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과학, 역사, 미술, 문학, 일상을 버무린 진정한 우리 몸 연대기!
과학과 인문, 예술을 넘나드는 우리 몸 이야기 『메스를 든 인문학』. 우리 중 누구도 자신의 몸 내부를 스스로 볼 수 없다. 아울러, 몸은 개별적 실체로서보다 맥락 속에서 살펴야 진정한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이에 저자인 휴 앨더시 윌리엄스는 의학을 중심으로 과학, 역사, 미술을 비롯해 일상의 풍경, 우리가 만든 창조물 전부를 아우르며 인간의 몸이 지닌 총체적 가치를 찾아 나선다.
해부실을 방문하여 사체의 심장을 만져보는가 하면,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 ‘심장 heart’이란 단어가 몇 번 나오는지, 주민등록증에는 왜 머리 사진만 들어가는지 등에까지 미쳐 의미 있는 해석을 도출한다. 또한 문신사를 만나 피부와 정체성과의 관계를 탐색하기도 하며, 성전환자의 행적을 좇아 우리 사회의 섹스와 젠더의 폭력적 사용을 고발하기도 한다. 저자의 이러한 기술은 살아있는 몸의 측면을 생생하게 재연하고 몸 개념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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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과학과 인문, 예술을 넘나드는 우리 몸 이야기
주민등록증에는 왜 머리 사진만 들어갈까?
무화과 잎은 어쩌다가 성기를 가리게 되었을까?
♥는 어떻게 심장의 상징이 되었을까?
피부는 인체의 일부분일까, 단순한 포장지일까?
‘정신’에서 ‘몸’으로!
지금까지 우리의 관심사는 ‘정신’의 탐구 및 개발이었다. ‘생각하는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 사피엔스가 현생 인류를 대표하기까지 ‘정신의 발견’은 인간사의 빅뱅과도 같았다. 도구를 만들고 언어를 사용하며 수렵에서 농경, 산업화, 정보화를 거쳐 우주의 지구화를 꿈꾸는 진보의 중심에는 정신(생각·사고)적 인간이 있었다. 인간 정신의 메커니즘을 밝히려는 우리의 욕망은 문명의 발전으로 이어졌고 결국 인간을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로 올려놓아 주었다. 이에 따라 육체적 인간이 정신적 인간의 전단계, 하위개념으로 분류됨에 따라 몸은 기껏해야 영혼과 정신, 마음을 담고 있는 그릇쯤으로 취급되었다. 몸과 정신의 이분법적 시각은 둘의 치열한 우위 경쟁을 낳으면서 세속과 영원이라는 형이상학적 대립 개념으로까지 확대되었고 현재 종교적 의미를 내포하기에 이르렀다.
과학이 삶을 지배하면서 몸은 다시 우리의 주목을 끌었다. 인간의 유한성을 담보하는 몸은 불멸을 꿈꾸는 우리에게 마지막 도전 목표가 된 것이다. 자연을 정복하고 생명체를 복제하고 이제 생로병사의 비밀에 가까이 다가갔겠거니 감격할 찰나, 몸은 누구도 부정 못하는 필멸의 증거로 우리 앞에 나타난다. 객관성과 환원성을 중요시하는 시대 사조에 따라 정신을 비롯해 인간의 몸 또한 부분부분으로 쪼개졌다. 각 부분은 기능과 역할로 파악되었고 몸은 부분의 합으로서의 기계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부분들을 죄다 속속들이 알면 우리 전체 몸의 지도를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과학 기술이 궁극의 발전에 다다르면 인간의 몸과 정신의 비밀이 속속들이 드러날까? 저자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그는 물리적 지식을 아무리 더한들 심장은 하나, 팔다리는 둘 이상의 수준을 넘을 수 없다고 단언한다. 몸은 단순한 부품의 조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과학은 우리를 새로운 곳, 더 깊은 곳으로 데려간다. 우리는 세포, 유전자, DNA, 단백질 그리고 우리를 구성하는 다른 생리적 분자를 살피면 몸을 속속들이 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기술적 발전에 압도돼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자면, 이런 묘사는 우리 자신을 온전히 말해주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신탁 신전에는 ‘너 자신을 알라’ 라는 유명한 글귀가 새겨져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과학적 지식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자신, 무엇보다 육체적 측면의 자신을 갈수록 모르는 것 같다.” -머리글 중에서
