로 세상을 이해하려고 들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본다. 원인과 결과로 분석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시간적 흐름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정지 상태의 시간 속에서 한 점과 다른 한 점을 잇고자 할 수밖에 없다. 비록 그런 잇기가 억지이거나 꾸며진 것일지라도 말이다. 이는 실시간 형태의 인지 활동에 집착하는 것으로, 저자는 이를 가리켜 ‘프랙털 강박(fractalnoia)’이라 부른다.
프랙털은 부분과 전체가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자기유사성 개념을 기하학적으로 푼 구조를 말한다. 나뭇가지 모양이나 동물의 혈관 분포 형태, 창문에 성에가 자라는 모습도 모두 프랙털이다. 저자는 프랙털에는 우리를 어떤 방향으로 이끄는 동시에 어떤 척도와 적합성에 대한 감각에 도전하는 이중 속성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복잡계의 기저에 내재된 패턴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동시에 우리를 꾀어내어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곳의 패턴에 주목하게 만든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프랙털은 현재의 충격과 관련된 모종의 패턴 찾기 아이콘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전적으로 프랙털 강박에 빠지지 않으면서 패턴을 찾고 이를 이용하는 방법을 아는 것이 개인과 기업 그리고 국가의 생존 조건으로 대두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다양한 요소들 사이의 관계를 분석함으로써 세상을 해석하려 하지만 그 요소들 자체가 부적합한 경우가 많다. 웹에서 생겨나는 음모론, 거대 단위의 트렌드를 분석하기 위해 사용하는 빅데이터의 모순, 큰 밑그림 없이 기능하는 정부의 두서없는 정책은 요소이자 원인인 동시에 결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패턴 찾기 방법론의 괄목할 만한 성장과 전 세계를 관계로 맺어진 네트워크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도 늘어나고 있다.
미래에 대한 긍정적 판타지가 범람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의 스토리에서 서사가 붕괴되어 끝없는 유보 상태나 무한게임으로 환치되는 것을 지켜봐왔다. 우리의 생리와 심리를 규정했던 디지털 기술이 자연의 리듬에 대한 우리의 결착과 연결에 어떻게 도전하는지를 목격해왔다. 은행과 기업이 시간을 시간 속에 응축해 넣고, 과도하게 감은 태엽처럼 지금 이 순간에 힘을 싣는 걸 지켜봐왔다. 우리의 정체성이 비개인화된 프랙털 공간에서 중심을 잃은 패턴으로 변화하는 걸 보아왔다. ‘아포칼립토(apocalyto)’는 여기서 빠져나갈 길을 제시한다.
아포칼립토는 끝없이 이어지는 현재 때문에 종말을 갈망하게 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저자는 현재 충격 속에서 사는 일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것은 여기에는 끝이 없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시작 또한 없다. 삶이란 항상 있어왔고 앞으로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스트레스가 일정한 압력으로 계속 내리누르는 것이다. 따지고 들 근원도 없으며 끝도 보이지 않는다.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제시하는 단순성으로의 회귀에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매혹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과적으로 현재주의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판타지를 갖게 해주며, 최고 수준의 과학자와 사상가들마저 이를 간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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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끝없이 이어지는 현재 속에서 적정한 보폭과 전망을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개인과 조직 차원에서 우리에겐 몇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는 내습하는 정보와 싸워가면서 시간과 변화 따라잡기라는 영원한 게임을 할 수 있다. 혹은 현재에 머무는 쪽을 선택할 수 있다. 문자 메시지가 아닌 대면 접촉을 선호하고, 속도가 아닌 삶의 질에 우위를 두며, 디지털적 완벽함 대신 인간적 불완전성을 감내하는 길이 그것이다. 러시코프는 허위적인 ‘지금’을 뛰어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제시한다.
현재 충격에 관해 저자가 제시하는 가장 큰 사례는 이 책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현재는 과거보다 방해되는 것들로 가득 차 있고, 그로 인해 그는 이 책을 쓰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쉽게 써지지 않았던지 책의 말미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싱글 음반을 듣고 있을 때 정작 나는 오페라를 쓰고 있었다.” 디지털 데이터에 짓눌려 살아가는 독자들이 이 책을 완독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거라는 점을 그는 간파하고 있다.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는 그의 말에서 그걸 알 수 있다. 러시코프는 우리 주변의 미디어와 문화가 변했다고 말한다.