맥락과 의미와 뜻을 지닌 몸
저자인 휴 앨더시 윌리엄스는 인간의 몸이 지닌 총체적 가치를 찾아 나선다. 기능으로 보자면 심장은 펌프 이상도, 방광은 주머니, 눈은 렌즈, 발은 디딤판 이상도 아닐 것이다. 물리적 기능의 프레임으로는 결코 이 이상을 보지 못한다. 가치와 의미와 뜻으로 접근해야 비로소 물질 이상의 몸이 보인다. 저자에게 의미 탐색의 도구는 의학을 중심으로 한 과학, 역사, 미술, 문학, 철학, 건축, 신화를 비롯해 일상의 풍경, 우리가 만든 창조물 전부를 아우른다. 왜냐하면 우리 중 누구도 자신의 몸 내부를 스스로 볼 수 없을 뿐더러 몸은 개별적 실체로서보다 맥락 속에서 살펴야 진정한 모습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부실 방문을 시작으로 몸의 의미 찾기는 시작된다. 저자는 사체의 심장을 만져보고 잘려나간 얼굴을 들여다보며 뼈를 들어 무게를 가늠해본다. 내장의 모양과 배열을 살펴보고 특정 부위를 자세히 그려보기도 하며, 뇌 스캔을 직접 받고 헌혈을 해보기도 한다. 각 부위별 체험적 앎에 지식적 앎, 감정적 앎, 느낌적 앎이 하나둘 더해지면서 서서히 온전한 의미의 3차원적 몸의 형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저자는 렘브란트가 그린 튤프 박사의 내면의 세계로 뛰어드는가 하면, 데카르트의 안구 실험을 재연하기도 하고 다윈의 홍조 연구의 한계를 지적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성에 찬사를 보내기도 한다. 저자의 지적 호기심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에 심장heart이라는 단어가 몇 번 등장하는지, 왜 손가락으로 그리는 V자가 승리 표시가 되었는지, 푸틴 러시의 총리의 맨가슴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주민등록증에는 왜 머리 사진만 들어가는지 등에까지 미쳐 의미 있는 해석을 도출한다.
“우리는 (…) 머리를 묘사한 대상을 실제 머리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고, 머리가 전체 사람을 대표한다고 생각한 다. (…) 가장 일반적인 공식 인증 수단은 얼굴 사진이다. 모든 신원 기록은 항상 불만족스러우며 종종 다소 모욕적으로 우리의 복잡한 자아를 축소한다. 그러나 사진은 다른 어떤 수단보다 논란을 덜 야기한다. 사진의 경우 우리조차 그것이 우리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국이 보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특정 모습이다. 영국의 여권 지침은 ‘(웃거나, 찡그리거나, 눈썹을 추켜세우지 말고) 무표정하게 입을 닫고’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시 말해서 광대 같은 표정을 짓지 말라는 얘기다.” - 본문의 ‘머리’ 중에서
또한 발레리나를 찾아가 몸의 훈련과 한계를 고민하는 한편, 장애인 사이클 선수를 인터뷰함으로써 의족과 자전거를 통해 몸의 확장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주기도 하고 문신사를 만나 피부와 정체성과의 관계를 탐색하기도 하며, 성전환자의 행적을 좇아 우리 사회의 섹스와 젠더의 폭력적 사용을 고발하기도 한다. 저자의 이러한 다큐멘터리식 기술은 살아있는 몸의 측면을 생생하게 재연하고 변화하는 몸 개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일조한다.