추천의 글
우리가 그 절반만 알고 있는 것의 나머지를 온전히 파악하게 해주는 아주 귀한 책. 토플러가 한 개인이 짧은 시간 동안 지나치게 많은 변화를 지각해야 하는 일과 관련해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면 러시코프는 전혀 다른 현상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펼쳐 보인다. -〈뉴욕타임스〉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놀라운 책! 디지털 시대를 막연히 비판하거나 찬양하는 여타 사회이론가들과는 달리 러시코프는 디지털 시대가 어떻게 즉각적 순간을 주목하도록 했는지 탐색하고 있으며 그 순간 속에서 우리가 길을 잃을 수도, 힘을 얻을 수도 있음을 깊이 있게 설파하고 있다. -월터 아이작슨, 《스티브 잡스》의 저자
환영받지 못하는 미래에 기습당하기 전에 시간과의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라며,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모닝콜 같은 책! -〈북리스트〉
사회 병폐에 관한 무서운 예측을 담은 책. 현대인의 삶을 나쁜 방향으로 몰고 간 매우 중요한 다섯 가지 개념을 담았다. -〈커커스 리뷰〉
러시코프는 독자들에게 적정한 수준의 전망과 통찰 그리고 비판적 분석을 펼쳐 보이는데, 그것들을 모두 흡수하고 나면 머리가 핑 돌고 혀에선 끝없는 찬사가 쏟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러시코프는 일찍이 선보였던 통찰력을 다시 한번 드러내며 우리로 하여금 현재주의의 신세계와 대면하게 한다. 우리의 시선이 미래에서 현재로 옮겨 갔다는 것, 지평선을 향한 원거리 전망이 아닌 지금 이 순간을 중시하게 됐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면서 현재주의의 징후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음을 경고한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정치 행위를 하고, 미디어와 교류하며, 인간관계를 조정해 나가야 할지 논한다.
-마리나 고비스, 미래연구소장
현재 순간을 이해하기 위해 올해 읽을 책 한 권을 꼽는다면 그것은 《현재의 충격》일 것이다. -〈포브스닷컴〉
디지털 유토피아라는 지나친 낙관론에 일침을 가하는 신선한 책. 러시코프는 방대한 지식이 뒷받침된 숙고의 결과를 유려한 문체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매우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할 수 있을 때.
-조지 다이슨, 《기계들 사이의 다윈》의 저자
새로운 렌즈를 들고 지금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관한 새로운 서사를 확대 제시하는 책. 독자로 하여금 오늘날 기술이 중재하는 사회적 습성, 즉 문자 메시지에서부터 위치 기반 서비스, 시차 피로, 〈심슨 가족〉에 이르는 디지털 요인들이 야기한 광대한 반향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하워드 라인골드, 《넷 스마트》의 저자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고 있는 사회문화 비평서. 러시코프는 다양한 소재를 능숙하게 엮어 자신의 주장을 관철한다. ‘현재’라는 것이 우리를 기분 좋게 하거나, 마비시키거나 혹은 소모시키고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미래에 주목해야 하며 보다 건설적인 방식으로 현재를 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셰리 터클, 《외로워지는 사람들》의 저자
책속으로 추가
흐르는 정보와 저장된 정보를 뒤섞어 처리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그런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디지털 환경에선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의 정보와 활동들을 겉보기에 다름이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전자책이나 논문을 읽을 때도 마치 트위터 스트림이나 페이스북 업데이트 목록을 볼 때처럼 쓱 일별하고 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식이기에 긴 글을 읽을 때도 골자만 잡아내고자 빠르게 훑고 지나간다. 그러나 골자는 행간에 깊이 스며 있으므로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서두르다보니 우리는 심오한 사고를 우리의 기억 체계 가운데 일시적인 것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몰아넣게 되고 결국 숙고라는 것을 할 수 없게 된다. 