“우리는 내부 장기든 눈에 보이는 이목구비든 과학이나 의학을 통하지 않은 나름의 관념을 갖고 있다. 이 관념은 인체 부위에 상징성과 의미를 부여해온 우리의 문화에 따라 형성된다. 이 의미를 재발견하려면 우리가 대단히 친밀하다고 생각하는 몸을 만지고 느끼고 보고 들어야 한다. 이 책은 우리의 몸과 그 부위 그리고 그것이 지 니는 여러 의미를 다룬다.” -머리글 중에서
우리 몸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공자는 《효경孝經》에서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고 했다. 터럭 하나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고 설파함으로써 몸의 사유화를 부정했다. 과거에 몸은 곧 자연 자체였고 우주의 축소판이었으며 인류 전체와 연결된 하나의 다리와 같았다. 근대에 들어서서 ‘나’와 ‘자연’은 철저히 분리되기 시작한다. ‘주체’와 ‘객체’ 개념이 생기면서 존재의 독립이 중심 사상으로 비상했고 자연히 몸 또한 신神과 상관없는 우리(개인)의 것이 됨에 따라 탐구의 대상, 해부의 대상이 되었다. 이제 우리 몸은 ‘독립’에 만족하지 못한다. 우리는 자연적인 몸의 한계를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유한성을 최대한 연장해보자는 욕망을 넘어 영원을 손에 쥐고 싶어 한다.
자연의 구성물로서의 몸, 필멸의 운명으로서의 몸, 예술 재료로서의 몸, 과학 기술의 최대 도전으로서의 몸… 몸은 우리에게 무엇으로 정의되려 하는가. 성형수술과 성전환 수술을 통한 정체성 재정립, 게놈 프로젝트와 뇌과학 등을 통한 생명 창조라는 신의 영역에의 도전, 금기와 권력에 대한 저항으로서의 문신과 이식… 몸은 지금도 끊임없이 재창조되고 있다. 피조물을 넘어 프랑켄슈타인과 기계 인간을 넘어 궁극의 창조자가 되려는 우리의 야망은 과연 성취될까, 만약 가능하다면 그때는 언제일까?
“몸이 단지 골칫거리에 불과하다는 추론은 우리 육체와 정신의 화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우리는 정말로 몸에서 탈출하기를 바랄까? 이 꿈은 인간의 삶을 확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진정한 속성을 거부하는 것이다. 또한 이 꿈은 정신이 육체에 깃들고 의지한다는 사실을 편리하게 지워버린다. 탈출구는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사실은 집과 같은 몸을 감옥으로 여겨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몸은 멋진 곳이다.” -에필로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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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정보
머리글
프롤로그_ 해부학 강의
Part 1 온몸
몸이라는 영토와 그 지도
살_ 폐기물일까, 유용한 자원일까
뼈_ 110퍼센트의 노력만 기울여야 하는 이유
Part 2 부위
영토 분할
머리_ 주민등록증에는 왜 머리 사진만 들어갈까
얼굴_ 성형수술로 정체성을 바꿀 수 있을까
뇌_ 뇌 스캔 증거가 법정에서 받아들여질까
심장_ ♥는 어떻게 심장의 상징이 되었을까
피_ 헌혈자를 늘리기 위한 방법
귀_ 고흐는 왜 귀를 자르고 자화상을 그렸을까
눈_ 면접을 볼 때는 무거운 파일을 들어라
위_ 식인은 가능할까
손_ 대상을 가리킬 줄 아는 유일한 생명체
성기_ 무화과 잎은 어쩌다가 성기를 가리게 되었을까
발_ 왜 중국에서는 부부가 서로의 발을 숨겼을까
피부_ 인체의 일부분일까, 단순한 포장지일까
Part 3 미래
영토의 확장
에필로그_ 귀가
도판 목록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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