선형적으로 길게 이어지는 과정을 흐름의 한순간으로 압축하고자 한다는 의미에서 우리는 과도하게 태엽 감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혹은 우리는 헛되게도 트위터 피드를 따라잡으려고 한다. 마치 놓치고 못 본 텔레비전 연속극을 챙겨 보듯 어제 날짜의 트윗을 보려고 한다. 그러나 트위터는 흐름 자체로 받아들여질 필요가 있다. 사람들의 살아 있는 흐름이자 그 적정성 여부는 순간순간의 조건에 따라 달라지는 그런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트위터란 스포츠 중계방송 중에 문제가 되는 장면을 바로 돌려보기 해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늘어놓거나, 속보로 전해진 교내 총격 사건을 두고 불안한 마음을 나누거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시위에 대해 연대의 목소리를 내거나 혹은 시위대에게 경찰이 지키고 있는 장소를 알려주는 등의 것이다. 지나간 트위터를 따라잡는 것은 어제의 주식시세 라이브 스트리밍을 밤새 지켜보고 있는 것과 같다. 그것들이 지닌 가치는 ‘현재’에 있었다. 그 ‘현재’란 지금의 시점으로 보자면 ‘그때’인 것이다. _p.201
피드백과 반복의 세계, 프랙털이 기반하고 있는 주기적 순환 과정의 세계로 가보자. 정상적 상황이라면 피드백은 누군가가 행한 것에 대한 반응을 의미할 것이다. 그것은 계곡에 대고 소리를 지를 때 되돌아오는 메아리 같은 것이고, 생소한 것을 알려줬을 때 학생들의 얼굴에 떠오르는 야릇한 표정 같은 것이며, 새로 나온 비료를 뿌린 후에 거두게 되는 수확량 같은 것이다. 우리는 행동을 하고 피드백을 얻는다. 그리고 이 피드백을 가지고 다음에는 어떻게 조절하고 적응해야 할지 파악한다. 화살을 쐈는데 과녁 중심의 왼쪽에 박히면 다음에는 중심에서 오른쪽을 겨냥해 시위를 당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매 순간 조정을 하며 우리와 과녁 사이에 생긴 피드백 순환회로를 다시 돌린다.
피드백이 유용해지기 위해서는 우리가 행한 것과 그것이 초래한 결과 사이에 일정한 시간 간격이 존재해야 한다. 어떤 일이 일어났고 무엇을 조정해야 하는지 파악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현재주의 세계에서는 이 피드백 회로가 너무 촘촘하다. 피드백이 너무 빨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마이크를 쥐고 있는데 갑자기 스피커에서 찢어지는 소리가 나는 상황을 누구나 경험해봤을 것이다. 이때 어떻게 해야 그 소리가 멈출지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다뤄야 하고 제어해야 할 피드백의 모습이다. 정상적인 경우, 마이크는 우리의 음성을 수음해 그것을 확성 스피커에게 전달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 스피커와 지나치게 가까운 위치에 있으면 마이크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게 되고, 이 소리(소음)는 다시 증폭되어 스피커로 되돌아간다. 바로 이 순간에 마이크는 또다시 증폭된 소음을 받아들여 다시 증폭시킨 뒤 스피커로 되돌려 보내고, 또다시 이 소리는 마이크로… 다시 스피커로… 다시 마이크로… 이렇게 반복된다. 반복되는 각 단계에서 소리는 증폭을 거듭하고 수천 번 이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무한하면서도 즉각적인 피드백 회로가 내는 합성되고 혼란스런 비명을 듣게 된다. _pp.285∼286
[교보문고에서 제공한 정보입니다.]
목차정보
1장 무너진 서사
서사의 붕괴 / 거대 담론 / 현재주의 대중문화의 탄생 / 가차 없는 현실 / 실시간 보도: CNN 효과 /
리얼리티를 점령하라 / 무한게임
2장 디지털 분열: 헤어짐은 쉽지 않다
시간은 기술이다 / 시간생물학 / 속도의 조절 / 찰ㅋ가하는 사이의 공간 / 무인 폭격기 조종사가 /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
3장 태엽 감기: 짧은 영원
시간 속박 / 흐름과 저장 / 매시업과 메이크업 / 지금 구매하세요 / 시간은 돈이다 / 더욱 강조되는 현실 세계
/ 감아올리기
4장 프랙털 강박: 피득백에서 패턴 찾기
피드백 회로: 비명의 분석 / 혼돈의 관리 / 존재하거나 존재하기
5장 대재앙
좀비와 인간 / 인간성을 넘어 / 이 바보야, 중요한 건 정보라고 / 오래된 모든 것은 다시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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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참고문헌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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